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저녁 시간, 가족을 위한 만찬을 준비했습니다. 평소 가사분담을 많이 하는 편이지만 오늘은 좀 단단히 마음 먹고 준비하려 하였습니다. 특별한 날이었던 건 아니였습니다. 퇴근하는 아내와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딸아이를 보며 마음이 '짠~'해지면서 저녁을 맛있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입니다.
먼저 맛깔나게 갈치를 구웠습니다. 생선을 구울 때는 그냥 굽는 것보다 약간의 밀가루를 입혀주면 좋습니다. 그러면 비린내가 사라지기도 하고, 노릇노릇한 색깔을 내며 고소한 향내를 풍기기도 하지요. 어떤가요? 제법 그럴싸 해보이지요? 다행이 가족 모두 참 맛나게 먹어주네요. 딸아이는 밥을 두 그릇이나 먹었습니다.
국은 어묵국입니다. 날씨가 추울 때는 어묵 국물이 최고지요. 국물망에 다시마와 멸치를 넣고 한참 동안 국물을 내었습니다. 국물이 시원하도록 무와 파를 넣기도 하였지요. 국간장을 두세스푼 정도 샤악 뿌려주니 음, 이 정도면 국물은 대성공입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어묵을 넣어주었는데요. 아뿔싸! 아무리 끓여도 어묵 특유의 향내와 맛이 나지 않습니다. 이런, 알고보니 아내가 가장 싼 어묵을 사왔다고 합니다. 제가 먹어본 어묵 중 가장 맛이 없습니다. 흑흑, 어묵국의 핵심인 어묵맛이 별로라 그냥 국물만 마시게 되었습니다.
어묵국의 아쉬움을 달래주는 것은 바로 김치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장모님표 김치'이죠. 저희 장모님께서 직접 재배하신 배추와 친환경 태양초 고춧가루를 이용해 만들어진 김치입니다. 맛이 기가 막힙니다. 글을 쓰면서도 입에 침이 고일 정도지요. 아, 정말 좋은 데, 이거 뭐라 표현할 방법이 없네!
후식은 딸기입니다. 이것 역시 장인 어른 내외께서 직접 재배하신 친환경 딸기입니다. 그냥 그 자리에서 바로 바로 따먹어도 될 정도지요. 당도 역시 기가 막힙니다. 장인 어른께서 일본까지 가셔서 친환경 수경재배 농법을 배워오셨지요. 하우스 내부에 꿀벌이 도는 것만 봐도 얼마나 깨끗한지 알 수 있습니다(꿀벌은 농약을 치면 바로 죽습니다).
여기서 딸기 세척법 팁을 하나드리겠습니다. 사진을 보면 모두 푸른 잎이 따여져 있는 것이 보이지요? 저는 딸기 세척시 항상 이파리를 따곤 합니다. 그 이유는 이파리 밑에 있는 이물질이 잘 씻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딸기를 씻을 때는 과도를 이용해 이파리를 따면서 흐르는 물에 헹궈주면 상당히 편리합니다. 하하, 오랜 자취 경험이 있는 남편의 살림노하우 정도라고 이해해 주세요 ^^
정리하며
가족을 위한 저녁을 준비하는 건 참으로 기쁘고, 감사한 일입니다. 남자일 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몸이 피곤할수도 있지만 가만히 의자에 앉아 있거나 누워 있는 것보다 이런 생산적인 "살림살이"를 하면 오히려 더욱 힘이 나게 됩니다. 그리 대단한 밥상을 차린 것도 아니지만 맛나게 먹어주는 가족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쁨이 넘치게 되지요.
사실 그리보면 사실 행복은 그리 먼 곳에 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연봉 1억이나 2천만 원이나 돈 없다 울상짓기는 늘 마찬가지. 이런 소소한 행복을 볼 줄 아는 눈이 나와 가족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걸 기억하면 일상이 행복일 수 있겠지요. 물질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오늘을 살며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닐런지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필자의 블로그 하늘바람몰이(http://kkuks81.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