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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시험 합격방안과 관련한 법무부의 발표가 나기 하루 전인 지난 12월 6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사옥 앞에서 3000여 명에 달하는 전국의 로스쿨 학생들이 대규모 집회를 가졌습니다. 이를 보고 많은 누리꾼들은 "그 시간에 공부를 해라" 또는 "날로 먹으려 하느냐"식의 비판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비판을 하기 이전에, 기말고사 기간에 공터로 그 많은 학생들이 왜 내몰렸을까를 한번만 생각해 봐주시기 바랍니다.

여론의 오해와 비판을 예상하고도 영하를 오르내리던 당일에 (제주도에서도 자비로 비행기까지 타고 와서) 그 불편한 자리에 그 많은 학생들이 모인 것은 전국 로스쿨 재학생들의 억울함과 진정성을 잘 보여주지 않았나 합니다.

로스쿨은 애초 사법고시체제로 비롯된 갖가지 사회적 부작용들과 법률개방을 앞둔 국내 법조인들의 특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도입되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OECD국가 최하위인 국민 5800여 명당 변호사 1명에 달하는 법조인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 도입되었습니다.

이는 미국 250여 명, 영국 350여 명은 물론이고, 사시체제에서 로스쿨 체제로의 전환에 실패하여 "법조인력 관리 실패국"으로 낙인 찍힌 일본 5200여 명보다도 심각한 실정입니다. 이에 따라 도심에서는 편중된 변호사들 때문에 연수입 2500여만 원의 '생계형 변호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반면, 도시 외곽이나 개발이 더딘 농어촌등의 지방을 가면 정작 기본적인 법률혜택을 못 받는 국민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은 선진국에 비해 변호사 수임료는 비싼 반면, 1명이 맡는 업무량 때문에 법률서비스의 질도 낮고 높아진 가격으로 함께 높아진 법률 사무소나 상담소의 문턱은 일반인들이 편리하게 이용하기에는 너무 높기만 합니다.

또한, 국제중재, 특허, 노동 등 전문화된 변호사들은 대형 로펌에나 있어서 현재도 중소기업 또는 민간사업자, 노동자들에게는 턱없이 공급이 부족합니다. 향후 FTA의 확대에 따라 법률시장이 개방되면, 변호사 배출 수 제한으로 별다른 경쟁 없이 특정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이런 전문분야 변호사들이 (특히 국제분쟁 사례에서) 외국 로펌 및 변호사들에 얼마나 많은 국익을 내줄지 비극은 이미 예고되어 있습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법무부와 법학 교수회, 변호사 협회 등은 로스쿨 제도의 도입 이전부터 로스쿨의 커리큘럼과 연간 배출되어야 할 법조인 수에 대해 수년간 협의했습니다.

이익단체로 규정되는 대한변호사협회는 국익은 뒤로하고 꾸준히 사법고시 체제의 1000여명 선을 유지해야 한다고 하였고, 법학 교수회와 시민단체들은 법률시장 수요를 감안한다면 2500~3000명으로 시작하여 점차 늘여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법무부가 공청회 등을 통하여 조율을 시도했지만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변호사 협회의 압력에 '2000여명'으로 정하였습니다.

그런 이유로 몇 개 대학교에서는 로스쿨 건물까지 건축하고도 인가를 받지 못하였고, 로스쿨 정원은 전국 25개 로스쿨 약 2000여 명으로 정해졌습니다.

다수의 탈락자를 양성하고 소수만이 선발되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하는 사법고시의 병폐가 변호사 '자격시험제도'라는 로스쿨 도입의 또 다른 취지였기 때문에, 관계자들은 변호사시험 합격선을 90%이상 또는 최소 80%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전국 로스쿨은 그에 맞추어 로스쿨을 국제법무, 의료법무, 부동산, 예술/문화 등으로 특화하였고 모든 커리큘럼은 그에 맞추어 짜였습니다. 즉, 소수의 우수한 학생들을 LEET, 논술, 면접의 '선발 시험'을 통해서 3년간 특화된 정규교육을 시킨 후, 합격이 일정 수준 보장된 변호사시험을 준비하는 한편, 일정 시간은 전문변호사로서 필요한 교육으로 양성하여, 일반 송무는 기본이고 저마다 국제경쟁력을 갖춘 전문화된 분야를 갖게 된다는 것 입니다.

이러한 취지로 노동법, 공정거래, 특허법, 국제법, 국제중재, 국제공법, 국제상사 등 특화된 국제 변론대회 및 논문대회도 로스쿨의 도입과 함께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로스쿨 졸업자 배출이 1년 앞으로 다가오며 이렇게 양성된 '예정된 변호사'들을 대형 로펌과 기업에서는 미리 채용해 두었습니다. 이는 시장으로의 법조인 진출이 사법고시로 철저히 통제된 체제에서 경쟁에 도태되어가던 일부 변호사들에게 이는 큰 위기의식을 안겨주었습니다.

결국 로스쿨 합격자 반영비율 발표를 앞두고 이익집단인 대한변호사협회는 언론은 통해 '법률 시장 포화'라는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법무부에 치열한 로비활동을 벌였습니다. 이에 발표 며칠 전부터 합격률이 80~90%에서 50%로 확정되는 분위기로 급격히 기울자 로스쿨 재학생들이 집단 자퇴서를 제출하고 로스쿨 도입 취지를 되새기고 국익을 위한 판단을 촉구하는 의미의 집회를 법무부 앞에서 펼치게 된 것 입니다.

발표는 결국 "2010년 시험은 입학정원 대비 75% 이상"으로 났습니다. 입학정원 75%는 연간 1500명의 '정원제'(합격률이 아닌 합격자수를 정하는 방식) 시험이 됨을 의미합니다. 이는 자격증 시험인 로스쿨의 근간을 부정하는 결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2012년은 사법연수원 졸업자 1000여 명이 있어 연 2500명의 법조인이 배출돼 그나마 다행입니다. 

문제는 이후입니다. 2010년의 정책이 그대로 유지 또는 크게 변경되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재수/삼수생들의 누적으로 "응시자대비 합격자수"는 "2013년 60%, 2014년 50%, 2015년 42%, 2016년 37%"까지 떨어집니다. 이후에는 35% 이하로 계속 떨어집니다.

이런 방식이라면 로스쿨 재학생 들은 사법고시 체제에서와 마찬가지로 오로지 변호사시험 합격만을 위해 골방에서 "헌법, 민법, 형법"과 시험문제를 잘 찍어주는 고시촌 강의 위주로 올인 할 수밖에 없습니다. 즉 전문변호사는 사라지고 사법고시에서 이름만 바뀐 변호사시험을 통해 기존과 같은 변호사들만 계속 나오는 겁니다.

변협은 저희의 자질을 의심한다고 합니다. 또한 "개천에서 용"이 나려면 사시가 유지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국민들은 이러한 언론플레이 때문에 대다수가 그렇게 여기고 있습니다. 이는 그들이 얼마나 현실을 왜곡하는지 잘 보여줍니다.

로스쿨 입학 전부터 평균 1년씩 기초소양을 닦은 사람들이 변호사 시험까지 3년 반이라는 시간동안 정규과정으로 전반적이고 특화된 법학 이론과 실무를 공부합니다. 고시촌에서 시험에 나올 사례와 이론 위주의 학습방식으로 대다수가 실패를 하는 경쟁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연수원에서 2년간 만 실무과정을 거치는 사시체제와 비교한다면, 로스쿨이야말로 정의로운 가치관과 전문화된 법조인으로서의 자질을 제대로 갖출 수 있는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로스쿨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전액장학금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수혜율도 학교마다 법적으로 정해져 있어서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이런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공부를 잘하면 장학금을 주기 때문에 장학금 수혜자는 학교마다 전체 학생의 50%~100%에 이릅니다. 변협에서는 '돈스쿨'이라고 저희를 칭하나, 학원비/자취비/생활비/가정교사비 등을 많이 투자할 수록 좋은 결실을 맺는 사법고시와 비교할 때 로스쿨은 분명 어려운 형편의 사람들에게 더 많은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제도입니다.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과 비슷하게 어려운 선발시험을 통해 "전문대학원"에서 교육받는 치의학전문대학원의 경우 95% 이상의 합격률과 특성에 맞추어 선택할 수 있는 자율적인 커리큘럼 덕분에 학생들이 교정, 악관절, 치료 등의 분야를 특화하여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국익보다 사익을 추구하는 이익집단, 대한변호사협회의 압박에 굴복한 12월 7일 법무부의 발표가 과연 국익에 부합하고 로스쿨 도입 취지를 살리는 일인지, 무엇이 과연 저렴하고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국민들의 편의에 부합하는 일인지 국민 여러분께 묻고 싶습니다.

국민 여러분. 일부 지자체의 무료법률상담소를 이용해보십시오. 항상 양심 있는 변호사가 식비에 해당하는 작은 돈만으로도 성심성의껏 상담해 주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보를 따로 안 해도 상담자 수가 넘쳐나서 제 시간에 퇴근을 못할 지경입니다. 농어촌 지역에 무료법률상담 자원봉사라도 나가면 식사시간에도 상담을 하면서 점심식사하는 변호사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변호사가 부족한 국가의 현실을 외면하고 "변호사 1만명 시대, 2020년엔 2만명이니 시장 포화"라는 유언비어를 유포하며 부족한 실력으로 경쟁에서 도태되는 변호사들을 보호하는 한편 "로스쿨 재학생들의 법조인으로서 자질이 의심"간다며 법무부에 압력을 행사하는 대한변호사협회의 망언을 규탄하는 바입니다.


#대한변협#변호사시험#법무부#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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