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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드라마 촬영지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이병헌, 김태희, 정준호등이 출연한 드라마 '아이리스' 촬영지였던 일본 아키다 현 다자와 호도 그랬다. 인천과 아키다를 오가는 비행기는 최근까지도 한국인 관광객들로 만원이었다.

겉그림 <일제 강제동원, 그 알려지지 않은 역사>
겉그림<일제 강제동원, 그 알려지지 않은 역사> ⓒ 돌베개
눈 덮인 호수 가자와 호를 찾은 한국인 관광객들은 그곳에서 드라마 아이리스의 낭만을 추억하며 사진을 찍는다. 하지만 그들은 알지 못한다. 불과 70여 년 전 강제로 끌려온 조선인 징용자들의 피눈물과 한이 서려 있었던 역사의 현장이 그곳이었다는 사실을. 100년 세월도 흐르지 않은 지금 우리의 기억 속에서 징용 조선인의 한숨과 비명은 말끔히 사라져가고 있다.

달아 높이나 올라 이역의 산하 제국을 비추올 때
식민 징용의 청춘 굶주려 노동에 뼈 녹아 잠 못 들고
아리 아리랑, 고향의 부모 나 돌아오기만 기다려
달아, 높이나 올라 오늘 죽어 나간 영혼들을 세라

책을 읽으며 정태춘이 <징용자 아리랑>이란 곡을 만들어 불렀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더구나 이 노래를 일본인 포크록 가수 즈카다가 부르고 자신의 앨범 <푸르른 바다> 10번 트랙에 수록되어 있다는 사실까지 확인하면서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다. 근현대사 수업하면서 징용자들의 고통을 말로만 이야기했던 내 모습을 돌아보면서.

한일 강제 병합 100주년도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뜻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일 강제 병합 100주년을 뜻 깊게 보내고자 많은 노력을 했지만 해결해야할 문제들은 여전히 안개와 미로 속을 헤매고 있다.

일제의 강제 동원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12년의 치열한 투쟁 끝에 일본 전범 기업 니시마츠 건설로부터 직접적인 사죄를 받아내고 단계적 보상금을 받은 360여 명의 중국인 피해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쓰비시 중공업 작업장에 끌려갔던 한국의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에게는 자장면 한 그릇 값도 안 되는 99엔이 돌아왔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일본 기업 로고> 1938년 국가총동원법 제정 이후 조선인 강제 동원에 앞장섰던 전범 기업들, 이들은 조선인의 노예노동의 댓가를 가장 많이 축적했으면서도 전후 피해보상, 사죄 반성은 외면하고 있다.
<일본 기업 로고>1938년 국가총동원법 제정 이후 조선인 강제 동원에 앞장섰던 전범 기업들, 이들은 조선인의 노예노동의 댓가를 가장 많이 축적했으면서도 전후 피해보상, 사죄 반성은 외면하고 있다. ⓒ 돌베개
일본의 경제적 성과는 중국인, 한국인 등 동아시아인들을 노예적으로 사용해서 이룬 부분이 큰데, 이런 강제노역 사건을 밝혀내지 않으면 보통의 국민들은 그런 사건이 있었다는 것도 모르고 지나갑니다. 한국 정부나 국민들은 식민지로 침략당한 사실을 지난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명확하게 알아야 해요. 비록 현재 중국, 한국, 일본이 서로 협력하고 있지만 과거의 역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중국 정부와 국민들은 역사적 사실을 똑바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니시마츠 건설 사례가 한국 국민들에게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책 속에서)

"과거를 묻지 말아 달라"며 외면하는 사람들에게 당당히 맞설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는 과거의 사실이다. 일본 정부도, 미쓰비스 등 일본인 기업들도, 한일협정 체결 이후 대일 청구권을 받아 성장한 포스코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도, 한일 우호관계를 먼저 생각한다는 한국 정부도 일제 강제 동원의 한 서린 역사를 외면하고 있다. 누가 기억해야 할까. 누가 되살려야 할까. 책의 말미에 담긴 말 한마디로 그 답을 대신해본다.

국치 100년이다. 일제 침략으로 인한 전쟁 상처와 피해자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 새로운 100년은 없다.(책 속에서)

덧붙이는 글 | 김호경 외2인 / 돌베개 / 2010.11 / 2만5000원



일제 강제동원, 그 알려지지 않은 역사 - 일본 전범기업과 강제동원의 현장을 찾아서

김호경.권기석.우성규 지음, 돌베개(2010)


#강제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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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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