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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순  12가사 공연 포스터
박종순 12가사 공연 포스터 ⓒ 이정근

박종순의 12가사 전곡 발표회가 12월 8일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열렸다. 연평도에서 포탄이 날고 여의도에서 육탄이 나는 하수상한 시절에 '삶이 공허롭게 느껴질 때 한 템포 쉬어가며 자신을 돌아보라'고 노래하는 여인이 있다. 남계 박종순이다. 그녀는 끊어질 듯 이어져 내려오는 12가사 전곡을 완창하는 이 시대의 가인이다.

 

오후 7시 30분 막이 오르고 누정을 연상케 하는 무대에 세 사람이 앉아 있다. 조창훈이 손에 쥐고 있던 기다란 것에 입술을 갖다내니 대통이 운다. 대금소리다. 이어 장구채를 잡은 심종유의 손이 구름 위를 노니듯 5박의 세계를 희롱했다. 마침내 박종순의 소리가 그녀의 목을 타고 흘러 나왔다. 남녀간의 애닲은 사랑을 노래한 상사별곡(相思別曲)이다.

 

무대 무대 대금 조창훈, 소리 박종순
무대무대 대금 조창훈, 소리 박종순 ⓒ 이정근

인간이별 만사(萬事)중에 독숙공방(獨宿空房)이 더욱 설다

상사불견(相思不見) 이내 진정(眞情)을 제 뉘라서 알리

맺힌 시름 이렁저렁이라 흩으러진 근심 다 후루처 던져두고

 

심연에서 물을 길어 올리듯 청아한 목소리에 감전된 장내는 물을 끼얹은 듯 조용했다. 10초면 읽어버릴 가사를 5분이 넘게 노래한다. 느림의 미학이며 가히 '늘림'의 지존이다. 상사별곡은 작자와 연대가 미상이나 '남훈태평가(南薰太平歌)'에 실려 있는 우리의 가사다. 이어지는 노래는 황계사(黃鷄詞)다.

 

일조(一朝) 낭군(郞君) 이별(離別) 후에 소식(消息)조차 돈절(頓絶)허다

한 곳을 들어가니 육관대사(六觀大師) 성진(聖眞)이는

팔선녀(八仙女) 데리고 희롱(戱弄)헌다 얼시구 좋다 경이로다 지화자 좋을시고

 

하루아침에 낭군과 이별한 후에 소식조차 끊어졌구나

한 곳을 들어가니 육관대사의 제자 성진이는

팔선녀를 데리고 희롱하고 있구나 얼씨구 좋다 경이로다 지화자 좋을시고 

 

황계(黃鷄)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누런 닭'이나 여기에서는 남자를 뜻한다. 이별한 낭군이 그리워 속히 돌아와 주기를 바라는 여인의 심정을 간접적으로 호소하는 노래다. 모두 41구에 파격이 많으나 청구영언에 실려 전해 내려오고 있다.

 

무대 누정을 연상케 하는 무대, 오른쪽 장구를 잡은 사람은 고등학교 학생이며 박종순의 아들이다
무대누정을 연상케 하는 무대, 오른쪽 장구를 잡은 사람은 고등학교 학생이며 박종순의 아들이다 ⓒ 이정근

무대는 어부사(漁父詞)와 권주가(勸酒歌)로 이어졌다.

 

불로초(不老草)로 술을 빚어 만년배(万年盃)에 가득 부어 비나이다

남산수(南山壽)를 불로초로 술을 빚어 만년 배에 가득 부어 비나이다

남산과 같이 오래 사시기를

 

'남산만큼 오래 살아라'니 영생을 노래한 가사다. 주석에서 서로 술을 권하면서 부르는 노래로 구가(舊歌)와 신가(新歌)가 있다. 권주를 노래한 다른 단가(短歌)들이 대개 저속한 데 비하여, 가사체인 이 장가(長歌)는 기품이 있고 단아한 것이 특징이다. 청구영언과 가곡원류(歌曲源流)'에 실려 있다.

 

무대는 춘면곡(春眠曲)과 백구사(白鷗詞)로 이어졌다. 박종순이 노래한 12가사는 가사체(歌辭體)의 장가(長歌)를 향토적인 가락으로 노래한 조선시대의 12속악이다. 중종~선조 연간에 시작된 듯하나 확실하지 않으며 '가곡원류(歌曲源流)'에 실려 오늘에 전한다.

 

12가사는 장가에 속하는 긴 가사체에 사설을 얹어 노래 부르는 성악곡의 하나다. 현재 전하는 가사는 모두 12곡이며 이를 12가사라 부른다. 12가사는 반주가 없어도 무방하며 장구 장단이나 피리, 대금 등 한 두 관악기가 노래를 따라가며 반주한다.

 

가인 박종순은 국립국악고등학교 정가 전공 1기생으로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 국악과에서 정가를 전공한 국악계의 중견이다. 공연에서 장구를 맡은 심종유는 고등학교 학생이며 그의 아들이다. 박종순은 현재 한국정가원 원장직을 맡고 있다.


#12가사#정가#박종순#조창훈#심종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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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事實)과 사실(史實)의 행간에서 진실(眞實)을 캐는 광원. <이방원전> <수양대군> <신들의 정원 조선왕릉> <소현세자> <조선 건국지> <뜻밖의 조선역사> <간신의 민낯> <진령군> <하루> 대하역사소설<압록강> <병자호란>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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