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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비정규지회의 점거파업이 23일 차로 접어든 7일. 현대차 사측이 울산 현대자동차 제1공장에서 아르바이트생을 동원해 조립하는 모습을 비정규지회 조합원이 바라보고 있다.
 현대차비정규지회의 점거파업이 23일 차로 접어든 7일. 현대차 사측이 울산 현대자동차 제1공장에서 아르바이트생을 동원해 조립하는 모습을 비정규지회 조합원이 바라보고 있다.
ⓒ 노동과세계 이명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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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제1공장 점거 농성이 20일 넘게 이어지고있는 가운데, 사측이 고교생들을 자동차 생산라인에 투입해 비난이 일고 있다. 노동계는  "사측이 파업을 무력화하기 위해 불법 대체인력을 투입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에 따르면 1공장 점거 농성과 2, 3공장 부분파업이 시작된 지난달 15일 이후 2, 3공장에 대체인력 약 1500여 명이 투입됐다. 이들은 대부분 울산지역 공업·상업계 고교 3학년 학생들이다. 이 학생들을 '현장실습' 명목으로 차량생산라인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 지역 실업계 고교들은 학생들이 현대차 공장에서 일하면 출석으로 인정해 주고 있다.

생산라인에 투입된 일부 학생들은 "임금과 근로조건 관련 내용은 물론이고 기본안전교육조차 받지 못한 채 일하고 있다"며 "'몸 조심해서 일하라'는 관리자들의 말을 듣고 바로 생산라인에 투입됐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학교장을 비롯한 학교 관계자들이 나서서 사회 경험이 전혀 없는 어린 학생들을 '파업 파괴'를 돕는 불법인력으로 내몰고 있다"며 "자동차 생산작업은 고도의 숙련공이 필요하며, 사망사고까지 벌어질 수 있는 위험한 일이라 안전사고가 우려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고교생을 자동차 생산라인에 투입하다니"

실제 지난 2일 현대차 제2공장에서 일하던 한 학생의 장갑 낀 손이 순식간에 기계 속으로 말려들어가 장애를 입을 뻔한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학생들은 주간작업은 물론 야간 철야작업까지 투입되고 있어 안전사고는 물론 자동차 품질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미숙련 고교생들이 자동차 생산라인을 가동하다 보니 불량작업도 속출하고 있다"며 "완성차라고 나왔지만 차량 창문이 달려 있지 않거나 부품이 빠져 있는 등 거의 대부분 차량이 결함투성이"라고 지적했다.

대체인력 투입에 대한 실정법 위반 논란도 일고 있다. 신지현 민주노총 울산노동법률원 변호사는 <한국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코스콤 비정규직 파업이 정당하다는 2008년 서울남부지법 판례에 비춰볼 때 이번 파업은 정당하다"며 "따라서 고교생을 투입한 것은 쟁의기간에 대체근로를 금지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7일 오전 울산 현대자동차 제1공장 안전화도 신지 않은(빨간 원안) 아르바이트생들이 작업 도중 친구들과 잡담을 나누고 있다.
 7일 오전 울산 현대자동차 제1공장 안전화도 신지 않은(빨간 원안) 아르바이트생들이 작업 도중 친구들과 잡담을 나누고 있다.
ⓒ 노동과세계 이명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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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변호사의 말대로 2008년 서울남부지법은 코스콤 비정규직 투쟁에 대해 "정규직화를 요구한 비정규직의 파업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노조법 제43조에 따라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 수행을 위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대체하는 사용자의 행위는 불법이라는 것이다.

또 서울중앙지법도 지난 11월16일 이랜드-뉴코아 비정규직 투쟁에 대해 "비정규직 근로자의 지위와 관련된 파업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지난 2007년 이랜드-뉴코아 노동자들 투쟁은 이번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투쟁과 유사하다.

민주노총은 7일 논평을 통해 "비정규직의 정당한 파업을 짓밟을 수만 있다면, 법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양심과 인륜까지 상관 않겠단 말인가"라며 "법에 따라 교섭하자는 노동자들에게 포클레인과 깡패와 다름없는 용역인력을 동원하는 것도 모자라, 어린 학생들까지 동원하고 있다"고 현대차를 비판했다.

이어 민주노총은 "이 무지막지한 집단에 사회적 책임을 기대하는 것이 허망할 지경"이라며 "현대차는 파렴치한 작태를 중단하고 조건 없이 교섭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현대차는 "사내하청노조의 불법 공장점거행위는 정당한 파업의 요건이 되지 않기 때문에 대체인력 투입이 가능하다"며 "대체인력 투입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은 사내하청업체에서 결정하는 것이며 투입된 대체인력에 대해서 안전교육 등을 철저히 실시했다"고 밝혔다.


태그:#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대체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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