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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가. 당신이 여기 왜 와!" "못 들어가게 막아!"

 

비난이 빗발쳤다. 12일 오후 야4당과 시민사회단체는 서울광장에서 '국민혈세 날치기 MB 독재심판 결의대회'를 열었다. "함께 뭉쳐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자"고 벼르는 자리였다.

 

그런데 뜻밖의 손님이 결의대회장을 찾았다. 바로 이재오 특임장관이었다. 농성장은 일순간 술렁거렸다. 야당 당직자들 사이에서는 "물러가, 당신이 왜 와", "못 들어가게 막아"라는 고성이 터져 나왔다.

 

당시 천막에서 회의를 하고 있던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 장관의 방문 소식을 듣고 "4대강 예산, 법안들을 날치기 하고 무슨 낯으로 여길 오느냐, 4대강 예산을 삭감하고 날치기 법안을 파기하고 오라"고 쏴붙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장관은 결국 손 대표를 만나지 못했다. 대신 이낙연 민주당 사무총장이 나서 "4대강 예산과 날치기 법안의 무효화를 약속하지 않으면 만날 수 없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 장관은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냐"며 "만나야 약속을 하던가 하지"라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결국 발길을 돌리는 이 장관 뒤로 시민들이 따라 붙었다. 서울광장에서 맞은 편 대한문 쪽으로 길을 건너던 이 장관을 향해 "이거나 해"라며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내리는 시민도 있었다. 딱딱하게 얼굴이 굳은 이 장관은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2012년 12월 한나라당 정권 정리해고해야"

 

이재오 특임장관의 방문으로 한 차례 소란이 빚어졌지만 결의대회는 차질없이 진행됐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의 예산 날치기 과정을 하나하나 따져보면 예산과 법안이 급해서 날치기 처리한 게 아니다"라며 "날치기 처리를 통해 '국회가 무슨 힘이 있어', '국민들 입 조심해!', '언론들 어떻게 할 거야!'라며 (나라를) 독재치하로 몰아넣고자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복지를 얘기하면서 반드시 하겠다던 양육수당, 결식아동의 무상급식 예산은 온데간데없다"며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 세력은 보수가 아니라 권력을 이용해서 사익을 추구하는 사악한 집단"이라고 비판했다.

 

결의대회장에서는 야권의 연대 의지도 확인됐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이명박 정권을 퇴진시켜야 한다"며 "큰 기회인 2012년이 올 때까지 야당이 힘을 모아 내년 1년 동안 내 것 네 것 없이 함께 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의대회 현장에 함께한 200여 명의 활동가와 시민들은 큰 환호로 답했다.

 

이재정 국민참여당 대표를 대신해 나온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 원장은 "예산안·파병 동의안 날치기에 매국적인 한·미 FTA 협상은 정부와 한나라당이 마음씨가 나빠서가 아니라 무능해서 한 일"이라며 "무능하다면 끌어내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 원장은 "우리는 2012년 4월에 한나라당을 국회에서 해고하고, 12월에 한나라당 정권을 정리해고하는 것이 유일하게 할 일"이라며 "야5당이 정권교체를 위한 상설연대기구를 만들어 예산안 날치기 등으로 함께 싸워나간다면 국민들이 야당의 투쟁에 함께 해 줄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2012년 총선 포기한 한나라당에 뜨거운 맛을 보여줘야"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여성단체연합 남윤인순 상임대표는 "토건예산은 날치기하고 아이들 위한 예산을 삭감한 한나라당은 2012년 총선을 포기한 것 같다"며 "2012년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뜨거운 맛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의 의지를 다지는 야4당에게 무거운 숙제가 내려지기도 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야4당은 국민들을 감동시킬 카드를 내놔야 한다"며 "야당 국회의원들은 집단적으로 의원직을 내던지고 장외 투쟁하면서 국민 여론을 확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후 야4당 대표 등 결의대회 참가자들은 서로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들은  "함께 가자 이 길을"을 한 목소리로 부르며 대회를 마쳤다.

 

한편, 손학규 대표는 결의대회에 앞서 '날치기 무효 국민 걷기대회'를 진행했다. 걷기대회는 서울광장에서 시작해 광화문 세종대왕상을 거쳐 보신각을 돌아 다시 서울광장으로 돌아오는 코스로 이어졌다. 세종대왕상 앞에 다다른 손 대표는 한나라당의 예산안 단독 처리를 막지 못한 데 대한 사죄 뜻으로 큰 절을 올리기도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500~600명 가량의 시민들이 걷기대회에 함께 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늘어 함께 걷는 사람이 늘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같은 호응에 탄력을 받은 손 대표는 13일 오전 11시 45분 출정식을 갖고 2차 걷기대회를 열 계획이다.


태그:#야 4당 결의대회, #이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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