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란 나에게 있어서 어떤 의미이고 어떤 존재일까?
그리고 친구에게 있어서 나는 어떤 존재이고 의미일까?
2010년도 어느덧 십여일을 남겨두고 시계의 초침처럼 부지런히 지나가고 있다. 매년 연말만 되면 이런저런 모임들이 많은 나에겐 바빠지는 시기이기도하다. 나는 낚시, 여행 등 여러가지 다양한 모임에 나가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동갑내기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하며 추억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70년 개띠들의 추억만들기)모임은 편안하게 여행을 하며 어울릴 수 있는 그런 모임이다.
지난 12월 초, 서울과 경기도에 거주하는 친구들을 위주로해서 송년모임을 마쳤는데, 지방에 사는 친구들이 혹시나 서운해 하지 않을까 싶어 부산, 대구, 포항, 진주, 충주, 청주, 원주 등 지방에 살고 있는 친구들과 함께 지방송년회를 대구에서 갖기로 하고 금요일(17일) 오후 대구로 출발했다.
3시간을 달려서 송년모임장소인 대구에 도착했다. 그동안 온라인에서만 만나던 친구들을 오프라인에서 만나게 되면 서먹할 줄 알았다. 그런데 몇 마디의 대화가 오고가지 않았음에도 이미 몇 십년을 같이 지내 온 친구들처럼 친숙했다. 이것이 바로 동갑내기친구들의 특징이고 장점인가보다.
70년 개띠들의 추억만들기 카페가 만들어지고, 불과 3개월이라는 기간만에 이렇게 지방에서도 송년모임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을 못했다. 몇 년이 지나고 난 뒤에나 가능할것으로 예상을 했었다.
역시 동갑내기친구들이라는 동질감 때문에 지방에서도 송년회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카페가 만들어지고 지금까지 무려 90여명에 가까운 좋은 친구들이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은 마음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문득 오늘따라 가수 안재욱의 노래 "친구"의 노래가사가 떠오른다.
친구(안재욱:가사일부중에서)괜스레 힘든 날 턱없이 전화해 말없이 울어도 오래 들어주던 너 늘곁에 있으니 모르고 지냈어 고맙고 미안한 마음들 사랑이 날 떠날땐 내 어깰 두드리며 보낼 줄 알아야 시작도 안다고 얘기하진 않아도 가끔 서운케 해도 못 믿을 이세상 너와 난 믿잖니언제든 힘들 때 곁에서 위로해주고 같이 해줄 고마운 친구들. 그동안 지방이라는 특성상 한번 모이기가 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거리가 먼곳에서도 참석해주었다. 특히진주시에 사는 친구도 참석을 했는데, 진주시는 경상남도에서도 전라도와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어 이번 송년모임장소인 대구에서도 상당히 멀다.
그런 곳에 사는 친구가 버스를 타고 택시까지 갈아타면서 2시간 넘게 달려와 준 것이다. 그리고 멀리 강원도 원주, 충청북도 충주와 청주 경남 김해, 경북 포항, 부산광역시에 살고 있는 친구들도 모든 일을 제쳐두고 친구들과 함께하는 송년모임을 위해서 참석했다.
다른 송년모임으로 주말에 바쁜 친구들을 위해서 금요일에 하게 되었으며 부산, 김해, 포항에서 퇴근하고 참석하는 친구들을 위해서 모임시간을 7시30분으로 정하였으나 연말연시 주말을 앞두고 길이 많이 막혀 늦은 저녁을 먹게 되었다.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처음으로 먹는 저녁밥은 마치 구수한 된장찌개의 맛처럼 달고 맛있었다.
저녁밥을 먹고 친구들의 노래실력을 알고싶어 노래방으로 향했다. 송년회 때 가게 되는 뻔한 코스이지만 친구들과 술 한 잔 기울이면서 즐기는 노래방이 기대가 됐다. 온라인상에서 자주 보았던 친구들이지만 오프라인에서는 처음 본 것이기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또 술 한 잔 마시고 난 뒤 모습들이 궁금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술을 마신 뒤 다소 긴장감이 많이 풀어진 상태에서의 모습들은 어떨까? 어떤 이가 말하기를 상대방을 제대로 자세하게 알아보려면 3가지(목욕탕, 고스톱, 술)을 같이 해보면 알 수 있다고 하는데 역시 친구들이 매너있고 멋지게 잘 논다.
결혼한 여자친구들이 귀가시간을 재촉하는 전화를 받고 하나, 둘 집으로 사라진다. 서울에서 함께 내려 온 친구들과 부산과 김해에서 올라 온 친구 그리고 대구친구들이랑 3차로 대구의 유명한 맛집을 찾아 나섰다. 노래를 하고 춤을 추며 놀다보니 언제 저녁밥을 먹었냐는 듯이 배가 고프다.
대구 친구들의 추천으로 찾아 나선 곳은 송학구이집이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여느 식당과 별반 다르지 않다. 밑반찬들이 다소 많이 나오고 조그마한 접시에 생고기가 나오는데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는 구이판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순간 당황스러워 하고 있는데 대구에 사는 친구가 육회라고 가르쳐준다. 가격이 좀 비쌌지만, 색다른 맛이었다. 밤참까지 든든하게 먹고 피곤함을 달래기 위해서 친구들과 함께 찜질방으로 향했다.
친구들과의 아쉬운 만남을 뒤로하고 또다른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강원도 원주로 향했다. 처음부터 원주에 사는 친구들을 만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온라인상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고마운 친구들을 올해가 가기 전에 꼭 한 번은 만나보리라는 생각을 갖고 있던 터라, 대구에서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해 올라가는 길에 원주에 들르기로 한다.
우선 가장 멀리 평창군에 사는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본다. 그리고 원주에 사는 친구들에게도 전화를 걸어서 시간이 되는지 확인해본다. 속으로는 혹시 주말이라서 다들 바쁘다고 하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원주와 평창에 사는 친구들이 흔쾌히 다들 시간을 허락해주었다.
저녁밥을 먹고난 뒤 원주친구들이 차를 한 잔 마시러 가자고 한다. 몸은 피곤하지만 힘들게 시간을 내서 나와 준 고마운 친구들의 성의를 생각해서 뒤따라나선다. 원주에 사는 친구들에게 저녁밥을 맛있게 얻어 먹은 터라 커피 한 잔이라도 고마운 친구들을 위해 사기로 마음을 먹고 굽이굽이 오르막 산길을 올랐다. 원주시내의 야경이 발아래 펼쳐진다. 서울야경처럼 화려하거나 웅장하지는 않지만 시골도시답게 야경도 소박하다.
커피를 사려고 했건만 이미 친구들이 계산을 했다고 한다. 멀리서 찾아와준 친구들에게 대접을 하는 것이란다. 돈을 떠나서 친구들의 마음 씀씀이가 너무 고맙다. 오래 친구들과 함께 있고 싶었지만 피곤함과 다음날 업무 때문에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서울로 향한다. 서울로 올라 오는 차 안에서 나도 모르게 어느새 가수 안재욱의 노래 '친구'를 흥얼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