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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특임장관이 5일 민주당의 장외투쟁에 대해 "그 정도 가지고 되겠냐?"고 야당을 자극하는 말을 했다.

 

이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동 한나라당 서울시당 신년회에서 "작년 예산안 통과에 대해 말이 많은데, 야당이 4대강 예산 전면 삭감해야 한다는데 어떻게 하겠냐?"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가 야당 10년 하면서 그런 꼴 한두 번 봤냐? 야당의 모 의원이 전화를 했길래 내가 '더 싸워야 한다. 우리도 겨울에 두 달 싸워봤는데 지금 그렇게 해가지고는 안 된다'고 얘기했다. 그렇게 해야 야당이 단련되는 것이지…. 그 의원에게 '우리도 야당 10년 동안 싸우면서 정권 잡았다'고 격려(?)를 해줬다."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가던 이 장관은 발언의 파장을 의식한 듯 "우리가 야당 때 그랬으니 지금의 야당도 그래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며 "한나라당도 조금 형편이 나아졌을 때 겸손해져야 한다, 역지사지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 장관의 발언은 2004년 겨울 사학법 개정안 통과로 한나라당이 장외투쟁을 벌이고, 2006년 자신이 원내대표에 취임한 뒤 여당과의 재협상 끝에 2007년 사학법 재개정을 이끌어낸 경험을 이른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으로서는 예산안 후폭풍으로 상처받은 당원들을 격려하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여야 관계를 조율해야 할 특임장관으로서는 야당에게 수위 높은 공격을 한 셈이다.

 

안상수 대표도 "당원들이 작년 정기국회에서 예산안 통과시킨 것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지만 우리가 그때 통과시켰기 때문에 서민예산이 새해에 바로 집행되고 있고, 그 혜택이 서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만약 12월 31일까지 끌었다면 올 1~2월로 집행이 늦춰져서 결국 국민들이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임장관실 채성령 대변인은 이재오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한나라당도 장외로 나간 야당의 입장을 돌아봐야 한다는 취지의 얘기였지, 야당을 공격하거나 자극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서울시당 신년회에서는 무상급식 논란의 중심에 선 오세훈 서울시장의 행보가 단연 화제거리였다.

 

오 시장은 "내가 이른바 반(反)복지 포퓰리즘 전선에 섰다"며 "어느 나라든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어가는 시점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징조가 기승을 부리는데,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복지 포퓰리즘이 슬금슬금 생겨났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신문 인터뷰를 보니 '앞으로 복지 포퓰리즘을 남발하겠다'는 명시적인 공언을 하더라"며 "저는 여기서 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무상급식은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많은 시민들에게 이러한 진상이 알려지고, 한나라당이 먼 미래를 보고 바람직한 정책을 만드는 바탕이 됐으면 한다는 소망을 듣는다"며 당 차원의 지원 사격을 은근히 주문했다.

 

나경원 최고위원은 이에 대해 "오 시장이 좋은 말씀하셨다, 이제는 보수의 가치를 용감하게 얘기할 때"라며 "오 시장이 이렇게 든든하게 지켜준다면 한나라당 서울시당의 내년 총선 승리도 확실하다"고 추겨세웠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민주당 서울시의원들의 질 낮은 의정활동을 보고 이래도 되는가 하는 걱정을 많이 한다"며 "오 시장이 불의에 맞서서 정의롭게 잘 투쟁하는 모습을 보며 오 시장에게 좋은 기회가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여운을 남겼다.

 

안상수 대표도 "국회는 여당이 훨씬 많은데 시의회는 완전한 여소야대라서 오 시장이 무슨 일을 할려야 할 수 없다"며 "다수당인 민주당의 횡포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오세훈 시장 보니 정말 안됐다는 느낌"이라고 위로했다. 안 대표는 인사말을 마치며 "오 시장, 그래도 용기를 잃지말라"고 격려했다.


태그:#오세훈, #이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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