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농성 천막 둘레의 선전물을 읽고 있는 정릉시장 상인과 주민들. 한 상인은 "(양갑세 씨한테서)11월 말에 위에서 많이 쪼이고 있다고 신협에 예금 많이 해 달라고 전화가 왔었다"며 "애가 두 달밖에 안 됐다던데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눈물을 훔쳤다.
농성 천막 둘레의 선전물을 읽고 있는 정릉시장 상인과 주민들. 한 상인은 "(양갑세 씨한테서)11월 말에 위에서 많이 쪼이고 있다고 신협에 예금 많이 해 달라고 전화가 왔었다"며 "애가 두 달밖에 안 됐다던데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눈물을 훔쳤다. ⓒ 최규화

지난해 12월 29일 사무연대노조 정릉신협지부(이하 노조) 지부장 양갑세(당시 36세)씨가 서울 정릉동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양갑세씨는 정릉신협 이사장의 부정을 고발한 뒤로 징계와 고소 등 보복 위협에 시달려 왔는데, 그에 따른 스트레스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 조합원들에 따르면 계속된 징계와 고소 위협에 양씨가 무척 힘들어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유가족으로는 부인과 각각 세 살, 두 달된 아이들이 있어 주변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지난해 2월에 취임한 정릉신협 지윤식 이사장은 현재 정릉시장 안에 있는 사옥이 볼품없다는 이유로 사옥 신축과 이전 비용으로 45억 원을 책정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17일 신협 조합원 교육 때 임시 총회를 개최해 이를 통과 시켰다. 노조는 이 자리에 투표권을 가진 신협 조합원이 아닌 대리인을 출석 시켰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노조는 지금까지 확인된 4명 이외에 최소 10명 정도가 대리 출석한 것으로 보고 있는데, 그 중에는 미국에 유학 중인 이사장의 며느리까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릉신협 앞에 있는 농성 천막. 펼침막에 있는 사진은 양갑세 씨의 영결식에 와서 참석자들의 사진을 찍고 있는 지윤식 이사장의 모습.
정릉신협 앞에 있는 농성 천막. 펼침막에 있는 사진은 양갑세 씨의 영결식에 와서 참석자들의 사진을 찍고 있는 지윤식 이사장의 모습. ⓒ 최규화
이러한 폭로 후 지윤식 이사장이 임시 총회 이전에 실시한 감사 결과를 들춰내, 노조와 양갑세씨의 약점을 잡으려 했다고 노조는 주장하고 있다. 이미 정릉신협 자체 감사와 신협중앙회 감사에서 "문제없다"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지윤식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25일을 전후로 약 일주일 동안 양갑세씨에게 "검찰에 고소하겠다", "징계하겠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압류해서 거리로 내쫓겠다"는 등의 협박을 했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양갑세씨의 죽음에 대해 지윤식 이사장은 "고 양갑세 과장의 사망에 대하여 신협은 책임이 없다", "노동조합을 탄압한 적이 없다"는 내용의 답변서를 노조에 전달했다. 정릉신협은 2008년 1명을 해고하고 이후에도 징계를 추진하는 등의 노사갈등이 있었다.

노조의 전 지부장인 김봉윤씨는 "지윤식 이사장이 이사장 선거에 나왔을 때, 자기 딸도 노동조합 활동을 했다면서 노조와 성실하게 대화하겠다고 해서 우리가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그런데 지금 장례식장에 와서 유가족들한테 조문도 안 하고 답변서만 주고 가고, 영결식 때 와서는 참석자들 사진이나 찍고 있는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며 "사무연대노조를 통해 교섭을 요구하고 (이사장이) 끝까지 발뺌하면 파업까지 할 각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릉신협 조합원이자 정릉시장상인회 회장인 백재선씨는 "부하 직원이 죽었는데 미안하다 말 한마디 안 하는 것이 괘씸하고, 신협 조합원들의 소중한 재산을 엉뚱한 데 쓰려고 정직하지 못하게 군 것도 묵과할 수 없다"며 "상가마다 (양갑세씨를 추모하는) 근조 팻말을 달고 이사장 퇴진 운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노조는 지윤식 이사장의 사죄와 퇴진을 요구하며 정릉신협 앞에 천막과 분향소를 설치하고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고, 매주 수요일 저녁 7시에 정릉신협 앞에서 추모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다. 그리고 신협 조합원들을 상대로 지윤식 이사장의 해임을 위한 총회 소집 서명 운동을 함께 하고 있다.

 1월 5일 저녁 사무연대노조와 민주노동당 성북구위원회 주최로 열린 서울 정릉동 정릉신협 앞에서 열린 '故 양갑세 동지 추모 촛불문화제'. 사무연대노조 조합원과 민주노동당 당원, 정릉시장 상인 등 30여 명이 모였다.
1월 5일 저녁 사무연대노조와 민주노동당 성북구위원회 주최로 열린 서울 정릉동 정릉신협 앞에서 열린 '故 양갑세 동지 추모 촛불문화제'. 사무연대노조 조합원과 민주노동당 당원, 정릉시장 상인 등 30여 명이 모였다. ⓒ 최규화

 지윤식 이사장의 해임을 위한 정릉신협 조합원 총회 소집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는 정릉신협 노조원들.
지윤식 이사장의 해임을 위한 정릉신협 조합원 총회 소집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는 정릉신협 노조원들. ⓒ 최규화

 추모사를 하고 있는 정릉신협 노조 노양숙 씨. 노양숙 씨는 계약직이던 2008년에 계약 해지로 해고됐다가 복직했다.
추모사를 하고 있는 정릉신협 노조 노양숙 씨. 노양숙 씨는 계약직이던 2008년에 계약 해지로 해고됐다가 복직했다. ⓒ 최규화

 추모사를 하고 있는 정릉신협 조합원 함재규 씨. 미처 말을 못 잇고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뒤로 故 양갑세 씨의 영정이 보인다.
추모사를 하고 있는 정릉신협 조합원 함재규 씨. 미처 말을 못 잇고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뒤로 故 양갑세 씨의 영정이 보인다. ⓒ 최규화


#정릉신협#양갑세#지윤식#사무연대노조#정릉신협지부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록하는 사람. <사다 보면 끝이 있겠지요>(산지니, 2021) 등의 책을 썼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