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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방송채널사업자 선정 결과 발표가 예정된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방송통신위원회 회시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방송채널사용사업 승인 대상법인 선정에 관한 건'을 상정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방송채널사업자 선정 결과 발표가 예정된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방송통신위원회 회시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방송채널사용사업 승인 대상법인 선정에 관한 건'을 상정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유성호

기어이 해냈다. 연말연시 모두가 바쁜 틈을 타 결국 해내고야 말았다. 출범 초기부터 "틀림없이, 꼭 언젠가는 <조·중·동>이 방송진출의 꿈을 이뤄 낼 것"이란 소문이 실제임을 MB정부는 확실히 보여줬다.

 

미디어법 날치기 처리 때부터 짙게 예견된 바다. 지상파 방송 장악도 모자라 과점 신문들에까지 방송채널 사업권을 쥐어줬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과연 어떤 변화를 예상하고 실행에 옮긴 것일까. MB 정권 후반기다. 총선과 대선 등 굵직한 정치적 과제와 변수들이 즐비하다. 지면도 모자라 영상을 통해 앞으로 얼마나 많은 국민들의 머릿속을 지배하며 어지럽힐지 심히 우려된다.

 

월터 리프만, "미디어는 우리들 머릿속 상들 그려놓는 중요한 역할 수행"

 

1920년대 초 미국의 저명 저널리스트 월터 리프만(Walter Lippmann)이 자신의 저술인 <여론(public opinion)>에서 그토록 강조했던 말이 문득 머릿속을 맴돌며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그는 이런 주장을 했다.

 

"우리가 사는 실재 환경은 너무도 크고 복잡하며 일시적이라 그것을 직접적으로 간파하는 것은 쉽지 않다. 만일 우리가 이러한 환경에서 살아야 한다면 그 환경을 다루기 전에 그것을 보다 단순한 형태로 재구성해야만 한다."

 

그는 일찍이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어떤 상(像)들을 재구성함으로써 세상을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미디어가 바로 우리의 머릿속에 상들을 그려놓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언론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실재 세계와 개인의 인식과의 관계, 이에 대한 미디어의 역할에 대한 그의 통찰은 여론의 형성 과정을 설명하는 중요한 매스커뮤니케이션 이론 중 하나인 의제설정이론(agenda-setting theory)의 이론적 기초가 됐다.

 

이러한 미디어가 주어진 임무와 기능을 다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의 여론독과점을 구축했을 때 발생하게 될 피해는 바로 국민, 뉴스 수용자인 우리 모두의 머릿속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의 미디어 환경이 백척간두에 섰다. 경인년 한해를 하루 남긴 날, MB정부는 보수신문들과 통신사에게 방송 진출이라는 값진 선물 보따리를 안겨줬다. 방송통신위원회는 31일 전체회의를 열고 보도전문 방송채널에 <연합뉴스>, 종합편성 방송채널에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를 각각 선정해 발표했다.

 

<조·중·동> 방송진출, 한나라당 미디어법 제출 2년 만에 성공... 무얼 의미? 

 

이로써 2008년 12월 한나라당이 신문·방송 겸영 허용을 골자로 하는 미디어법을 국회에 제출하면서부터 예고된 <조·중·동>의 방송진출은 결국 2년 만에 이루어지고야 말았다. 지난 8월 17일 MB 정부 반환점을 코앞에 두고 사업자 선정 기본계획안과 일정을 공개함으로써 본격화한 방송채널 선정절차가 공교롭게도 해를 넘기기 직전 마무리됐다.

 

많은 국민들과 시민사회단체 등이 그토록 반대해 왔건만 방통위는 끝내 목표를 달성함으로써 그동안 메고 왔던 무거운 총대를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 과연 그럴까. 무거운 총대를 내려놓았다고 마냥 자유로울 수 있을까. 전혀 그렇지 않아 보인다. <조·중·동>의 압력으로부터는 자유로울 수 있겠지만, 다른 언론과 국민의 여론은 그렇지 못하다.

 

당장 미디어 산업지형에 새로운 변화를 몰고 올 것이 자명하다.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포화상태인 광고시장의 경쟁심화로 광고를 통한 기업의 언론 압박을 예상할 수 있다. 수혜를 입은 언론사들의 친정부적·편향적 보도행태 또한 더욱 심화될 것임은 그간의 행태에서 읽히고도 남는다.

 

더 큰 부작용은 <조·중·동>의 여론독과점 현상이 불 보듯 해졌다. 그로 인한 부작용은 부메랑이 되어 결국 더 무거운 총대를 짊어지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미디어경영연구소가 지난 11월부터 최근 20일까지 내놓은 신문시장 점유율 비교분석 자료가 이를 잘 설명해 준다. 이 자료에 의하면 국내 신문산업은 상위 3개사 <조·중·동>에 의한 독과점이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신문시장 과점차지 <조·중·동>, '방송'날개까지... 그래도 여론독과점 없다고?

 

 미디어경영연구소가 20일 발표한 신문시장 점유율 비교분석.
미디어경영연구소가 20일 발표한 신문시장 점유율 비교분석. ⓒ 미디어경영연구소

미디어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종합일간지 상위 3개사가 종합일간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7.7%이며 전체 시장에서는 43.0%로 나타났다. <조·중·동>이 시장점유율에서 독과점에 가까운 구도로서 전체 신문시장의 판도를 좌우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런데 신문시장만으론 부족했던지 방송시장 진출까지 정부로부터 따냄으로써 <조·중·동>은 이제 양 날개를 달게 됐다. 국민의 편에서 감시견이 돼야 할 신문들이 권력 앞에만 서면 금세 꼬리를 흔드는 충견 또는 애완견이 되어버리곤 하는 데 이제 이골이 났다.

 

특히 자사의 정치·이념적 성향의 잣대로 여론을 재단하고 거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여론시장을 석권하는데 탁월한 재능을 지닌 <조·중·동> 특유의 아비투스(habitus, 습속·개인 행위에 영향을 주는 무의식적이고 구조화된 성향체계 또는 구조) 행태를 수없이 보아왔기에 더욱 불안한 마음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조·중·동>이 방송의 큰 날개까지 지니게 됐으니 이른바 <조·중·동> 아비투스는 우리 사회와 우리들 머릿속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칠게 될까, 생각만 해도 끔찍해 진다. 

 

미디어경영연구소는 신문시장 점유율 비교분석 자료를 내놓으면서 "마이너급 신문에서 3~4개 신문의 점유율 합계가 메이저급 1개 신문의 점유율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나 규모에 따라 현격한 격차를 보여주고 있다"며 "시장균형과 여론 다양성 차원에서 독과점 구조의 메이저 신문과 마이너 신문간의 간격을 좁히는 미디어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이제 이러한 독과점 구조와 간격의 차 심화로 인한 양극화 현상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3개 보수신문이 시장점유율에서 독과점에 가까운 구도로서 전체 신문시장의 판도를 좌우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전파를 이용해 방송시장의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된 때문이다. 

 

지역언론 황폐화 불 보듯...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

 

 미디어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신문종별 시장점유율 비교분석도.
미디어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신문종별 시장점유율 비교분석도. ⓒ 미디어경영연구소

시장균형과 여론 다양성 차원에서 독과점 구조를 막고 더욱 간극을 좁히는데 노력해야 할 정부는 오히려 간격을 넓히고 독과점을 조장하는 역할을 한 셈이 됐다. 응분의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이는 민주주의 후퇴와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지역 언론시장의 황폐화다. 전국 신문시장을 석권하고도 무차별 판촉 등으로 지역신문시장을 교란해 온 <조·중·동>의 그늘에 가려 판매와 광고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전국 70여 개 일간신문들은 마냥 불안하기만 하다. 신년 초부터 몰아닥칠 미디어시장의 거대한 빅뱅 회오리와 인터넷·소셜미디어 확산 등으로 사면초가의 위기에 내몰리게 됐다.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로다'란 푸념이 쏟아져 나올 만도 하다. 그런가 하면 일찌감치 보도전문채널과 종합편성채널 희망사와 손잡은 지방신문들도 있다. 지난 11월 29일 보도전문채널 희망사인 연합뉴스와 한국지방신문협회(한신협·회장 김종렬)는 보도전문채널 사업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신협은 <강원일보>, <경남신문>, <경인일보>, <광주일보>, <대전일보>, <매일신문>, <부산일보>, <전북일보>, <제주일보>(가나다순) 등 전국 권역별 9개 지역 신문사 모임이다.

 

MOU 체결로 <연합뉴스>는 보도채널 운영에서 지역신문들이 개발하는 뉴미디어 콘텐츠를 방송에 편성하는 한편 지역신문 기자들이 단독·기획기사 발굴 시 직접 보도채널에 출연하는 기회도 제공키로 했다. 또한 지방취재본부 단독 사옥에 소형 스튜디오와 방송장비를 설치, 지역신문들이 영상제작에 나설 경우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키로 했다.

 

보수신문들과 손잡은 지역신문들... 의제설정에 어떤 변화 올까?

 

이에 앞서 한신협은 지난 11월 22일 대전 우송대학교 회의실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동아일보>와도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종합편성채널의 적정한 운영과 지역 언론사를 고려해 상호 협력하기로 하고 이에 필요한 지원 및 정보 제공에 대해 최대한 노력하기로 한 것.

 

이를 의식한 듯 <중앙일보>도 11월 23일 지면을 통해 협약서를 체결한 지역언론 23곳의 명단을 공개했다. <강원도민일보>, <광남일보>, <경남일보>, <대구일보>, <새전북신문>, <제주일보>, <중부일보> 등 지역 일간지 7곳과 '바른지역언론연대' 소속 신문 16곳이 <중앙>과 협력 관계를 맺었다.

 

<중앙>은 "이들 신문과 기사 제휴를 포함한 보도 콘텐트 전반에 대한 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했다"며 "종합편성채널 개국 이후 지역 뉴스 공동 제작 등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기자 공동 연수 등 인적 교류도 넓혀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30여 개의 지역신문이 일찌감치 보험에 든 셈이다. 어찌된 영문인지, 이들과 손을 잡은 신문과 통신사 모두가 방송채널 사업권을 따냈다는 점이 예사롭지 않다. 통과되리란 믿음이 서로 통했던 것일까, 독자들은 알지 못하는 정보를 서로 공유한 것일까. 어쨌든 결과는 그들의 예상과 적중했다.    

 

김주완 국장, "지역밀착만이 살길... <조·중·동>, 지역에서 무력화 시켜야"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편집국장이 쓴 칼럼.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편집국장이 쓴 칼럼. ⓒ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은 "이제 지역밀착만이 살 길"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최근 <경남도민일보>와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올린 '내년에도 신문의 고민은 지역밀착입니다'란 제목의 글을 통해 "주민들과의 소통을 위한 소셜 미디어 연대 등 여러 변화로 신문사 살림이 나아지거나 구독자 수가 갑자기 늘어나는 성과로 나타나진 않았다"며 "그럼에도 고민은 여전히 '독자밀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걸 다 수입해도 지역신문만은 수입할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TV와 인터넷과 서울지역 신문은 결코 우리 지역민의 삶과 고민, 요구를 담아낼 수 없다"며 "새해에도 독자들께 끊임없이 말을 걸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독자들에게 이런 당부를 했다.

 

"독자의 권리로 당당히 저희에게 요구하십시오. 알리고 싶은 일, 궁금한 일, 불편한 일, 무엇이든 좋습니다. 저희를 맘껏 부려먹어 주십시오. 그리고 좀 마음에 드신다면 이웃에도 지역신문 한 부쯤 권해주십시오.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주는 신문'이라면서 말입니다."

 

이와 함께 김 국장은 "같은 지역신문은 지역 안에서 선의의 경쟁을 하더라도, 함께 연대하여 서울지들과 맞서야 한다. 그러려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교류해야 한다"면서 "지역민의 삶을 담아내기는커녕 하루 1~2건에 불과한 지역관련 기사만으로 '전국지'를 자임하며 불법 경품과 무가지로 지역신문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는 <조·중·동>을 지역에서 무력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위한 대안도 제시해 주목을 끈다. 그는 "지역신문의 살 길을 함께 고민하기 위한 페이스북 페이지를 하나 만들었다"며 "페이스북 페이지는 포털의 카페 기능과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별도 가입절차가 필요 없고 그냥 '좋아요(like)' 버튼만 누르면 누구나 글을 읽고 글을 올릴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지역신문의 살 길을 고민하고 있는' 모든 지역신문인들이 부담 없이 정보를 교류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제안한 그의 대안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자뭇 궁금하다.


#조중동#지역신문#종편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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