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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그에 대한 군의 대응훈련으로 남북 간 긴장국면이 조성된 것을 계기로 한나라당 내부에서 '대북정책의 전환'에 대해 연일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남경필 의원은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홍준표 "남북 대화 없는 것 반성해야 하지만 '위장평화'를 '옳다'고 하다니"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자료사진).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자료사진). ⓒ 남소연

23일 홍준표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정부가 비핵개방3000을 내걸고 북한과 적극 대화하려는 노력을 했는지 그 부분에 대해서는 반성을 많이 해야 한다"며 "박왕자씨 피살사건을 계기로 사실상 대북 대화창구는 단절됐고 (이후) 노력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 융통성 없이 한·미군사동맹에만 의존하는 정책을 현 것이 지금에 와서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홍 최고위원은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집행되는 부분에서 미흡한 점을 지적하는 듯했지만 "안보문제·국익문제에 부닥쳤을 땐 당파적인 접근이나 인기몰이로 적 앞에서 분열하는 건 옳지 않다"며 하루 전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나온 '대북정책 전환' 주장을 비판했다.

 

홍 최고위원은 "어제(22일) 회의에서 햇볕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신 분이 있는데 햇볕정책을 펼쳤던 지난 10년간은 '위장평화시대'"라면서 "10년간 북한에 퍼준 물자를 갖고 핵과 미사일을 개발했는데 그걸 어떻게 평화시대로 부를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최고위원은 이어 "북한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위장평화시대였는데 그 정책이 옳은 정책이었다라는 말을 한나라당 중진의원이 하는 것은 놀랍다"고 말했다. 하루 전 회의에서 '대북정책 변화'를 주문한 정몽준, 홍사덕, 남경필, 정두언 의원 중에서, 특히 남경필 의원에 비판의 초점을 맞춘 것. 당시 남 의원은 "과거정권의 햇볕정책, 포용정책이 일정의 실패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또 상당한 성과가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홍 최고위원은 "이 시점에서 정부가 대북 강경정책으로 몰고 가는 것을 두고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국익을 앞두고 당파적 입장이나 인기몰이 발언으로 정부정책의 추동력을 잃게 하는 발언은 삼가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홍 최고위원은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을 맡고 있는 남 의원이 '국회를 바로세우는 모임'의 일원으로 '물리력 동원 거부'를 선언하면서 한·미 FTA 재협정문 비준에 대해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해야 하며 절대로 물리력을 동원해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홍 최고위원은 "'여야가 합의하지 않으면 한·미 FTA를 상정하지 않겠다는 발언은 옳지 않다"며 "(미국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전) 한·미 FTA 협상이 가장 잘됐을 때에도 비준에 반대했던 반미 종북주의자들의 주장에 넘어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두언 "진도가 나가야 정책 아닌가, 대북정책 즉각 재검토해야"

 

당내에서 대북정책 전환 필요성을 제기하는 이들에 대한 홍 최고위원의 비판에 정두언 최고위원이 즉각 반론을 폈다. 정 최고위원은 러시아 출신 북한전문가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가 해외 언론에 기고한 글을 인용해 "정책이라는 것이 진도가 나가야 정책인데, (비핵개방3000은) 전혀 진도가 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정책으로서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 글은) 지금까지 진행된 결과를 보면 주변국들로부터 대한민국의 고립화가 심화됐고, 어떤 긴장의 고조가 심화됐다고 진단하고 있다"며 "어제(22일)도 말했지만 그냥 이대로만 가서야 되겠느냐, 재점검을 해보자는 차원에서 얘기했고, 그 시기는 즉각적으로라도 재검토와 재점검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최고위원의 비판에 정 최고위원이 다시 맞불을 놓으면서 논쟁이 고조되는 듯했지만 나경원·서병수 최고위원이 '대북정책과 같은 중요한 문제에 대해선 당 내부적으로 좀 정리된 뒤에 이야기하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진화되는 듯했다.

 

남경필 "이분법적 발언은 김정일이 원하는 것... 공개토론하자"

 

 남경필 외통위원장이 지난 23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홍준표 최고위원의 비판을 반박하고 있다.
남경필 외통위원장이 지난 23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홍준표 최고위원의 비판을 반박하고 있다. ⓒ 남소연

그러나 남경필 의원이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홍 최고위원의 비판에 대해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서 비핵개방3000에 대한 평가와 대북정책의 변화 필요성을 둘러싼 한나라당 내부의 논쟁은 더욱 뜨거워지는 양상이다.

 

남 의원은 "한·미 FTA와 한·EU FTA에 대한 찬반 여부를 별개의 것으로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은 상황에서 이것을 종북주의로 몰아붙이는 것은 집권여당의 최고위원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이분법적이고 이념대립적인 사고와 발언이 국론 분열로 이어지고, 이것이야말로 김정일 부자가 원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남 의원은 햇볕정책에 대해 "무력에 대한 통제가 되지 않은 채 북한에 일방적으로 줬기 때문에 이것이 북한의 무장을 도왔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지만, 큰 틀에서 남북관계를 화합과 화해로 방향을 잡은 것을 평가받아야 한다"며 "노태우 정부에서 시작된 대북 포용정책은 한나라당도 동의한 정책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우리 정부를 공격하는 사람들이 '비핵개방3000은 100% 폐기해야 한다'고 말하면 한나라당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북한에 일방적으로 퍼주기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성과가 있지만 '북한 리스크'를 적절히 제어하지 못한 것에 대해 '바꿔야 한다'고 말하면 합리적인 주장이 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남 의원은 또 "내가 어제(22일) 회의석상에서 얘기할 때 홍 최고위원도 같이 얘길 했더라면 당당한 토론이 됐을 텐데, 내가 없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얘길 하니 좀 당당해 보이지 못하다"며 "어제 할 수 있었던 얘길 최고위원의 자리를 빌어 늦게 제기하는 것은 정치 지도자가 되려는 분으로선 당당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남 의원은 "이런 문제들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토론회를 한번 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겠냐"면서 "언제든지 홍준표 최고위원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오늘 말한 부분에 대해 토론할 필요가 있다"고 '대북정책 논쟁 활성화'를 주장했다.


#홍준표#남경필#정두언#대북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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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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