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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드에 그늘을 만들기 위해 설치한 약 2억짜리 '스탠드 그늘막'. 그러나 정작 스탠드에는 그늘이 생기지 않습니다. 이 사진은 공사 뒤 태양의 남중고도가 높은 9월 초 한낮에 찍은 사진입니다. 남중고도가 낮은 겨울에는 더욱 그늘이 생기지 않습니다.
 스탠드에 그늘을 만들기 위해 설치한 약 2억짜리 '스탠드 그늘막'. 그러나 정작 스탠드에는 그늘이 생기지 않습니다. 이 사진은 공사 뒤 태양의 남중고도가 높은 9월 초 한낮에 찍은 사진입니다. 남중고도가 낮은 겨울에는 더욱 그늘이 생기지 않습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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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저는 '방학 때 새단장한 교실 토할 것 같아요'를 통해 학교 공사가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알린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기사가 나간 뒤에도 여전히 부실하게 진행된 공사에 대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그동안 학교에서 지켜본 학교 공사들의 문제를 몇 차례에 걸쳐 써 보려고 합니다.

제가 그동안 살펴본 바로 학교 공사에 나타난 문제점은 크게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학교 공사가 정작 교사들 의견 수렴없이, 교사들 모르게 진행이 되는 것이 많다는 점입니다. 제 경험으로 볼 때도 방학 때가 되면 으레 관리자한테 일방적으로 '이번 방학 때 무슨무슨 공사를 하니까 교실에 귀중품을 두지 마라'는 식의 통보받습니다.

둘째, 관리자들이 학교 공사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따오려고 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다 보니 시설하는 연도를 거짓으로 보고하거나, 고장이 난 부분만을 강조해서 서류를 작성해서 공사를 따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셋째, 개학한 뒤까지 공사 뒷마무리가 깨끗하게 안 된다는 것입니다. 분명 공사를 입찰할 때 뒷마무리까지 깨끗하게 하는 것을 조건으로 공사비를 책정했을 텐데, 공사하고 남은 자재더미 속에서 먼지 뒤집어 써가며 청소를 한 건 늘 교사와 아이들이었습니다. 개학을 한 상태라, 마무리할 때를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어서, 교사와 아이들이 나선 것이었습니다.

넷째, 이상하게도 학교 공사는 부실하다는 것입니다. 공사 뒤에 문제가 많이 생깁니다. 다섯째, 학교 공사의 문제 중 가장 큰 것은 공사 뒤에 문제가 생겨도 아무도 A/S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또한 교사들이 A/S를 요구해도 웬일인지 관리자가 A/S 신청을 하지 못하게 말립니다. 그리고 하자 보수공사를 한다 해도 제대로 하는 법이 없습니다.

여섯째, 학교 공사의 최종 문제점이기도 한데, 문제가 생겨도 그 자리만 떠나면 그만,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뜨거운 한낮에도 햇빛 못 가리는 '스탠드 그늘막'

ㅊ초등학교의 스탠드그늘막 공사한 모습. 올 여름에 약 1억 원을 들여 한 공사지만, 역시 스탠드에 그늘이 지지 않습니다.
 ㅊ초등학교의 스탠드그늘막 공사한 모습. 올 여름에 약 1억 원을 들여 한 공사지만, 역시 스탠드에 그늘이 지지 않습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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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초등학교 스탠드 그늘막 모습. 보기에 꽤 웅장해 보이지만, 역시 그늘이 지지 않습니다.
 ㅅ초등학교 스탠드 그늘막 모습. 보기에 꽤 웅장해 보이지만, 역시 그늘이 지지 않습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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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에선 지난 여름 방학 동안 '스탠드 그늘막' 공사를 했습니다. 이 공사 역시 교사들은 아무도 몰랐고, 여름방학 즈음에 관리자한테 일방적으로 통보를 받았습니다. 왜 스탠드 그늘막 공사를 하게 된 것인지 교사들은 알 도리가 없었습니다. 학교에 물어보니 서울시에서 필요한 공사를 신청하라고 해서 학교에서 신청한 것이 '당첨'돼 하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지난 11월 10일 공사 진행 과정에 대해 강동교육지원청에 '공개정보청구요청'을 했고, 일주일 후인 11월 17일 다음과 같은 답변을 받았습니다.

가. 학교에서 서울시에 신청하여 서울시에서 학교를 선정하고 서울시 교육청으로 예산이 배정되었으며,
나. 공사업체 선정과정은 시설공사입찰공고를 통하여 경쟁입찰로 선정되었으며,
다. 공사시공업체는 △△△△이며,
라. OO초 예산배부액은 금193,561천원이며, 준공정산금액은 금18,854천원이며...

이번 공사는 스탠드에 그늘막을 설치해서 아이들이 앉아서 놀 때나 공부를 할 때 햇빛을 가려주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래서 이름도 '스탠드 그늘막'입니다. 그러나! 그늘막 공사를 해도 스탠드에는 그늘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태양의 고도가 낮은 아침 저녁에는 어쩔 수 없다쳐도 적어도 햇빛이 가장 뜨거울 때인 한낮(11시부터 2시정도)에는 햇빛을 가려줄 수 있어야 그늘막 아닌가요?

하지만 태양이 가장 높은 곳에 떠 있는 남중 시간에도 스탠드에는 그늘이 없습니다. 태양의 남중고도가 높은 9월에는 스탠드 가장 윗부분에 겨우 그늘이 졌지만, 남중고도가 낮은 12월에는 아예 그늘이 없습니다. 구조로 볼 때 그늘이 생길 리가 없습니다.

지붕이 하도 높고 기울기가 적어서 비가 올 때 비도 막아 주지 못합니다. 소낙비는커녕 웬만한 가랑비도 막아주지 못할 지경입니다. 스탠드에 그늘을 만들어주기 위해 2억여 원을 들였는데 그늘을 만들어 주지 못한다면, 이 스탠드 그늘막은 본래 목적을 벗어난 한낱 2억 원짜리 조형물에 불과합니다. 2억 원이라는 돈을 쓸데없이 날려버린 셈이 됩니다.

책임자 없는 '부실공사'... 누가 책임 좀 지세요

제가 보기에 이 스탠드 그늘막 공사는 '하자'가 아닙니다. 부실 입찰에서 생긴 문제입니다. 스탠드 그늘막 공사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스탠드에 그늘이 생기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서울 지역의 하지와 동지 때 남중고도를 살펴보고 그에 따른 기둥의 높이와 지붕의 넓이, 각도가 나와야 하고 그에 맞게 자재의 종류를 따져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교육청이 공고한 입찰 제안서(11월 22일 강동교육청에 2차로 관련 정보공개를 요청해서 12월 2일 답변을 받음)를 살펴보면, 가장 중요한 그늘이 생기는 기본 요건에 대해서는 전혀 제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 다음 문제는 스탠드에 그늘이 생기지 않았는데도, 교육지원청 담당자는 공사가 다 끝나지도 않은 8월 19일자로 준공검사를 끝냈다는 것입니다. 이후 개학한 뒤 교사들이 새로 만든 그늘막에 그늘이 안 생긴다고 행정실과 관리자에게 숱하게 얘기를 했는데도, 아직까지 학교 측에서는 업체측에 재공사를 요청하지 않고 있는 상태입니다. 교육지원청에도 지금까지 재공사 요청을 해 온 학교가 없다고 합니다.

우리 학교의 경우, 당시 공사 관리감독 책임자였던 교장선생님은 정년퇴직으로 학교를 떠났습니다. 역시 이 공사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행정실장도 지난 9월 갑자기 다른 학교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지난 9월 1일자로 새 교장선생님과 행정실장이 부임해 왔는데, 이 분들도 '스탠드 그늘막'이 제 기능을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분들은 지금까지도 교육청측에 보수공사를 요청하지 않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스탠드 그늘막 천정이 벌어져 있습니다. ㅅ초등학교 스탠드 그늘막 역시 그늘이 생기지 않을 뿐더러 공사한 지 얼마되지 않아 군데 군데 사이가 벌어져 있습니다. 비가 오면 이 사이로 비가 샐 게 뻔합니다.
 스탠드 그늘막 천정이 벌어져 있습니다. ㅅ초등학교 스탠드 그늘막 역시 그늘이 생기지 않을 뿐더러 공사한 지 얼마되지 않아 군데 군데 사이가 벌어져 있습니다. 비가 오면 이 사이로 비가 샐 게 뻔합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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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드에 그늘을 만들어 주려고 시작한 공사가 그늘을 만들어주지 못한 채 나랏돈 2억 원을 고스란히 없앴는데도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습니다. 작년에 공사한 학교에도 역시 그늘이 안 생깁니다. 그늘이 안 생기는 것도 모자라, 이곳 저곳 지붕을 이어붙인 판과 판 사이가 벌어져서 올려다 보면, 하늘이 보이기도 합니다. 처음부터 잘못 만든 '이런 시설물'에 보수공사한다고 돈을 자꾸 들이고, 보수공사로 안되면 다시 다 뜯어서 새로 공사하겠지요?

제가 볼 때 '스탠드 그늘막' 공사는 처음부터 부실공사였습니다. 스탠드 그늘막을 만드는 데 들인 2억 원이면, 우리 학교 아이들에게 1년동안 무상급식을 하고도 남습니다. 더 화가 나는 건 지금까지 학교에서 하고 있는 공사 중에 하지 말아야 했을 부실공사가 '스탠드 그늘막' 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현재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가 '무상급식을 하면 학교환경개선을 하지 못해서'라고 하는데요. 오세훈 시장은 이런 부실공사에 돈을 쓰는 것이 좋은지, 무상급식에 돈을 쓰는 것이 좋은지 곰곰히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서울시 '학교 스탠드 그늘막 공사'와 관련된 서울시 학교환경개선관련 담당자, 해당교육지원청 담당자, 해당학교 전현직관리자들에게 거액의 혈세를 들여 만든 '그늘이 안 생기는 그늘막 공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를 묻고 싶습니다.


태그:#학교공사문제, #스탠드그늘막공사, #학교부실공사, #서울시학교환경개선사업, #무상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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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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