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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년째 현장 교사로 있으면서 그동안 학교 현장에서 보고 겪은 공사가 무수히 많습니다. 하지만 공사하는 모습을 보면 아이들 교육에 꼭 필요한 공사인지 의문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지금부터 학교에서 경험한 생각해 볼 공사 모습을 열거해 보겠습니다.

하지 않아도 될 학교공사, 참 많습니다

지난 여름방학 때 우리 학교에는 약 2억 원 짜리 스탠드 그늘막 공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구령대 위까지 그늘막 공사를 했습니다. 요즘은 운동장에 전체 아이들을 세워 놓고 교사가 구령대 위에 올라가 지휘하는 일은 1년에 몇 번 되지 않습니다. 또 아이들을 땡볕에 세워놓고 교사만 그늘진 구령대 위에 있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그늘이 생기지 않는 부실공사입니다. 구령대 위까지 그늘막 공사를 한 것은 낭비 중에 낭비입니다.

 요즘은 운동장에 전체 아이들을 세워놓고 교사가 구령대 위에 올라가 지휘하는 일은 1년에 몇 번 되지 않습니다. 또 아이들을 땡볕에 세워놓고 교사만 그늘진 구령대 위에 있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습니다.
▲ 구령대 위까지 그늘막 공사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요즘은 운동장에 전체 아이들을 세워놓고 교사가 구령대 위에 올라가 지휘하는 일은 1년에 몇 번 되지 않습니다. 또 아이들을 땡볕에 세워놓고 교사만 그늘진 구령대 위에 있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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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천정에 페인트가 벗겨져 있고 벽 아랫 부분에 지저분한 곳이 있습니다. 이럴 때 학교는 '미관상 좋지않다'는 이유를 들어서 '교사동 내부도색'에 필요한 예산을 신청합니다. 전체 내부도색을 하려면 총 57개 교실을 기준으로 했을 때, 7500만 원 정도가 필요합니다. 대부분 학교에서 내부도색을 신청하는 것이 위와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그래서 전체 교실의 내부도색을 하게 됩니다.

 대부분 천정이나 벽에 페인트가 벗겨지는 까닭은 방수가 잘 안되어서 습기가 차기 때문입니다. 페인트 도색을 해봐야 소용없습니다. 방수공사를 제대로 해야합니다.
▲ 천정에 페인트가 일어난 모습 대부분 천정이나 벽에 페인트가 벗겨지는 까닭은 방수가 잘 안되어서 습기가 차기 때문입니다. 페인트 도색을 해봐야 소용없습니다. 방수공사를 제대로 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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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분적으로 더러운 부분은 걸레로만 닦아도 금방 깨끗해지는 일이 많습니다. 학교에서 보면 청소만 해도 되는 것을 무조건 전체 도색을 하는 일이 많습니다.
▲ 복도 벽에는 늘 아이들 손과 발자국이 나게 마련입니다. 부분적으로 더러운 부분은 걸레로만 닦아도 금방 깨끗해지는 일이 많습니다. 학교에서 보면 청소만 해도 되는 것을 무조건 전체 도색을 하는 일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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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페인트가 일어났다고 해서, 벽이 더럽다고 해서 학교 전체를 다 내부도색하는 것은 예산 낭비입니다. 페인트가 벗겨진 이유를 알고 그에 따른 대책을 세우면 예산을 그렇게 많이 들이지 않고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천정이나 벽에 페인트가 벗겨지는 까닭은 방수가 잘 안되어서 습기가 차기 때문입니다. 이상하게도 학교는 방수공사를 해마다 해도 또 방수가 되지 않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방수를 완벽하게 하지 않고 페인트를 칠하면 1년 뒤 원래모습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래서 페인트가 벗겨질 때는 먼저 원인을 알아보고 습기 때문이면 방수공사를 제대로 먼저 해야합니다.

그 다음 벽이 더럽다고 전체 교실을 다 페인트칠하는 것도 예산낭비입니다. 처음에 학교 내부도색은 아이들 손이 많이 가는 특정 상황을 생각해서 관리하기 편한 페인트를 선택해서 칠합니다. 페인트 재질이 벽에 낀 먼지와 때를 물걸레로만 닦아도 금방 깨끗해지는 것도 있습니다.

학교에서 보면 청소만 해도 되는 것을 무조건 전체 도색을 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새로 도색한 뒤가 도색하기 전보다 관리 면에서 더 좋지 않게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오래되었다고 무조건 뜯어없애고 새로 깔 것이 아니라, 튼튼하다면 새로 까는 공사를 하는대신에 방학동안 대대적인 청소와 소독을 해 주면 됩니다.
▲ 오래됐지만, 단단하나 때가 많고 사이에 먼지가 끼었습니다. 오래되었다고 무조건 뜯어없애고 새로 깔 것이 아니라, 튼튼하다면 새로 까는 공사를 하는대신에 방학동안 대대적인 청소와 소독을 해 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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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룻바닥 공사도 그렇습니다. 일부교실이 낡았다해서 멀쩡한 전체 교실을 뜯어서 모두 다 새로 까는 일이 많습니다. 또 한 교실에서도 수리해서 쓸 수 있는 부분은 수리만 해도 됩니다. 그러나 수리를 해도 제대로 마무리 되지 않는 것이 또다른 학교 공사의 문제입니다.

또 오래되었다고 무조건 뜯어없애고 새로 깔 것이 아니라, 시설이 튼튼하다면 새로 까는 공사를 하는 대신에 방학동안 대대적인 청소와 소독을 하면 됩니다. 현장교사의 경험으로 보면, 마룻바닥 공사 역시 새로 한 것이 전보다 못한 때가 더 많았습니다.

그 대신에 아이들의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1년에 두 번, 아이들이 학교에 안나가는 방학 때마다 교실 먼지와 때를 말끔히 없애고 소독을 해주는 일을 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청소를 말끔하게 해주는 일은 불필요한 마루공사에 들이는 비용의 1/20만 들여도 충분할 것이라고 봅니다.

a/s신청하려고 보니 업체가 부도났다고 합니다. 학교에 보면 설치만 하고 그 다음에 여러 가지 문제로 관리가 되지 않는 시설이 많습니다.
▲ 시설한 지 1년 만에 고장난 디지털 기상대 a/s신청하려고 보니 업체가 부도났다고 합니다. 학교에 보면 설치만 하고 그 다음에 여러 가지 문제로 관리가 되지 않는 시설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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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학교마다 디지털 기상대를 설치해 놓은 곳이 많습니다. 우리 학교에도 있는데 설치한 지 1년만에 고장이 났습니다. AS를 신청하려고 보니 업체가 부도났다고 합니다. 학교에 보면 설치만 하고 그 다음에 여러 가지 문제로 관리가 되지 않는 시설이 많습니다. 처음 시설할 때부터 꼭 필요한 것인지 생각해 보고, AS를 비롯한 관리 문제에 대한 것도 사전 점검이 꼭 필요합니다.

호화로운 인테리어에 돈을 지나치게 많이 들입니다

최근 새로 리모델링을 하는 학교마다 현관이나 복도를 보면 백화점이나 호텔에 온 것 같이 착각이 들 정도로 호화로운 인테리어를 설치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보통 고급 아파트에 설치되는 '아트월'이 있는 학교가 많습니다.

어느 학교 얘기를 들어보니 식당 안 식탁과 의자를 시설하는데 들이는 비용에 비해, 식당 밖 복도에 아트월 설치에 더 많은 비용을 썼다고도 합니다. 학교 내외부 환경을 구성하는 데도 교육적인 환경을 생각하기 보다는 돈으로 치장한 냄새가 많이 납니다. 이렇게 돈으로 치장한 것은 결국 수리·보수할 때는 더 많은 돈을 들여야 합니다.

학교 공사를 보면서 느끼는 점은, 불필요한 과잉공사가 많고 비용이 과다 책정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학교 공사에서 '교육'이 빠졌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학교 공사 역시 '교육'의 한 요소로 봐야 합니다.

학교 공사가 어린이 교육에 가장 적절한 교육 환경을 갖추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삼는다면, 학교 공사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런 문제점들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덧붙이는 글 | 학교 공사 문제점을 짚어보면서 학교 공사가 교육적 환경을 구성하는데 필요한 기본 원칙이 수립되어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에는 학교에 조경이나 인테리어쪽에 돈을 많이들여서 화려하게 꾸미는 일을 많이 봅니다. 교육을 위한 학교 건축, 학교 조경, 학교 환경 구성이 하루빨리 '교육적 관점'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태그:#학교공사문제, #학교부실공사, #불필요한학교공사, #서울시교육청, #교육환경시설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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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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