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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애 응애~~~~"

2011년 1월 1일 낮 12시 59분 경기도 안성 하나산부인과 제2분만실에서 아름다운 아기 '튼이'가 지구별에 태어났다. '튼이'는 아빠 이재복씨와 엄마 정순옥씨 사이에서 태어난 사내아이다. '튼이'는 튼튼한 아이로 태어나라고 지어준 태명이다. 기자가 '튼이'를 만난 건 거의 운명(?)적이었다고나 할까.

이 아이가 2011년 1월 1일 낮 12시 59분에 지구별로 온 '튼이'다. 평화로운 얼굴이 정말 귀엽다.
▲ 아기 이 아이가 2011년 1월 1일 낮 12시 59분에 지구별로 온 '튼이'다. 평화로운 얼굴이 정말 귀엽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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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튼이'를 만난 건 운명(?)

한 주 전부터 안성 시내 소재 산부인과에 문을 두드렸다. 2011년 1월 1일생 예정이 없냐고. 1월 1일은 공휴일이라 제왕절개수술도 없단다. 거의 1월 3일 예정이 많다고. 자연분만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 다행히 안성의 한 산부인과에서 1월 1일 새벽 출산 예정 산모가 있다고 했다. 기다렸다. 하지만 1월 1일 아침에 전화가 왔다. 12월 31일 오후에 출산이 이루어졌다고.

진작부터 이야기해오던 다른 산부인과에 다시 전화를 넣었다. 혹시나 해서였다. 일단은 '역시나'였다. 이렇게 1월 1일생 취재는 물 건너가는 듯했다. 그런데 얼마 있지 않아 병원 측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지금 막 진통하던 한 산모가 병원에 도착했다고. 산모에게 인터뷰에 응할지를 알아보고 전화해 달라고 했다. 세상에나 진통하는 산모에게. 

오후 4시경 산부인과로부터 "아기 부모가 인터뷰에 쾌히 응하겠단다"는 연락이 왔다. '튼이'의 출산 예정일이 1월 10일이었던 걸 감안하면 이 만남을 인연이 아니라 하겠는가. 

큰 구렁이가 아빠 품으로...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을 법한 1월 1일 오후 7시에 하나산부인과 산후조리실에서 '튼이'의 부모와 만났다. 아직 제대로 몸도 풀지 못한 산모였지만, 아이에게 소중한 추억을 남겨주기 위해 기자를 기꺼이 맞아주었다.

엄마와 아빠는 아기를 바라보면 그저 행복하기만 하다. 복덩이 튼이는 이래저래 이 집의 복을 주는 듯.
▲ 엄마와 아빠 엄마와 아빠는 아기를 바라보면 그저 행복하기만 하다. 복덩이 튼이는 이래저래 이 집의 복을 주는 듯.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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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은 아빠가 태몽을 꾸었다. 할아버지의 산소에서 커다란 구렁이 한 마리가 아빠에게 달려와 안기더란다. 친근하게 비비다가 사라졌다고. 우린 '튼이'가 커서 한 마리의 용이 될 거라며 한바탕 웃었다.

이번이 둘째(첫째 딸 서은) 아들인 엄마는 진통이 오고 4시간이 조금 넘어서 아기를 낳았다. 첫째보다 훨씬 단축된 시간이었지만 진통은 더 심했다고. 첫째를 낳을 땐 아기의 얼굴부터 보고 싶었지만, 둘째를 놓을 땐 건강한 지부터 확인하고 싶었다는 엄마의 솔직한 말은 미소를 짓게 했다. 

'진통이 극에 달할 때 남편을 원망하거나 욕하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얼른 아빠가 대답했다.

"그럴 거 같아서 미리 옆에서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위로의 손이라기보다 방어의 손이었다."

아빠의 농담에 실내엔 온통 웃음폭탄이 터졌다.

아기가 아빠를 닮았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엄마는 조금 아쉬워하는 듯. 남편 얼굴이 맘에 들지 않아서가 아니라 첫째 딸도 아빠를 닮았다며 주위에서 말한다고. 두 아이가 자신을 닮지 않았다는 말에 엄마는 조금 서운한(?) 듯했다.

엄마와 아빠, '알콩달콩' 이렇게 달라요

아기를 해산했을 때 그 누구도 아닌 친정엄마가 제일 먼저 생각났다는 엄마의 눈에는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자식을 낳아봐야 부모 심정을 안다는 옛 어른들의 말이 맞는 듯. 반면 아빠는 첫째를 키우면서 부모의 심정을 알았다고 한다.

엄마는 친한 가족 몇 명에게만 출산 소식을 전했다. 아빠는 가족, 친척, 친구는 물론이고 회사 동료들에게도 자랑했다. 2011년 1월 1일에 복덩이가 태어났다고, 그것도 첫째 딸에 이어 둘째가 아들이라고.

아기를 낳자 엄마는 '이제 끝났구나'라고 생각했고, 아빠는 이제부터 시작이라 느꼈다고 한다. 아기를 낳으려 사투를 벌였던 엄마는 '끝', 아기를 낳는 기쁨을 뒤로하고 가장으로서 책임을 져야 하는 아빠는 '시작'이라고 느꼈던 셈이다. 

안성 하나산부인과 신생아실 '튼이'의 머리맡에 기록된 기록표에 2011년 1월 1일 낮 12시 59분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 출생일시 안성 하나산부인과 신생아실 '튼이'의 머리맡에 기록된 기록표에 2011년 1월 1일 낮 12시 59분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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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튼이'가 건강하고 바르고 성실하게 컸으면 좋겠다고 했다. 엄마는 똑똑하면 좋겠단다. "터놓고 말해 공부 잘하는 아이로 커달라는 주문이냐?"는 반문에 엄마는 한참을 웃었다. 엄마와 아빠의 바람조차 시대를 반영하고 있었다.

이런 알콩달콩한 이야기를 뒤로하고 신생아실로 '튼이'를 보러 가는 시간. 신묘년 토끼해 첫날에 태어난, 그래서 부모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 복덩이 '튼이'는 평화롭게 잠만 잘 자고 있었다.


태그:#신묘년 탄생, #2011년1월1일생, #안성, #하나산부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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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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