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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들이 일제히 발표한 2011년 신년 여론조사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집 전화를 기반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가 '바닥 민심'을 반영하지 못했음이 지난해 6월 지방선거를 통해 드러났음에도 기존 방식대로 여론조사를 했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 3사들의 신년 여론조사를 보면,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MBC 53.3%, KBS 50.0%, SBS 48.2%로 50% 안팎의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대표는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 조사는 통상 4지선다 방식(아주 좋다, 좋다, 나쁘다, 아주 나쁘다)을 쓰는데, 5지선다 방식('그저 그렇다' 항목 추가)을 채용할 경우 대통령 지지율이 10% 정도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에 비판적인 야당 지지자들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조사 결과가 못 미더운 것이 사실이다.

 

한나라당 주류가 선호하는 개헌에 대한 찬성률도 69.4%(KBS)에 이르고, 한미FTA 찬반 여론도 55.2% 대 28.5%(동아일보)로 찬성이 반대를 두 배나 앞서가고 있다. 대선후보 선호도에서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최고 40%에 육박하는 '부동의 1위'를 기록하고 있어 여당의 주류와 비주류가 모두 웃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셈이다.

 

그러나 새해를 맞은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50%를 넘어섰고, 한나라당의 지지도도 40%를 넘어섰다는 여론조사가 있다. 국민들의 지지와 기대에 보답해야 한다"(정몽준 전 대표, 2009년 12월 30일)는 얘기가 나왔지만 올해 첫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여당 지도부도 여론조사에 대한 언급을 꺼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지난해 여당에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를 낙관했다가 민심의 역풍을 맞은 후유증이 그만큼 크다. 수도권의 여당 초선의원은 "선거 결과와 따로 노는 여론조사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긍정요인과 부정요인이 상쇄되면서 작년과 비슷한 지지도"

 

        이명박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       
(신년여론조사 기준)
2011년

2010년

   잘한다    

   못한다  

   잘한다   

   못한다  

KBS
50.0
39.2

50.6

40.5

SBS
48.2
40.1
49.8
43.1
한국일보
50.1
38.5
49.8
44.6
서울신문
52.0
44.2
49.6
44.3

 

<오마이뉴스>가 2년 연속 신년여론조사를 발표한 4개 언론사의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 추이를 확인해보니 이 대통령의 지지도는 작년 대비 ±3.5% 포인트 범위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서 불거진 '안보 무능' 논란과 민간인 불법사찰, 4대강 공사 강행, 예산안 강행처리 등 현 정부에 유리하다고 할 수 없는 악재들이 줄줄이 터진 한 해였지만,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은 셈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보는 시각에 따라 납득할 수 없는 결과가 될 수 있지만 조사 자체에 큰 무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입을 모은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촛불 정국에서는 집 전화로 조사해도 대통령 지지율이 10% 대까지 떨어졌다"며 "대통령에 대한 긍정요인과 부정요인이 상쇄되면서 작년과 엇비슷한 수치가 나온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대통령의 지지율은 엄밀히 말하면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이고 어제(3일) 신년연설에서 보듯 대통령이 정치적인 발언을 잘 안 하기 때문에 이만한 수치가 나오는 것이고, 향후 선거결과에 투영할 수 있을 만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대표는 "이 대통령은 오로지 '경제 살리기'의 기대를 안고 취임했기 때문에 대통령이 경제 이외의 분야 일을 크게 벌이지 않으면 지지율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며 "보수성향 기독교인과 영남 등 대통령의 지지기반이 공고하다는 것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응답자들이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꺼리는 분위기가 더 걱정"

 

한편으로는 현재의 여론조사가 통신기술의 발전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결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 회사들은 2007년도 KT와 하나로통신의 인명 전화번호부로 표본집단을 추출하는데, 전화번호부 등재율이 57.2%에 불과하다. 10명 중 4명 가량이 집 전화를 아예 사용하지 않거나 인터넷 전화를 쓰고 있는데, 이들은 원천적으로 여론조사 표본에 편입될 기회가 제외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집 전화를 주로 쓰는 보수층에 비해 출타 시간이 많거나 휴대전화를 애용하는 진보층은 여론조사에 덜 노출된다"는 가설까지 나올 정도다.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은 휴대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아예 법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홍 최고위원은 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방선거 때처럼 집 전화로 여론조사 해서 국정지지도가 몇 % 나오고, 또 이런 식의 여론조사가 좋다는 식으로 가면 안 된다"며 "밑바닥 민심을 반영할 수 있는 모바일 여론조사가 가능하게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곧 발의하겠다"고 말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실장은 "집 전화 여론조사의 한계가 어느 정도 드러난 만큼 이를 보완하는 방편으로 휴대폰 여론조사를 도입하는 것은 조사 업계로서도 굉장히 반길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홍형식 한길리서치 대표는 "(진보 성향의) 20~30대가 집 전화 여론조사에 잘 노출이 안 된다고 해서 여론조사 표본에 20~30대가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고 하면서도 "여론조사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휴대폰 방식의 도입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관련법의 정비보다 '근원적인 처방'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익명의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조성된 '신공안정국' 때문에 진보성향 계층이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경향이 여론 왜곡과 조사 결과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 비해 응답자들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얘기하기를 꺼리는 분위기가 더 걱정된다는 것인데, 이런 문제는 법을 바꿔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여론조사#홍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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