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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과 GM대우의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이하 산은) 사이의 오랜 줄다리가 일단락된 듯 보인다. 상하이자동차의 기술 '먹튀'로 끝난 쌍용자동차의 경험이 산은으로 하여금 GM으로부터 GM대우의 라이선스와 생산물량 확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작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GM과 산은은 지난 8일 'GM대우 장기발전을 위한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 팀 리 GM 해외사업부문 사장과 민유성 KDB 산은금융그룹 회장은 3일 합의안을 도출했으며, GM과 산은은 8일 최종 합의안을 각각 승인했다.

이 합의로 산은은 GM대우 이사회 이사 3인 선임권 등 소수주주권 회복과 GM과 GM대우 간의 비용분담협정 개정, GM대우의 장기경영계획 목표 달성을 위한 GM의 적극적인 지원 등을 챙겼다. 또한 GM대우 우선주에 대한 GM의 상환보장 등을 챙겼다.

GM대우 회사 출범 이후 6~7년 사이에 차량(완성차 및 반조립 부품) 수출이 크게 늘었다. 2003년 44만여 대에서 2009년 142만여 대를 기록했다. 사진은 인천항에서 수출 선적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SUV 윈스톰 차량들.<사진제공ㆍGM대우>
 GM대우 회사 출범 이후 6~7년 사이에 차량(완성차 및 반조립 부품) 수출이 크게 늘었다. 2003년 44만여 대에서 2009년 142만여 대를 기록했다. 사진은 인천항에서 수출 선적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SUV 윈스톰 차량들.<사진제공ㆍGM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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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대우 먹튀' 논란 종지부... 성장 기반 확보 긍정적

'장기 발전 기본 합의서'를 통해 GM대우에 대한 GM의 '먹튀' 논란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GM대우가 GM 안에서 중소형 차량 생산기지로서 확고한 물적토대를 갖추게 됐다는 평가다.

먼저 GM은 GM대우의 2대 주주인 산은에 산은이 보유한 17%의 보통주로 주주총회 특별결의사항에 대한 거부권(비토권)을 주기로 했다. 당초 25%의 비토권 지분율을 15%로 낮추기로 한 것. GM이 GM대우에서 자본을 철수할 때도 2대 주주인 산은의 동의를 거치게 됐다.

또한 보통주 이외에 GM이 대우자동차 인수 시 발행한 우선상환주에 대해서 2017년까지 상환하지 못할 경우 GM 본사에서 상환을 보장키로 했다. 이에 따라 GM대우가 매년 5000억 원 이상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면 그 손해는 GM이 안게 됐다. 원리금과 배당금을 포함한 상환금액은 2조 3000여억 원으로 우선주는 32만 5414주다. 우선주는 2012년부터 5년 동안 상환해야 한다.

이와 관련, 김영기 산은 부행장은 "GM대우가 영업이익을 하나도 내지 못할 경우에는 미국 GM이 2조 3000억 원을 부담하게 된다"며 "GM이 GM대우의 생산물량을 줄이지 못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GM대우 기술권 일정 확보

GM은 GM대우 기술권에 대해서도 자회사인 GM대우에 제공하겠다고 합의했다. GM대우는 지금까지 자동차를 생산해 판매할 때마다 GM에 기술사용료(로열티)를 지급했다. 산은은 이런 불공정한 비용분담협정을 개정해 GM이 철수하더라도 GM대우가 스스로 자동차를 만들 수 있도록 요구해 왔다. 이번 합의를 통해 GM대우는 자체적으로 일정한 기술권을 얻게 된 것이다.

이번 합의서 체결에 대해 팀 리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이번 합의로 GM대우의 장기 발전을 보장하게 돼 기쁘다"며 "우리는 한국에서뿐 아니라 세계무대에서 GM대우가 성장하기 위한 적극적인 비즈니스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민유성 KDB 산은금융그룹 회장도 "GM의 GM대우에 대한 지원 의지를 확인할 수 있게 돼 기쁘게 생각하며, 앞으로도 GM대우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산은과 GM은 진정한 협력 동반자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GM대우 준중형 세단인 라세티 프리미어(수출명: 시보레 크루즈 Chevrolet Cruze)가 미국 유력 자동차 전문 기자와 디사이시브 미디어(Decisive Media) 편집진이 선정한 ‘올해 최고의 도시형 차(Urban Car of the Year)’로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GM대우 준중형 세단인 라세티 프리미어(수출명: 시보레 크루즈 Chevrolet Cruze)가 미국 유력 자동차 전문 기자와 디사이시브 미디어(Decisive Media) 편집진이 선정한 ‘올해 최고의 도시형 차(Urban Car of the Year)’로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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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이 양보한 배경은?

지난해 10월 프리츠 헨더슨 GM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GM대우 부평공장을 방문해 "중국시장도 중요하지만, 한국공장의 생상능력도 계속 늘려나갈 계획이고 신차 개발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음에도, 산은은 당시 만기가 도래하는 대출금 1258억 원을 회수하기로 했다.

당시 민유성 산은 행장은 "GM의 강력한 자구노력을 요구하며,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대출금을 회수하겠다"는 초강수를 뒀다. 당시 산은은 GM대우에 대해 ▲ 유상증자 규모 확대 ▲ 대출금 지급 보증 ▲ 국내 개발 차량의 라이선스 공유 ▲ 5년 동안 생산물량 보장 ▲ 공동 최고 재무책임자를 통한 산은의 경영참여 등을 GM 측에 요구했다.

이번 합의를 통해 산은은 그동안 요구해온 사항 중 70~80%를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 표면적으로 협상은 산은의 완승이다. 이로 인해 GM이 산은의 요구를 거의 수용해준 또 다른 사정이 있지 않겠냐는 불편한 시각도 뒤따른다. 이런 시각의 근저에는 GM이 GM대우의 산은 잔여 회전대출 총1조 1262억 원을 최근 전액 상환했기 때문이다. 잔여 회전대출은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상환해도 되는 것인데도, GM대우는 글로벌 기업인 GM과 그 계열사로부터 통상 3개월마다 받던 물대(판매대금)를 앞당겨 받아 상환했다.

이를 놓고 볼 때 GM이 일단 부채를 줄였지만, 내년 신차 7개 종 투입을 앞두고 노후 라인 교체 등으로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처지이기 때문에 산은으로부터 저리의 대출을 추가로 받기 위한 수순 아닌가, 하는 의혹의 시선도 일각에서는 보내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산업은행, #GM대우, #GM, #라이선스, #우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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