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지역 교육·시민·사회단체들이 오는 21일 실시될 예정인 중학교 1-2학년 대상 전국연합학력평가, 일명 일제고사의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교조충남지부와 공주교대·공주사범대 총학생회,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 충남지역 33개 단체로 구성된 '충남희망교육연대'는 20일 오전 충남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이 촉구했다.
충남교육청은 오는 21일 중학교 1·2학년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실시한다. 이번 평가는 지난 2007년 전국 시·도 교육감협의회에서 합의한 이후 2008년부터 시행해 오던 평가로, 올해는 대구교육청이 문제를 출제해 전국 시도교육청이 주관해 실시된다.
이에 대해 충남희망교육연대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충남교육청은 이번 일제고사를 위해, 출제분담금과 문제지 및 답안지 인쇄, 전산비용 등으로 모두 8944만 여 원을 지출할 예정"이라며 "서울과 경기, 강원, 전북, 전남, 광주 등 6개 교육청은 이번 평가 자체를 실시하지 않고 있고, 부산은 원하는 학교만 따로 실시하는 상황에서 이는 '예산낭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21일은 각 학교별로 기말고사가 막 끝나고 방학을 준비하는 시기"라면서 "학생들은 기말고사로 지쳐 있고, 교사들은 성적처리 및 생활기록부 작성 등으로 바쁜 시기에 또 시험을 보게 하는 것은 교사나 학생들에게 모두 가혹한 형벌과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기말고사에 지친 학생들이 내신 성적에도 반영되지 않는 일제고사를 건성으로 치르는 경우가 허다하고, 16개 시·도간 학력격차를 확인하기 위해 실시한다는 목적과는 달리 전국 6개 교육청이 실시하지 않는 이러한 일제고사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심지어 평가결과가 내년 2월에 통지되기 때문에 교육적 활용도도 전무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다만, 각 학교장들은 이번 시험이 교장평가에 반영되고, 학교 간 서열을 확인하는 자료로 확인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면서 "학교장들의 불안은 고스란히 교사들과 학생들에게 투영되어, 목적도 불분명한 이번 시험이 과중한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 청렴도 전국 꼴찌를 기록했고, 내년 채무액이 무려 1334억 원이나 되는 충남교육청이 지금 해야 할 일은 교육행정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심각한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라면서 "교육적 활용이 전무한 일제고사에 도민의 혈세를 낭비하지 말고, 당장 일제고사 실시계획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규탄발언에 나선 중1 학부모 이상미(희망꿈학부모회 대표)씨는 "이번에 실시되는 일제고사는 아이들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시험으로 학부모 입장에서는 찬성할 수가 없다"면서 "학교 간, 학생 간 줄 세우기만 하는 일제고사는 당장 취소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내영 어린이책 시민연대 대표도 "공부는 스스로 재미있게 하는 공부가 성취도가 높은 것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즐겁게 공부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만드는 게 교육청이 해야 할 책무가 아니냐"면서 "그렇지 않아도 바쁜 우리 아이들에게 시험 스트레스를 주어 학교가 싫어지게 해서야 되느냐"고 꼬집었다.
반면,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충남교육청은 이례적으로 이날 '중1·2 전국연합학력평가에 대한 충남교육청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충남교육청은 "이번 전국연합학력평가는 3월 출발점의 학습진단 평가에 이어 1년간 공부한 내용에 대한 12월 도달점의 학업성취수준을 확인하기 위해 실시하는 평가"라면서 "2007년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합의하여 2008년도부터 16개 시·도교육청이 동시에 실시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평가는 학업성취수준을 확인하고 학습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평가로서, 이러한 평가를 통해 학생은 자신들이 1년 동안 학습한 결과를 알고, 학교는 내년도 학교교육과정 편성운영의 귀중한 자료를 확보하게 되는 것"이라며 "이러한 자료를 갖게 된다는 것은 학교를 위해서든 학생을 위해서든 충분한 교육적 효과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특히, 충남교육청은 "2월에나 평가결과가 나온다는 충남단체들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늦어도 내년 1월 8일 이전에 각 학교별로 발송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충남교육청은 "이번 평가결과에 대해서는 16개 시·도교육청 간에 아무런 비교자료도 생성하지 않으며, 중학생들의 전국적인 순위를 생성한다는 것은 더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주장은 억지"라면서 "교사들의 업무부담은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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