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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 출입구에 "구제역 발생으로 축제를 연기한다"는 펼침막이 걸려있다. 송어축제는 지역민들에게 겨울철 중요한 수입원이었다.
▲ 평창송어축제 행사장 행사장 출입구에 "구제역 발생으로 축제를 연기한다"는 펼침막이 걸려있다. 송어축제는 지역민들에게 겨울철 중요한 수입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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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가 그 어느 해보다 혹독한 겨울을 맞았다. 갑작스럽게 몰아닥친 구제역 한파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를 덜덜 떨게 하고 있다. 총을 들고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마저 군장을 갖추고 거리로 나섰다.

23일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일대에서 열기로 한 평창송어축제장 입구에는 '구제역 발생으로 인하여 축제를 잠정적으로 중단한다'는 펼침막이 내걸렸다. 행사장을 찾았던 중국인 관광객들도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한쪽에는 행사장 질서유지와 안내를 맞은 경호업체 직원 서너 명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행사장에는 올해 막 지은 건물과 손님 맞을 준비가 끝난 식당들이 썰렁하게 늘어서 있다. 눈썰매장의 눈을 만들던 제빙기는 멈춰 섰다.

축제는 연기, 이웃간 발길은 '뚝'... '구제역 한파'에 강원도 덜덜

행사장 주변에는 갑작스럽게 연기된 축제에 망연자실한 축제위원회 관계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다. 진부면 축제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어젯밤(22일) 늦게까지 마라톤 회의를 했다, 인근 지역인 대화면에서 구제역이 발생했고 우리 지역에는 62개 축산 농가가 있다"며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아쉬워했다.

송어축제장에 자리한 음식점. 손님들로 북적여야 할 식당이 텅비어 있다.
▲ 텅빈 음식점 송어축제장에 자리한 음식점. 손님들로 북적여야 할 식당이 텅비어 있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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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는 말 그대로 '비상사태'다. 구제역이 평창과 화천에 이어 춘천·횡성·원주에서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도로 진출입로 곳곳에 구제역차단 방역초소가 마련됐고, 소독약이 뿌옇게 흩날리고 있다.

이날 진부에서 평창군청으로 이어지는 도로에는 고속도로 진출입로를 빼고도 3곳의 초소가 더 마련됐다. 군인·경찰·소방서·군청 관계자들이 총동원돼 방역시설을 갖추느라 분주했다. 자동방역시설을 설치하기 어려운 곳에서는 차량을 멈춰 세우고 산불진화용 차량을 이용해 사람이 직접 소독약을 뿌렸다.

평창군청 지하실에는 군과 경찰, 행정공무원 등 모든 행정력이 총동원된 방역대책본부가 구성돼 상황을 파악하며 방역 활동을 지휘하고 있다. 관계자외 출입을 금하고 모든 출입자는 명부를 작성해야 한다.

축산 농가마다 진입로에 생석회가 뿌려져 있고 '출입금지'를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다.
▲ 축산농가 출입통제 축산 농가마다 진입로에 생석회가 뿌려져 있고 '출입금지'를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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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농가 입구에는 '방역상 출입을 금한다'는 표지판과 생석회가 뿌려져 있고 주민들의 인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인근 주민은 "소를 키우는 집에는 누구도 가기를 꺼린다"며 "구제역이라도 발생하면 마치 내가 옮긴 것인양 오해 받기 싫어서다, 이웃이 평생 원수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구제역 발생지에는 취재진은 물론 훈련을 위해 이동하는 군인들마저도 통제됐다. 방역당국을 제외한 어느 누구도 축산농가와의 접촉이 제한됐다.

"구제역 옮길까봐 주민 이동 뚝... 이웃이 원수 될 판"

5일장을 맞은 진부장터에서도 화제거리는 단연 '구제역'이었다. 상인들은 물론 주민들 모두가 "구제역" "구제역"뿐이다. "(구제역 균이) 공기를 타고 날아다닌다" "수의사가 옮긴다더라" "사료차 때문이다" 등 온갖 설이 난무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주민들은 송어 축제가 연기된 것을 안타까워했다. 또 "스키장이 문을 닫는다 더라" "오일장도 폐쇄한다더라" 흉흉한 소문이 분분했다.

평창으로 향하는 길에는 이동초소가 마련 돼 차량에 소독약을 뿌리고 있다.
▲ 이동방역초소 평창으로 향하는 길에는 이동초소가 마련 돼 차량에 소독약을 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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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현재 강원도에는 평창·화천·춘천·원주·횡성 등 모두 다섯 군데에서 구제역이 발생했고, 7건의 구제역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구제역이 확인된 5개 시·군은 감염농가 인근 반경 500m 이내에 위치한 25가구의 가축 654마리에 대해 살처분을 진행중이다.

또 방역활동도 강화해 감염농가 500m 이내에는 사람과 차량의 이동을 제한하는 이동통제초소를 설치하고 위험지역인 500m~3km구간과 경계지역인 3~10km구간에는 우제류 가축 이동금지, 축산관련 차량 통행금지, 우제류임상관찰 실시 등을 시행하고 있다. 또 이들 지역에는 축사소독, 출입로 차단 방역, 가축거래 자제 등을 요청했다.

이와 함께 자치단체들이 계획한 행사들은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평창군이 23일부터 개최하기로 했던 송어축제를 내년 1월8일까지 미룬 데 이어 강릉과 동해·태백·삼척·인제·양양 등이 이달 말부터 다음날 1일까지 계획했던 해맞이 축제를 취소하기로 했다. 또 태백산 눈축제와 삼척 정월대보름제, 평창 대관령 눈꽃축제, 화천 산천어축제, 인제 빙어축제 및 황태 축제 등은 개최시기가 내년 1월이라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다.

고속도로 출입로마다 설치된 방제소에서 차량들에 소독약을 뿌리고 있다.
▲ 구제역 방역초소 고속도로 출입로마다 설치된 방제소에서 차량들에 소독약을 뿌리고 있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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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구제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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