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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사로 향하는 일주문
 용문사로 향하는 일주문
ⓒ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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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시작은 뭐니 뭐니 해도 첫눈이 내리는 시점부터가 아닌가 싶다. 2010년 11월 28일, 우연치 않게 떠난 여행작가학교 수강생들과의 졸업여행에서 기분 좋은 첫눈을 맞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첫눈은 용문사로 이어지는 길을 하얗게 빛내주며 그곳의 운치를 한층 더해주었다.

용문산관광단지에 도착한 우리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인근 식당에 들렀다. 차가운 기운에 얼은 몸을 일단 녹이고 시작하겠다는 생각으로 따뜻한 국물에 밥 한 공기를 뚝딱하고 용문사로의 여정을 시작한다.

매표소에서 입장료를 내고 용문사로 향하는 길. 사찰이라기엔 조금 의아스러운 건물이 앞에 떡하니 버티고 있다.
'저게 사찰이야? 일반 절간하고 다르게 생겼네.'
매표소를 지나면 바로 보이는 건물은 친환경농업박물관이다. 박물관 건물을 보고 대웅전 정도를 생각한 내가 바보 같아서 웃고 만다. 여행을 한답시고 수많은 사찰을 다녔으면 일주문 정도는 지나야 대웅전을 볼 수 있다는 것 정도는 이제 숙지를 했어야 했는데…. 역시 아직 멀었다.

박물관은 다음을 기약하며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진 중앙공원을 눈으로 훑으며 일주문으로 향한다.

용문사로 향하는 길목에 다리
 용문사로 향하는 길목에 다리
ⓒ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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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문을 지나면 용문사로 향하는 산책로가 이어진다. 일주문에서부터 용문사까지는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경사도 완만하며 계단도 하나 없어 편안하게 오를 수 있다. 가을이 훌쩍 떠나간 자리는 앙상한 겨울나무들만이 즐비하다. 알록달록 색동옷을 껴입고 방문객들을 맞았을 그들은 이제 시리도록 하얀 몸만 드러내놓고 있다. 하지만 그 숙연한 정취마저도 아름답다.

누군가가 나에게 "용문사 어땠어?"라고 묻는다면 "용문사를 보러 가지 말고, 그곳으로 가는 길을 걸으러 가봐~"라고 말하고 싶다. 주말이라 많은 인파가 이곳을 찾았지만 번잡스럽지도 않고 오로지 오롯하다. 함께한 일행 중 용문사를 추천하신 분은 비가 내릴 때면 이곳을 가끔 찾는다고 한다. 비 내리는 용문사 산책로라…. 잠시 상상을 해보니 눈이 내린 풍경만큼이나 운치가 있을 것 같다. 아니, 오히려 더할지도 모르겠다. 많은 일행들이 있지만 그들과의 거리를 두고 혼자서 오래 묵힌 고독을 친구삼아 걷게 되는 길.

천년의 세월을 견뎌온 용문사의 은행나무
 천년의 세월을 견뎌온 용문사의 은행나무
ⓒ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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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사에 다다르니 우두커니 서 있는 은행나무 한그루가 시선을 끈다. 천년이 넘는 세월동안 용문사를 지켜온 나무란다. 천연기념물 제30호로 지정된 이 나무는 둘레11m에 높이가 41m로 하늘을 찌를 듯 한 기세로 솟아있다.

용문사의 은행나무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마의 태자가 나라를 잃고 금강산으로 가던 중 심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의상대사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꽂은 것이 뿌리를 내려 자라난 것이라는 설도 있다.

용문사는 임진왜란이나 6·25전쟁을 거치며 많은 부분 소실되었다. 원래는 승려들이 300여명이나 머물던 곳이었지만 지금의 모습은 소박하다. 그 속에서 이 은행나무만이 홀로 천년을 견뎌내었다. 이 나무는 일본군에 의해 절이 불태워졌을 때도 살아남을 수 있었으며, 옛날 어떤 이가 나무를 자르기 위해 톱을 가져다 대는 순간 하늘에서 천둥이 치며 피를 흘렸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또 나라의 변고가 있을 때에는 나무가 소리를 내었고, 조선 고종이 서거했을 때는 큰 가지 하나가 부러졌다고 하니 용문사뿐 아니라 천년의 세월을 이 한반도 땅과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용문사 전경
 용문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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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사는 그야말로 아담하고 소박하다. 조선초기에는 절집이 300여칸이나 되었을 정도로 번성했던 곳인데 오랜 세월동안 세파를 이겨내지 못하고 소실되었다. 현재는 대웅전을 비롯해서 삼성각, 지장전, 요사채, 관음전등의 건물만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며 앞마당에는 삼층 사리탑과 범종이 세워져있다.

용문사사적비와 고승들의 사리가 봉인된 부도전
 용문사사적비와 고승들의 사리가 봉인된 부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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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사의 길목에서 용문사 부도전과 용문사 사적비를 만날 수 있다. 고승들의 사리를 모신 곳이며, 예로부터 고승의 죽음을 부처의 죽음과 같게 보고 그들의 사리나 유골을 봉안하여 부도를 만든다. 다양한 형태의 부도들이 그들의 넋과 깊은 수양생활을 간직하고 있다.

이 밖에도 용문사에서는 보물 제 531호로 지정된 '정지국사부도와비'가 있다. 정지국사의 사리를 봉인한 것으로 찬연한 사리에 태조도 그를 추증하였다고 한다. 절에서 300m정도 떨어진 곳에 있어서 표지판만 보았을 뿐 담아오지는 못한 것이 아쉽다.

또한 관음전에 봉안된 '금동관음보살좌상'은 경기유형문화재 제 172호로 지정되어 있다. 6·25전쟁 때 절이 모두 화재로 소실되어 이 불상이 원래의 작품인지는 확인할 수가 없다고 한다. 그 이후 기록도 남아있지도 않으니 보는 이의 생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다만 고려 후기 보살양식을 계승한 것이라는 판단이 있다.

용문사내의 전통찻집에서 피어나는 연기가 운치있다.
 용문사내의 전통찻집에서 피어나는 연기가 운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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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사를 둘러보고 나오는 길, 전통 찻집의 굴뚝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하얀 연기가 발길을 잡아끈다. 일행들과 함께 찻집에 둘러앉아 따뜻한 차 한 잔을 시켜놓고 수다를 떨어본다. 언제나 그렇듯, 오늘도 역시 마음이 편안해진다. 절을 찾아서인지, 함께한 사람들이 좋아서인지, 따뜻한 차 한 잔의 여유 때문인지 살짝 헷갈린다.

여행꼭지

◆홈페이지 : http://www.yongmunsa.org
◆주소 :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신점리 625번지
◆전화번호 : 종무소 031)773-3797 | 템플스테이 문의 031)775-5797
◆입장료 : 어른 2,000원 | 군인,청소년 1,400원 | 어린이 1,000원
◆주차료 : 승용차 3,000원 | 버스 5,000원
◆템플스테이 : 1박2일 성인 40,000원 | 학생 30,000원 | 외국인 50,000원
◆가는 방법
-대중교통 : 상봉터미널, 동서울 터미널에서 용문행 버스
            용산역 출발 중앙선 ⇒ 용문역 ⇒ 용문사행 버스 ⇒ 용문사
-자가용 : 양평 ⇒ 용문 ⇒ 용문사나들목 ⇒ 용문사     

덧붙이는 글 | http://dandyjihye.blog.me/140120541348 개인블로그에 게재된 글입니다.



태그:#양평여행, #용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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