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 신규 수주가 중단되고 2011년 5월이면 일감이 모두 소진되는 긴박한 상황이다. 영도조선소를 살려 회사와 근로자, 협력업체가 모두 생존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타사의 1/20에 불과한 협소한 부지와 고비용 구조 등 경쟁력 상실 요인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더 이상 수주가 불가능해 조직 슬림화가 불가피하다." - 한진중공업

"사측은 3년 가까이 신규 수주 0건인 것이 낮은 수주 경쟁력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사측은 수주단가 차이를 부풀리는 방법으로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시켰다. 영도조선소가 경쟁력 있는 조선소라는 것은 지난 10년간 줄곧 흑자를 낸 것에서 증명된다. 한번도 적자를 내지 않고 잔여물량만으로도 흑자를 내고 있는 조선소가 경쟁력이 없다는 것은 사실과 다른 주장이다. - 한진중공업 노조

부산 최대 기업인 한진중공업이 대규모 정리해고를 앞둔 가운데, 노-사가 경영과 관련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사측은 생산직 400여명을 구조조정한다는 방침인데, 지난 24일까지 26명만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사측은 이달 말까지 추가 신청을 받은 뒤, 내년 1월 5일 정리해고 명단을 통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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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 사측은 지난 27일 "영도조선소 반드시 살릴 것"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배포했다. 이 자료에서 사측은 수주가 제로(0)라며 이대로 가면 문을 닫게 되어 하는 수 없이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에 한진중 노측이 반박하고 나섰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산양산지부․한진중공업지회는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진중 사태의 진실과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한진중 사측 "모두 생존하기 위해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앞서 한진중공업 사측은 "2년째 신규수주가 중단되고 내년 5월이면 일감이 모두 소진되는 긴박한 상황"이라며 "영도조선소를 살려 회사와 근로자와 협력업체가 모두 생존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사측은 "회사 생존과 해고회피를 위해 지금까지 3000억대 자산 매각, 행정기술직 성과급 및 임원 급여 반납, 시간외 근로 최소화, 부문간 전출, 희망퇴직제, 작업방식 개선, 원가절감, 복지 축소, 인력 조정, 기술본부 일부 분사, 순환휴업 실시 등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였으나 수주 부진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사측은 "영도조선소의 태생적 한계가 있다, 타사의 1/20에 불과한 협소한 부지와 고비용 구조 등 경쟁력 상실 요인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더 이상 수주가 불가능해 조직 슬림화가 불가피하다"면서 "노조측은 '영도조선소 포기', '고의성 수주 회피'라고 주장하나 정말로 영도조선소를 포기할 생각이었다면 인력구조조정을 추진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주 회피설에 대해, 사측은 "선박 건조기간이 통상 2~3년 걸려 어느 조선소든 일감이 떨어지지 않도록 유지하는 게 최우선인데 2년이나 일부러 수주를 하지 않을 정도로 여유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며 "지난 2년간 120여 차례 각국 선주사와 접촉했지만 영도조선소의 선박 건조 비용이 경쟁사보다 15~20% 이상 높은 탓에 아무리 선주에게 견적을 보내도 수주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측은 "오히려 적자수주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단지 현재의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미봉책으로 적자수주를 한다면 선박이 건조되는 시점인 1~2년 후에는 그야말로 회사가 문을 닫을 수도 있는 더 큰 곤경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에 고려사항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사측은 노조에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사측은 "회사의 현실과 상황은 전혀 고려치 않고 외부세력과 연계하여 급기야는 회사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노조에 대해 섭섭하다"며 "노조가 회사의 생존과 고통분담을 위한 노력에 단 한 차례 동참한 적이 없으며 현실을 외면하면서 오히려 '영도조선소 포기설', '수주회피설' 등 정치적 구호와 조합원 선동, 거리선전, 파업을 일삼아 왔다"고 밝혔다.

한진중공업은 필리핀(수빅)에 조선소를 두고 있는데, 그동안 노조측은 사측이 수빅조선소로 물량을 빼돌린다는 주장을 해왔다. 이에 대해 사측은 "90년대 후반부터 조선 불황이 오면 지금의 영도조선소로는 그 한계성이 예견되어 왔었다"며 "만약 회사에서 필리핀 수빅조선소를 건설하지 않았으면 영도조선소는 타기업의 협력업체 수준으로 전락하고 말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측에서 수빅조선소 8척의 컨테이너선을 영도조선소로 넘길 것을 요구했던 것에 대해, 사측은 "선주 측이 낮은 임금과 원가경쟁력을 갖춘 수빅조선소의 견적에 만족하여 계약이 성사된 것이지 현재 영도조선소의 높은 원가로는 선주를 설득시킬 수 없다"면서 "영도조선소가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바꿔 고부가가치선 건조 사업장으로 혁신해 나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한진중 사측은 "자구노력을 통해 원가와 수주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최선책이라는 입장이며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한시라도 빨리 활로를 열어가야 한다"며 "회사의 구조조정이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인 만큼 이를 통해 고기술 고부가가치선을 건조하는 경쟁력 있는 조선소로 재탄생하여 다시 한 번 조선산업을 이끄는 선두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 지회 "경영난 주장만 하는 것은 사태 해결할 생각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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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는 "한진중공업 사측이 경영난, 수주불가능론만 주장하고 있는 것은 한진중 사태를 해결할 생각이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노조 지회는 "영도조선소를 정상화하려면 다른 조치와 계획이 필요한데도 사측이 오히려 생산능력을 약화시키는 생산직 1/3 이상 대규모 해고만 주장하는 것은 영도조선소를 운영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들은 "사측이 주장하는 경영난은 근거가 없는 것이며 영도조선소의 경쟁력이 낮다는 것도 사측이 왜곡하고 부풀린 것"이라며 "한진 사측의 속마음은 국내 조선소사업에서 손을 떼는 것이며, 영도조선소를 축소폐쇄하기 위해 수주 0건을 만드는 등 이른바 먹튀식 경영을 하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노조 지회는 "국내와는 비교할 수 없이 임금이 싼 필리핀 조선소가 이익을 더 남겨줄지 모르지만 국내 조선소라고 해서 적자를 내는 것이 아니다"라며 "경영진이 누릴 이익차이 때문에 멀쩡한 기업을 비정상적으로 만드는 먹튀경영을 한다면 이는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대규모 정리해고에 대해, 노조 지회는 "영도조선소를 폐쇄하겠다는 것"이라며 "400명은 전체 생산직 1158명의 1/3이 넘는 수다, 정상적인 조업 당시 생산직 노동자만 2000명이 넘었다, 대규모 정리해고는 영도조선소의 규모를 줄어들게 할 뿐만 아니라 결국 폐쇄로 가는 것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조 지회는 "한진중공업은 1조 원의 현금 자산을 보유(올해 3월)하고 이자수익만 405억 원이다, 회사채 발생을 위한 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면서 "긴박한 경영난으로 정리해고해야 한다고 통보한 다음 날(12월 16일) 174억 원의 주식배당을 했다, 경영난 주장은 근거 없고, 정리해고를 위한 핑계"라고 설명했다.

노조 지회는 "경쟁력이 낮은 것이 아니라 경영능력이 낮은 것"이라며 "올해 들어 다른 국내 조선업체들은 수주 대박 행진을 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이 중소형 선박수주경쟁에서 국내 다른 업체한테 밀릴 이유가 없다, 3년 전 선박계통에 종사해본 경험도 없는, 조남호 회장의 30대 아들을 3세 경영을 목적으로 중책에 앉히자 수주 건수가 곤두박질쳤다"고 주장했다.

또 노조 지회는 "수주 0건은 수주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생긴 것이고, 고부가가치 조선소는 부산시민을 기만하는 것이며, 영도조선소는 정상적으로 운영하면 흑자를 내는 조선소다"라며 "400명을 정리해고하겠다는 것은 1년도 되지 않은 2010년 2월의 합의를 일방적으로 어기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한진중공업·부산경제살리기 시민대책위'는 논평을 통해 "사측은 사실과 다른 일방적인 주장을 그만두고 영도조선소 정상화에 성실하게 임해야 한다"면서 "사측이 한진중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한 시민의 노력을 '외부세력'이라고 지칭하며 외면하고 자신의 일방적인 주장만 펼치는 것은 책임있는 기업의 자세가 아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