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특임장관의 별명이 '폴더', '90도 인사'에서 '엄지손가락'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나라당의 2011년 예산안 강행처리에 항의하는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왼손 엄지손가락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 동작은 '밖으로 나가라'는 뜻으로 읽혔고,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와 박진 의원이 박 원내대표의 팔을 잡아 만류하면서 '여권 내 권력위상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이 장면이 강렬했던 것은 'MB정권 2인자'로 꼽히는 이 장관이 과거에 보여준 '90도 인사'와 대조됐기 때문이다. 그는 '적'인 박지원 원내대표에게도 공개적으로 여러 차례 90도 인사를 했었다. 민주당은 그의 엄지손가락을 겨냥해 "그 동안의 90도 인사가 얼마나 허위와 가식이었는지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말이 맞았다'는 말도 나왔다. 자승 스님은 지난달 27일 취임인사차 방문해 90도 인사를 하는 이 장관에게 "90도 인사는 너무 많이 숙여서 허리디스크를 일으키고, 또 하나는 인사할 때 얼굴을 봐야 하는데 얼굴을 숙이니까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인사할 때는 45도만 숙이시라. 너무 많이 숙여도 뭔가 숨겨져 있는 것 같다"는 뼈있는 조언을 건넸다.
이재오 "욕 먹는다고 변명할 일도 아니다"
집권 이후 3년째 계속된 '청와대 지시에 따른 예산안 강행처리'의 상징으로 '엄지손가락'이 부각되자 이 장관이 해명에 나섰다. 그는 9일 밤 자신의 트위터에 자신이 손가락을 든 이유에 대해 "내 좌석 뒤 본회의장 문짝이 떨어졌고 그 뒤로 끊임없이 저질스런 욕을 퍼붓고 있는 것을 가리킨 것"이라며 "제발 저 욕소리나 좀 중단시켜야지 저러고도 왜 항의하는가였다, 사실을 알고 비판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곧이어 "이유야 어떠하든 피해 갈 생각도 없고 당이 총체적으로 결정해서 한 일을 내가 뒤집어쓰고 욕을 먹는다고 해서 변명할 일도 아니다, 차라리 욕먹을 일이라면 내 혼자 감당하는 것이 옳고 칭찬받을 일이면 당과 동지들이 받는 것이 옳다"는 글도 올렸다. '욕먹을 일'이라는 표현에서 '예산안과 쟁점법안 날치기'에 대한 비판을 수긍하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후, 이재오 장관은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사과전화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10일 오전 이 장관이 전화로 해명해온 사실을 공개하면서 그의 사과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 장관은 10일 낮 다시 트위터에 "박지원 원내대표님! 그날 화가 몹시 나셨지요"라며 자신이 한나라당 원내대표 시절 본회의장에서 밀려났던 때를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그날 대표님이 화풀이하러 왔을 때 저가 여유 있게 웃고 받아들여야 하는데 저가 많이 부족했습니다. 제 수양의 한계입니다 화난 마음 풀어주시길 바랍니다"라고 덧붙였다.
다시 '90도 인사' 시절로 돌아간 듯한 모습이다. 그러나 그의 사과와 해명이 진정성을 인정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3년째 예산안 날치기'로 민주당 등 야당이 피투성이가 된 바로 다음 날 아침, 그는 '이원집정부제-대통령 4년중임제'라는 구체적 내용을 담은 개헌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국회를 짓밟아놓고 바로 그 다음 날 개헌 얘기를 하는 것은 정치적 도리로 봐서도 있을 수 없다. 코웃음을 쳤다"는 것이 '개헌찬성론자'였던 박지원 원내대표의 응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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