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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설.
새해 첫날에 서설이다. 그 것도 포근하게 내렸다. 하얀 이불을 덮은 세상이 따뜻하게 다가온다. 소담스러움이 마음에 전해진다. 말할 필요가 없다. 아니 전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온 몸에 전해지는 축복의 기운을 주체하기 어렵다. 눈을 감고 있어도 확연하게 체감할 수 있다. 오관을 통해 감지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마음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넘쳐나는 하얀 눈의 축복이 우주에 그득하다. 온 몸을 휘감아 내리는 서설의 기운이 세포를 떨리게 한다. 가슴을 설레게 한다. 저 깊은 곳에서부터 솟구치는 새해의 역동적인 기운을 억제하기가 힘들다. 새해 첫날의 서기를 온 몸으로 받는다.

서기
▲ 서설 서기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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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묘년 새해 첫날.
가슴이 벅차오른다. 부르르 떨리는 힘을 주체하기 어렵다. 그 서기가 어디에서는 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두근거린다. 올해에는 정말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다. 그런 예감이 든다. 하얗게 변한 세상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 것을 확인하게 된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기쁨과 환희가 넘쳐난다. 서설의 기운이 세포 하나하나에 고스란히 전해진다. 서기를 받은 세포들이 요동을 친다. 토끼해에는 기쁨으로만 그득 넘쳐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다. 하얀 세상을 바라보면서 기원한다. 오직 한마음이 되어 절실하게 기도를 한다. 새해 첫날 경건한 마음으로 절실하게 기도를 한다.

새해에는 이슬처럼 영롱하게 빛나게 하소서!
새해에는 새로운 기운으로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기를 간절하게 기원한다. 욕심으로 얼룩져 덕지덕지 묻었던 묵은해의 얼룩들을 깨끗하게 씻어내었으면 좋겠다. 마음 한 구석에서 일어나는 욕심의 싹은 아예 처음부터 잘라버릴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아니 그런 욕심이 고개를 들이밀더라도 자리를 잡을 수 없었으면 좋겠다. 욕심이 설 자리를 잃게 된다면 세상은 아름다워질 수 있을 테니까. 세진이 쌓일 틈이 없게 되면 세상은 언제나 맑은 이슬처럼 빛날 수 있을 테니까. 욕심이 세상을 오염시킬지라도 맑은 이슬이 그 것을 정화시킬 수 있으면, 세상은 맑은 빛으로 빛날 수 있을 테니까.

새해에는 청아하고 경건하게 빛나게 하소서!
새해에는 청아한 바람이 불어주기를 기원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세상을 우습게 아는 태도를 버리고 싶다. 구족되어 있는 세상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졌으면 좋겠다. 바르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있는 눈을 가지게 되면 볼 수 있을 테니까. 청아하게 공명되는 맑은 세상을 마음껏 누릴 수 있을 테니까. 아름다운 세상을 아름답게 보지 못하는 것은 비극이다. 세상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바르게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바른 눈을 가지고 바르게 보게 된다면 청아한 세상의 모습을 볼 수 있고, 경건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

새해에는 역동적인 해처럼 힘차게 살아갈 수 있게 하소서!
빨갛게 떠오르는 해처럼 역동적인 힘을 가질 수 있기를 간절하게 기원한다. 체념과 좌절로 인해 흐느적거리는 삶은 이제 싫다. 무기력하게 만드는 자포자기는 이제 싫다. 당당하게 살아가고 싶다. 방황하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가고 싶다. 열정이 넘치는 힘으로 내일을 향해 달려가고 싶다. 움직이는 데 힘을 약하게 하는 일들은 배척한다. 자신감을 가지고 앞으로 당당하게 걸어가고 싶다. 장애가 있어도 상관하지 않고 극복하고 싶다. 앞을 가로막는 바위가 아무리 커도 그 것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가고 싶다. 하얀 눈의 서기를 마음에 간직하고 걸어간다면 얼마든지 극복해낼 수 있으리라.

하얀 세상
▲ 맑고 영롱한 세상 하얀 세상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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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세상을 포용하는 아량을 가직하게 하소서!
하얀 눈의 세상은 평범하다. 돌출된 곳도 보이지 않고 푹 들어간 곳도 보이지 않는다. 온 세상이 하얗다. 어디를 보아도 평등하다. 모두가 똑 같다. 하얀 눈의 세상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살아온 지난날을 생각한다. 미운 사람은 왜 그렇게 많았고, 싫은 사람은 왜 또 그렇게 많았는지 모르겠다. 모두가 아름다운 사람이란 사실을 왜 알지 못하였을까? 모두가 소중한 사람이다. 누구 하나 소홀히 대해서는 아니 되는 귀중한 사람들이었다. 새해에는 이들 모두를 포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들 모두를 수용할 수 있는 아량을 가졌으면 좋겠다. 가슴에 다 품을 수 없다면 최소한 그들 모두를 인정하고 배려할 수는 있었으면 좋겠다.

새해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하얀 눈이 덮인 세상은 아름답다. 세상이 아름답다는 것은 사랑이 넘쳐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랑하지 않고는 아름다운 세상이 될 수 없다. 사랑만이 세상을 눈부시게 빛나게 한다. 사랑하게 되면 누구라도 즐거워질 수 있다. 사랑하게 되면 누구라도 행복해질 수 있다. 사랑이 넘치게 되면 세상은 아름다워질 수 있다. 사랑이 있는 곳에 아름다움이 존재하고, 사랑으로 세상은 새롭게 달라질 수 있다. 새해에는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조건은 필요 없다. 무조건 사랑할 수 있기를 간절하게 기원해본다. 맹목적으로 사랑하고, 사랑에 젖어, 사랑을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신묘년 새해 첫날.
서설이 내린 새해 첫날을 가슴을 맞이한다. 붉은 해님을 온 몸으로 받아드리면서 감사하는 마음이 된다. 벅참 감동을 느낄 수 있게 해준 새해 첫날이 그렇게 고맙고 감사할 수가 없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온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벌떡벌떡 일어날 수 있는 날을 맞이하다니, 믿어지지가 않는다. 서설의 서기를 온 몸으로 받는다. 깊은 곳에 고이고이 간직한다. 두고두고 언제라도 꺼내 사용할 수 있도록 잘 보관한다. 새해 첫날의 서기를 통해 일 년 내내 힘차게 살아갈 수 있도록 잘 간직한다. 기쁨으로 넘쳐나는 새해 첫날의 문을 활짝 연다. 쏟아져 들어오는 서기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마음의 창고에 잘 간직한다.

내일
▲ 내일을 향하여 내일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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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으로 찌들어 있는 구석구석을 서기로 씻어낸다. 묵은 때를 빡빡 닦아낸다. 세진이 덕지덕지 묻어 있는 오물들을 말끔하게 청소한다. 티 한 점 남아 있지 않도록 닦아낸다. 텅 비어낸 그 곳에는 새해 첫날의 서기만을 채운다. 일 년 내내 사용할 수 있도록 차곡차곡 쌓아둔다. 이슬처럼 영롱하게 빛날 수 있도록 잘 보관하다. 청아한 세상의 훈풍이 사시사철 불 수 있도록 조심한다. 힘을 잃지 않고 일 년 내내 달리 수 있도록 비축해둔다. 세상을 포용할 수 있도록 세상의 모든 이를 사랑할 수 있도록 잘 채워두어야겠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春城>

덧붙이는 글 | 단독



태그:#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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