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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도 경쟁도 없었다.

12월 30일에 방송된 MBC 연기대상은 19개의 시상 부문에서 무려 37명(혹은 팀)의 수상자를 배출하며 막을 내렸다.

MBC 연기대상은 바쁜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참석해 자리를 빛내준 배우들을 민망하지 않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덕분에 민망해진 쪽은 시청자들이었다.

2010 MBC 연기대상은 MBC 연기 공동대상?

 30일 진행된 MBC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한효주(왼쪽)와 김남주.
 30일 진행된 MBC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한효주(왼쪽)와 김남주.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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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몰아주기'는 신인상부터 시작됐다. MBC는 남녀 신인상에 각각 2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남자 신인상의 이태성은 이미 2005년 영화 <사랑니>로 얼굴을 알린 배우로 다수의 영화에서 주연으로 활약한 바 있다.

최고의 압권은 여자 신인상의 조윤희. 지난 2000년 이수영의 뮤직비디오로 데뷔한 조윤희는 1000만 관객이 관람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도 출연했던 중견배우다. 경력만 놓고 보면 대상 수상자 한효주보다 많다.

MBC의 공동수상 행진은 시상식 내내 이어졌다. 우수상, 최우수상, 대상 등의 주요 부문은 물론이고, 그 기준조차 모호한 황금 연기상까지 죄다 공동수상이었다.

특히 <동이>의 한효주-지진희 커플과 <역전의 여왕>의 김남주-정준호 커플은 각각 대상과 최우수상을 공동수상하며 시상식을 집안잔치로 만들어 버렸다,

또한 시청률이 낮아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주말 연속극 <글로리아>나 미니시리즈 <즐거운 나의 집>은 가족상이나 PD상 같은 '민망한 상'으로 심심한 위로의 마음을 전했다.

반면에 <파스타>의 버럭쉐프 이선균은 최우수상 후보에 올랐지만, 베스트 커플상에 만족해야 했다. 이선균 같은 아쉬운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는 게 시상식의 당연한 풍경인데도, 이번 상황은 더 아쉬움을 자아냈다.

결국 늦은 밤까지 시상식을 지켜 본 시청자들은 170분 내내 단 한 순간도 손에 땀을 쥘 틈조차 없었다. 즐거운 연말에 TV 앞에서 괜히 긴장할 필요 없다는 MBC의 배려에 몸둘 바를 모르겠다.

시청자들을 바보로 만든 MBC의 치졸한 선택

 2000년에 데뷔한 조윤희는 드디어(?) 신인상을 받았다.
 2000년에 데뷔한 조윤희는 드디어(?) 신인상을 받았다.
ⓒ MBC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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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MBC의 공동수상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MBC는 2008년에도 <에덴의 동쪽> 송승헌과 <베토벤 바이러스>의 김명민에게 공동대상을 안긴 '전과'가 있다.

당시에도 MBC는 시청자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지만, 불과 2년 만에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이쯤이면 시청자들이 'MBC의 전통'을 이해해 줘야 할 판이다.

사실 연기대상은 방송국에게는 골칫거리일 수 있다. 어렵게 자리를 빛낸 배우들을 외면할 수도 없고, 각자 다른 배우를 지지하는 시청자들의 성향을 모두 맞출 수도 없다.

그래서 선택한 간편한 방법이 바로 '공동수상'이다. 물론 방송국에서 공동수상이 치졸한 선택이라는 걸 모를 리 없다. 그러나 MBC는 올해도 귀하신 배우들을 빈손으로 보내는 대신, 시청자들의 비난을 감수하는 쪽을 택했다.

지난 2002년 장서희가 대상을 탈 때만 해도 눈물바다가 되곤 했던 MBC 연기대상은, 어느 순간부터 배우들의 감격적인 눈물보다 위트 있는 수상소감을 더 기다리게 만든다.

2010 MBC 연기대상은 이날 유일하게 눈물을 글썽이며 수상 소감을 말하던 여자 신인상의 박하선(박하선도 데뷔 5년 차의 배우다)이 오히려 민망해하는 자리가 돼버린 것이다.

올해 MBC 연기대상은 '한효주냐 김남주냐'를 두고 언론과 시청자들의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그러나 MBC의 선택은 'or'가 아닌 'and'였다. 결국 승자는 아무도 없고, 자정이 넘도록 TV 앞을 지킨 시청자들만 바보가 됐다.


#MBC 연기대상#한효주#김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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