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청와대가 금강산 관광객 피살, 천안함 사건을 거치며 땜질했던 국가위기관리시스템을 또 한 차례 손보기로 했다.

 

청와대의 이번 시스템 개편으로 노무현 정부 시절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가 사실상 부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NSC에서 대통령실의 기존 국가위기관리센터를 수석급 비서관이 실장을 맡는 국가위기관리실로 격상하는 위기관리체계 개선안을 의결했다.

 

우리 정보당국이 북한의 연평도 공격 징후를 지난 8월에 감지하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음이 드러난 후 국가정보원과 기무사, 경찰 등에 산재된 정보들을 종합하고 분석할 정부 차원의 컨트롤파워가 있어야 한다는 비판에 대한 대응책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위기관리시스템은 위기정보상황팀(2008년 3월) → 국가위기상황센터(2008년 7월) → 국가위기관리센터(2010년 5월) → 국가위기관리실(2010년 12월)로 4차례 간판을 바꿔 달았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NSC 산하의 위기관리센터에 접수된 정보가 통일외교안보실장을 통해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됐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NSC가 폐지되면서 위기정보상황팀의 위상이 격하됐다. 대통령 직보 체제가 구축된 노무현 시절과 달리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상황팀장이 대통령실장 또는 외교안보수석을 거쳐서 대통령 보고가 이뤄졌다.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피살이 청와대에 보고된 후 1시간 50분이 지나서야 대통령에게 올라가는 '늑장 보고' 사태가 일어나자 청와대는 기존 조직을 외교안보수석 산하의 국가위기상황센터로 개편했다.

 

올해 3월 천안함 사건이 터지자 청와대는 이 조직을 국가위기관리센터로 또 개편했고, 김진형 해군준장을 센터장에 임명했다. 장성급의 센터장이 외교안보수석을 거치지 않고 대통령에게 직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위기관리센터에서 국가위기관리실로의 개편은 이 기구가 '24시간 상황 모니터링' 이상의 역할을 하게 된다는 걸 의미한다.

 

상황팀이 북한의 동태 점검 등 상시적인 모니터링을 수행한다면, 정보분석비서관은 이 정보를 분석해 북한의 기습공격이나 핵실험, 미사일 발사 등의 긴급 상황 가능성을 도출해내는 일을 맡게 된다.

 

위기상황 발생 시 초기대응을 지휘하는 역할도 기존의 안보특보에서 수석급의 위기관리실장이 맡게 된다. 위기관리실장이 대통령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도 참석하는 만큼 한층 힘이 실릴 전망이다. 기존의 외교안보수석실은 대통령의 정상회담 준비와 중장기적인 정책으로 역할이 다소 축소된다.

 

국가위기관리실은 노무현 정부 시절의 NSC 사무처 구조를 여러 가지 점에서 빼닮았다. 위기관리실장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운영간사를 맡게 되고, 인원도 2008년 15명에서 30명으로 2배나 늘어나게 된다.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은 기자들로부터 "국가위기관리실이 NSC 사무처의 부활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자 "제가 기다리던 질문이었다"며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헌법 91조(NSC 관련)를 포함해 국내의 어느 법령에도 NSC 산하에 사무처를 두도록 하는 규정은 없다. (이명박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법의 사무처 규정을 2008년 2월 삭제했다 - 필자주) 노무현 정부 시절 NSC 밑에 사무처를 두는 것은 정권의 자유지만, 당시 사무처는 국가외교안보 전략을 기획했고 정책을 결정했고 부처에 지시를 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규정은 법령 어디에도 없다. NSC 밑에 사무처를 만드는 것이 틀리다는 게 이명박 정부의 헌법해석이다. NSC는 대통령 자문회의체이기 때문에 이를 운영하기 위한 특정 비서관실 인원이 필요할 수 있지만, NSC 밑에 사무처가 들어서서 정책을 만들고 조율하는 것은 안 된다."

 

김 비서관은 "지난 정부에서는 외교안보수석실의 존재가 미미한 상황에서 NSC 사무처가 모든 외교안보업무를 관장했고, 이 때문에 누가 어떤 업무를 하는 지에 대한 혼선이 더 많았다"며 "이 정도의 업무 분담이면 앞으로 혼선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개편으로 국가위기관리실이 대북정책 등 외교안보정책의 컨트롤타워가 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국가위기관리실장에 대통령의 측근이 발탁될 경우 그의 정책 제언이 단순히 제언으로 그치지 않고 NSC 사무처장만큼의 파워를 발휘할 것이기 때문이다.


태그:#김태효, #NSC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