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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연평부대가 20일 해상 사격훈련을 진행했지만, 우려했던 북측의 대응 공격은 없었다. 북측은 우리 군의 사격 훈련 재개 방침에 대해 이미 여러 차례 대응 타격을 공언해왔기 때문에 한반도는 20일 내내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 놓여 있었다. 하루 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연평도 사격훈련 계획과 관련해 긴급회의를 연 것도 남북 양쪽의 무력충돌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이 때문에 사격 훈련이 끝난 후 2시간 30분 만에 나온 북측의 "일일이 대응할 일고의 가치도 느끼지 않는다"는 공식 반응은 다소 의외로 느껴진다. 이날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명의의 '보도'를 통해 "우리 혁명무력은 앞에서 얻어맞고 뒤에서 분풀이하는 식의 비열한 군사적 도발에 일일이 대응할 일고의 가치도 느끼지 않았다"고 밝혔다. 북측의 반응은 당장은 대응공격을 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듯하지만 전문가들은 그 속내를 유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미 간 대응태세 갖춰진 상황에서 군사적 충돌 발생 시 북이 불리

 

가장 먼저 연평부대의 사격훈련에 대해 북한군이 즉각 대응하지 않았던 이유는 한미 간의 대응태세가 충분히 갖춰진 상황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북한이 불리하다는 점을 북한 스스로 잘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일 사격 훈련이 진행될 때, 북한의 도발에 대비 즉각적인 보복 타격이 가능한 우리 공군과 해군 전력이 연평도 근해에 전개되어 있었고, 주한 미군 20여 명도 참가해 단위부대의 사격훈련 강도를 훨씬 넘는 군사대비 태세가 갖추어져 있었다.

 

특히 연평부대의 K9 자주포는 단 한 대만이 사격훈련에 참가해 4발의 포탄을 쏘았을 뿐, 나머지 자주포와 현지에 증강 배치된 다연장로켓시스템(MLRS) 등은 북측의 대응사격에 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는 북측이 연평도에 포격을 가해오는 등의 추가 도발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미국의 민간연구기관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한반도 전문가인 래리 닉시 박사는 20일 자유아시아 방송에 출연해서 "이번에 북한이 즉각 대응이 없었던 이유는 한국군이 북한이 지난 11월 연평도 포격과 같은 반응을 보일 경우 F-15 전투기에서 공대지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는 등 육·해·공군의 자위권을 발동해 즉각 응징할 준비가 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외교적 부담 또한 북한의 대응을 가로막는 요인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80여 명의 내·외신 취재진뿐만 아니라, 유엔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참관단이 연평도에 들어가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군사적 공격을 가할 경우 국제적 비난을 집중적으로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고려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용섭 국방대 교수는 "연평도 포격 사태로 북한에 대한 국제적인 여론이 좋지 않은데다, 우리 영해 내에서 하는 예고된 사격훈련에 섣불리 도발할 경우 거센 비난이 일 것을 우려한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미국 전력정보 분석업체 '스트랫포'(www.stratfor.com)가 지난 17일 자신들의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사격훈련과 한반도의 새로운 긴장'이라는 보고서도 주목해볼 만하다. 스트랫포는 북한의 대응이 없었던 이유로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스트랫포는 먼저 북한의 불시 공격 경향을 꼽았다. 지난달 23일 연평도 포격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한국이 이미 몇 주 전부터 사격훈련을 공언했고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서 북한이 불만 표시 수준을 넘어 공격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6자회담 재개 위한 외교적 움직임 활발히 진행 중

 

두 번째 근거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외교적 움직임이 활발한 상황이 지목했다. 스트랫포는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가 평양을, 성 김 미국 6자회담 특사와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 국무부 부장관이 각각 한국과 중국을 방문하는 등 지난 몇 주 동안 6자회담국들 사이에 대화가 활발히 진행 중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마지막 근거는 한국이 대응공격을 받을 경우 이번에는 자위권을 발동해 반격한다는 것을 북한도 예상했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북한의 군사적 반응이 바로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들도 나오고 있다. 북한이 이번 사격훈련과 관련해 여러 차례 대응공격을 대내외에 천명한 이상 자신의 공언을 실행에 옮길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북한이 "한계 없는 우리 혁명무력의 2차, 3차 강위력한(강력한) 대응타격이 미국과 남조선 괴뢰 호전광들의 본거지를 청산하는 데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한 것을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류길재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말로써 한국의 연평도 사격 훈련에 대해 무자비하게 보복하거나 한국 내륙지역을 공격까지 암시하는 발언으로 우려를 자아낸 것을 미뤄, 예상하지 못한 장소와 대상에 대한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때문에 군 당국은 연평도 사격 훈련이 끝난 이후에도 서북도서와 김포 지역에 1급 경계태세 '진돗개 하나'를 유지하면서 한·미 정찰자산 등을 동원해 강화된 대북감시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장 교전 벌어지진 않겠지만 큰 틀서 상황 파악할 필요 있어..."

 

군은 공동경비구역(JSA) 및 군사분계선(MDL)에서의 북한군이 도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21일 오후 열리는 서부전선 최전방 애기봉 성탄 트리 점등식에 대해 전날 북한 <노동신문>이 "대형전광판에 의한 심리모략전은 새로운 무장충돌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망동"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천안함 사건 이후 군 당국이 대북군사조치의 일환으로 심리전 재개 방침을 밝히자, 북한 조선인민군 전선중부지구사령관은 지난 5월 24일 '남조선의 역적패당에게 보내는 공개경고장'을 통해 "심리전 수단을 새로 설치하면 그것을 없애버리기 위한 직접조준 격파사격이 개시될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실제로 군 관계자에 따르면 애기봉 전방의 북한군은 최근 평상시보다 많은 병력이 나와 정찰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곳에서의 성탄 트리 점화는 지난 2003년을 끝으로 중단됐다가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최근 점등식을 하겠다는 뜻을 밝혀 군 당국이 허가한 상태다.

 

김포시는 애기봉 전망대에서 200여m 떨어진 가금리 2개 마을에 공무원들을 파견, 북측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고 북한의 보복 공격시 이들 마을 50여 가구 주민 160여 명을 인근 김포대학과 복지회관 등으로 대피시킬 계획이다.

 

외교·안보 전문지 김종대 <디앤디포커스> 편집장은 "남북한 간에 당장 교전이 벌어지지는 않겠지만 예측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큰 틀에서 상황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편집장은 "북한은 올해 들어 세 차례에 걸쳐 NLL 남쪽 해상으로 포 사격거리를 남하시켜왔다"며 "포탄의 남하 주기도 3~5개월로 굉장히 체계적이었고, 지난달 23일에는 연평도까지 닿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북한은 올해 1월 27일 서해 백령도 인근 NLL을 향해 3차례에 걸쳐 100여 발의 해안포와 방사포 등을 발사했다. 당시 북한군이 쏜 포탄 중 30여 발은 NLL에서 불과 2.7㎞ 떨어진 해상에 떨어진 것으로 군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지난 8월 9일에는 북한군이 100여 발의 해안포를 남쪽으로 발사했고 이중 수십 발은 NLL 남쪽으로 떨어졌다.

 

김 편집장은 "궁극적으로 북한이 노리는 레드라인이 점점 남하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북한의 후계자 김정은의 생일인 1월 8일까지 '3대 세습'을 완결 짓고 새로운 영도그룹이 확고한 위상을 점하기 위해서는 대남 군사적 실적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군사적 긴장을 계속 고조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태그:#연평도 포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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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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