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참 빠르네요. 벌써 새해라니... 먼저 새해 절부터 드립니다. 토끼해, 토끼처럼 지혜롭게 잘 뛰어가시기 바랍니다. 저도 드디어 올해부터는 어엿한 중학생 나이가 된답니다, 여전히 학교를 가지 않고 산골에서 공부를 하겠지만. 새해를 축복하느라 그런지 눈 위에 또 눈이 펑펑 내리고 있습니다. 지금도 눈이 오고 있는데, 벌써 제 종아리까지 쌓였네요.
으으~ 여기는 확실히 산골이라 너무나 춥습니다. 그러나 저희 집 안은 따듯하답니다.
우리가 이렇게 겨울을 따듯하기 나기 위해서는 해야 하는 일이 많습니다. 장독대엔 된장, 고추장 항아리에 김치도 묻어야 하고, 추수도 해서 곳간에 벼를 모아놔야 합니다. 무엇보다 땔나무를 잔뜩 하고, 연탄도 꽉꽉 채워놔야 한답니다.
저희는 폐교된 학교에서 살고 있어 너른 공간을 데우기 위해서 연탄난로를 여러 곳에 둡니다. 가을에 연탄을 들여와서 계단위로 나르고, 겨울에는 연탄을 갈아야 하지요(물론 제가 연탄을 매일 가는 것은 아닙니다. 어른들이 없으실 때 가끔 연탄을 갈지요). 그 연탄을 만들기 위해 석탄을 캐고, 일을 하는 것도 잊을 수 없겠지요.
그냥 도시에 살면 모든 것이 편리하기 때문에 따스한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시골에 살아보면 제가 직접 먹고 사는 일을 돕기 때문에 우리가 따듯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것이 필요한가 알게 됩니다.
며칠 전 어머니가 바쁘셔서 제가 밥을 했습니다. 여느 때처럼 신문을 보다가 제 마음에 와 닿는 시가 한 구절 있더군요.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 너는 /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너에게 묻는다/안도현)
이 시를 읽고 나니, 연탄이 주는 고마움을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추울 땐 연탄이 더욱 더 고맙습니다. 하늘도 얼어붙은 바람 심하게 부는 한겨울에 연탄이 주는 따스함이란 말로 다 할 수 없습니다. 한 곳의 사택과 두 칸의 교실은 나무를 때는 아궁이이지만, 세 개의 난로와 두 곳의 사택에는 연탄을 땝니다. 연탄이 없는 삶은 생각할 수도 없지요.
그거 아시나요? 연탄재는 밭에다가 깔면 똥거름 못지 않은 거름으로 잘 쓸 수 있다고 합니다. 저희도 고구마 밭에 연탄재를 조금 넣고 있습니다. 팬 곳에 땅을 돋우는 데도 쓰고 있지요. 자신의 몸을 태워 남을 따스하게 해주고, 자기의 몸을 부수어 우리의 배를 채워준다니... 별 생각 없이 보았던 연탄이었는데 시가 그것을 알아차리게 해주었습니다. 감동입니다.
이것을 보면서 저는 사람들에게 어찌했나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를 위하여 헌신하는 삶이란 얼마나 고귀하고 아름다운 것입니까. 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연탄 한 장 되어보았나, 저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시였습니다.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누구에겐가 연탄 한 장 되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그리고 착하게 살아가야겠습니다.
아! 연탄 갈러 갈 시간이군요.
덧붙이는 글 | 류옥하다 기자는 열세 살 학생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