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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저는 전라남도 무안군 승달산 자락에 자리한 한 산골마을 아이들의 글짓기 선생님입니다.

아이들과 새해맞이 첫 수업을 하면서 수업에 참여한 아이들에게 두 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그 질문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써보라고 했지요. 전교생이 22명이니까, 졸업을 앞둔 6학년 4명과 영어마을에 입소한 2명을 빼곤 전교생이 참여한 수업이었습니다. 그 아이들 중 학원에 다니는 2명이 중간에 가서, 14명이 자신의 생각을 발표했습니다.

 

첫 번째 질문은 '새해를 맞아 대통령 할아버지에게 바라는 것을 쓰시오'였고, 두 번째 질문은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꼭 하고 싶은 일과 그 이유를 쓰시오'였습니다.

 

찬반이 있겠지만, 나는 아이들에게 교사의 정치적 견해를 밝히거나 교육하는 것을 반대합니다. 이 시기 아이들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나와 다른 견해를 가진 선생님들을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다양한 가치를 보여주지 않고 한 가지 생각을 강요했던 과거의 제도교육이 제게는 상처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탈자나 띄어쓰기 외에 예시나 내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고처쓰기를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글에도 아이들의 생각에 대한 사족을 달지 않습니다.

 

- 새해를 맞아 대통령 할아버지에게 바라는 것은?

"북한과 전쟁을 하지 않게 해주세요." <1학년 김하눌>

"우리나라 위해 북한과 통일하게 해 주세요. 사이가 좋아져요." <1학년 박종석>

 

"올해는 국민들을 행복하게 해 주세요." <2학년 박재형>

"할아버지 절망과 싸움이 없고 행복한 나라가 되게 해 주세요."<2학년 김다움>

"대통령 할아버지! 올해는 작년처럼 배추가 비싸서 김치 못 먹게 해주지 말고 배추 값도 줄여서 김치 산더미처럼 쌓이게 해 주세요."<2학년 김은별>

 

"대통령 할아버지 동·식물과 곤충들을 죽이지 마세요. 아프리카, 사막 등등 많은 나라에게 음식을 많이 나누어 주세요." <2학년 서무경>

"대통령 할아버지! 올해는 마을 사람들이 힘들어 할 때 도와주세요. 그리고 마을의 자연을 지켜 주세요."<2학년 김윤희>

"대통령 할아버지! 올해는 꼭 북한과 한국이 통일되게 해주세요." <2학년 송혜리>

 

"대통령 할아버지 기름 값을 좀 낮춰 주세요. 모든 기름을요. 정말 부탁해요." <3학년 박경미>

"대통령 할아버지 올해에는 정말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 주었으면 좋겠어요." <3학년 백지혜>

 

"배춧값을 낮추어 주고 통일이 되게 해주고 물건 값이 낮았으면 좋겠습니다." <4학년 김은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 주세요. 그리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해주세요. 소, 돼지 등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구제역이 안 생기게 해 주세요." <4학년 서우림>

 

"올해는 아프거나 가난한 사람에게 돈을 많이 기부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5학년 김문경>

"할아버지~ 올해 저에게 전자사전 1개만 사주세요." <5학년 백유경>

 

-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꼭 하고 싶은 일과 이유는?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몸이 아픈 사람한테 공짜로 약을 나누어 주겠다." <1학년 김하눌>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자동차가 빨리 달릴 수 있는 엔진을 만들겠다. 차가 발리 안 달리면 뒤차가 힘들어 하니까." <1학년 박종석>

 

"내가 대통령이 되면 싸움과 절망이 없는 나라를 만들고, 집이 없는 사람들에게 집을 만들어 주고, 밭일을 도와 줄 수 있게 인형을 조종할 것이다. 그리고 내 소원은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게 만드는 것이다." <2학년 김다움>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일반 자동차 말고 최신형 자동차를 타게 해 줄 것이다. 안에 레스토랑이 있다. 그리고 날 수도 있고 잠수도 할 수 있다." <2학년 서무경>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가난한 사람들이 편히 잘 수 있는 곳을 만들어 볼 것이다. 왜냐하면 가난한 사람들이 굶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2학년 송혜리>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또 북한하고 행복하게 통일하면 좋겠다. 그리고 필요한 게 말하면 나오는 기계를 만들어 주겠다." <2학년 박재형>

 

"내가 대통령이 되면 성폭력을 할 수 없게 성폭력을 한 사람을 잡아 주는 기계를 만들 것입니다. 왜냐하면 성폭력은 나쁜 것이고 부모님도 속상해 하고 어린이들도 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2학년 김은별>

 

"내가 대통령이 되면 자동차 집을 만들어 마을사람들에게 줄 것이다. 왜냐하면 자동차 집에는 로봇이 밥과 청소를 무엇이든 해 주어서 자동차 집을 마을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것이다. 자동차 집을 받는 사람들은 행운을 말해도 다 들어 준다." <2학년 김윤희>

 

"내가 대통령이 되면

1. 북한, 남한 통일이 되게 해 주겠다.

2. 세상 사람들이 모두 1번도 울지 않게 해주겠다.(기쁨의 눈물 빼고)

3. 1000년 뒤의 날씨도 볼 수 있게 해 주겠다.

4. 기쁜 날이면 전국이 쉬도록 할 것이다. 회사일도 휴가로 하고….

5. 방학식을 국민에게 쥐어질 것이다.

6. 돈이 없어도 필요한 물건을 나눠 줄 것이다.

7. 세계 1위의 나라가 될 것이다.

8. 좀 더 발전해 지구 대통령이 되어 모든 것을 뒤집고 행복한 문화를 만들 것이다.

9. 달에도 사람이 살 게 할 것이다.

10. 화성에도 사람이 살 수 있게 해줄 것이다.

11. 태양력 발전도 끝없이 이어질 것이다." <3학년 박경미>

 

"내가 대통령이 되면 제일 먼저 국민들에게 언제든지 자기 옆에서 지켜주거나 도와주는 로봇을 만들어 주고 싶다. 예를 들어서 '뭐 이럴 때 이러이러한 행동을 하세요'라는 것을 가르쳐 주는 로봇이다. 왜냐하면 위험에 처했을 때나 백화점을 가서 물건을 산 걸 들어 줄 때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만능 다리나 팔 이런 것을 만들어 주고 싶다. 왜냐하면 비장애인과 같은 생활을 하게 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언제나 따라오는 필통을 주고 싶다. 모든 일에는 연필과 지우개, 볼펜 같은 게 필요할 것 같다. 그래서 만약에 중요한 일에 볼펜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내 필통아 빨리 와'라는 주문을 듣고 필통이 오는 게 좋겠다. 그 방법은 필통에 자기 목소리를 인식시키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대소변을 가리지 않고 쌀 수 있는 휴대용 변기통을 만들어 줄 것이다." <3학년 백지혜>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밭이나 논을 만드는 로봇을 집집마다 나누어 주겠다. 왜냐하면 트랙터나 이앙기를 쓸 때 고장 나 고치려면 시간도 많이 들고 그러니까 밭이나 논을 만들어 주는 로봇을 나누어 주겠다. 또 도시에는 까만 연기가 나니까 도시에 연기를 없애주는 기계를 만들어 나누어 주겠다. 왜냐하면 도시에는 까만 연기 때문에 도시사람들이 건강이 안 좋아 질 수 있으니까. 도시의 까만 연기를 없애주는 기계를 만들겠다." <4학년 김은아>

 

"내가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필요한 게 나오는 가방을 만들고 싶다. 왜냐면 필요한 물건이 많을 때 다 못 넣으니까 스위치를 누르면 필요한 게 나오면 좋겠다. 그리고 맘에 드는 색깔로도 바꿀 수 있다." <4학년 서우림>

 

"내가 대통령이 되면 집집마다 돼지 저금통을 나누어 주겠다. 왜냐하면 돈을 낭비하지 말고 알뜰하고 절약하는 국민들을 만들어서 가난한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5학년 김문경>

 

"내가 대통령이 되면 개인 개인마다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아바타를 만들 것이다. 왜냐하면 요즘에는 빨리 빨리하는 시대인데, 예를 들어 회사를 다니는 최씨가 서류를 안 가지고 와서 중요한 문제를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작은 아바타가 있으면 서류 하나쯤 가지고 올 수 있게…." <5학년 백유경>

덧붙이는 글 | 수업을 마치면서 아이들과 한 가지 약속을 했습니다. ‘이 글을 대통령 할아버지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할 것이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의 생각에 대한 사람들의 댓글을 다음 수업 시간에 읽어 줄 생각입니다. 부디 아이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는 댓글 부탁드립니다.


태그:#대통령할아버지, #산골아이들, #새해소망, #작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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