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열린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긴급 현안보고 자리에서 한-미 FTA 재협상 결과를 두고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여야 의원들은 재협상이 밀실에서 이뤄졌다는 점, 재협상은 없다고 국민들을 기만한 점, 퍼주기․굴욕협상이었다는 점 등을 강력 비판했고, 김 본부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김 본부장은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며 "결과적으로 제가 추가 협상에 임하게 될 수밖에 없던 점을 깊이 '혜량'해 주실 것을 요청 드린다"고 답변했다. 또 다시 질타가 이어지자 "재협상은 없다는 말을 여러 번 했는데 추가협상 내용을 보고 드리게 됐다. 이런 결과를 갖고 와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명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FTA는 경제적으로 이뤄졌지만, 가치는 몇 배 더 있다", "철저한 안보라는 측면에서 미국과의 FTA는 그 가치 이상"이라면서 FTA를 안보문제와 연결시켰다.
그러나 FTA를 두고 '안보 측면의 가치' 운운하는 것은 경제적 측면에서 내놓을만한 성과가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연평도 포격으로 인한 한미 연합훈련이 진행되는 동안 한쪽에서 FTA 재협상이 진행되는 데 대해 야당과 시민단체들이 '안보'를 빌미로 제대로 된 협상을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연기를 요구하자, 정부는 '경제는 경제, 안보는 안보'라고 일축한 바 있다.
7일 KBS는 관련 내용을 다루면서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데 급급했다. 8번째 꼭지로 이 대통령이 FTA의 긍정적 측면을 강조하는 내용을 먼저 보도한 뒤, 18번째 꼭지에서 김 본부장의 '사과 아닌 사과' 발언을 전했다. 뿐만 아니라 이 보도에서는 여야의원들의 질타는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고, 김 본부장의 해명을 전하는 데 그쳤다.
MBC는 5번째 꼭지로 이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면서 정부가 '이익의 균형'이라는 것에 국민들이 공감하지 못하자, "한-미 FTA의 시급성과 안보 등을 감안하면 '잘 된 협상'이란 점을 강조하는 쪽으로 대응 방침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SBS는 보도하지 않았다.
KBS <"경제․안보 모두 중요">(최재현 기자)
<"추가 협상 유감">(김병용 기자)
MBC <"안보 가치 크다">(여홍규 기자)
<재협상 사과>(현원섭 기자)
KBS는 <"경제․안보 모두 중요">(최재현 기자)에서 국무회의에서 나온 내용을 전하며 "이명박 대통령은 한미 FTA는 한국의 자동차 분야 경쟁력이 바탕이 된 협상이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입장만 고수하면 미국 업계와 정부가 한국차를 견제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완성차와 달리 자동차 부품은 한미 FTA 발효와 함께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할 수 있다", "그 이익은 대부분 중소기업에 돌아갈 것"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이어 "이명박 대통령은 FTA는 경제 영토를 넓혀줄 뿐만 아니라 국가안보 차원에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며 "미국 외에도 우리와 FTA를 체결한 EU는 물론 그동안 남북관계에 중립적이던 인도까지도 강력한 대북 비난 성명을 발표한 점을 들었다"고 보도했다.
<"추가 협상 유감">(김병용 기자)에서는 "회의 시작부터 재협상은 없을 것이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말바꾸기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사과 요구가 잇따랐다"고 언급한 뒤 "재협상은 있을 수 없다라는 입장과는 상당히 다른 결과라고 생각하고,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에 대해서는 대단히 죄송하다"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사과를 전했다.
이어 "추가협상으로 경제적 양보 규모가 커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손익에 별 차이가 없다", "선방한 협상", "세이프가드도 실제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등 김 본부장의 해명을 '충실하게' 다뤘다.
또 쇠고기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논의는 없을 것", "한미 FTA 추가 협상으로 EU가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은 낮으며, 국회 비준 시기는 미국 동향을 봐가며 해야 한다"는 등 김 본부장의 입장만 전하는데 그쳤다.
MBC <"안보 가치 크다">(여홍규 기자)는 "한미 FTA 재협상을 하면서 우리가 더 많이 양보했다는 점을 정부가 인정했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그러나 한미 FTA가 안보측면에서 큰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는 앵커멘트로 시작했다.
보도는 "(이명박 대통령이) 'FTA는 경제로 이뤄졌지만 가치는 몇 배 더 있다'고 강조했다"며 "특히 철저한 안보라는 측면에서 미국과의 FTA는 그 가치가 어느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국회에 출석한 김종훈 통상교섭 본부장은 재협상과정에서 우리가 양보해야 하는 규모가 더 커졌다는 점을 시인했다"고 덧붙였다.
보도는 "정부의 이 같은 입장 변화는 '이익의 균형'을 맞췄다는 주장이 국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겨진다면서 "이번 협상만 보면 우리가 양보한 게 많지만, 한미 FTA의 시급성과 안보 등을 감안하면 '잘 된 협상'이란 점을 강조하는 쪽으로 대응 방침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진 <재협상 사과>(현원섭 기자)는 여야 의원의 비판에 "결국 김종훈 본부장은 머리를 숙였다"고 전하면서 "그러나 재협상 내용에 대해선 시각차가 뚜렷했다"고 전했다.
보도는 "오히려 부품을 많이 수출하면서 전체적으로 자동차 관련 산업은 일자리도 오히려 늘어날 수도 있다"며 지지하는 한나라당 유기준 의원과 "이명박 정권의 대북 강경책과 이것을 뒷받침하기 위한 대미 편중외교의 필연적 산물로서 터무니없는 퍼주기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며 비판하는 민주당 김동철 의원의 발언을 실으며 양측의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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