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저는 정치란 어려운 것, 싸우는 것 그리고 어른들만 하는 것인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청소년이란 정치에서 소외되는 계층인 줄 알았습니다. 청소년 참여 위원회를 알기 전까지는….

제가 청소년 참여 위원회를 처음 알게된 것은 2009년 골든벨에 청소년 참여위원회가 소개된 후입니다. 당시 골든벨에 열중하는 학생들 뒤로 '청소년이 만드는 행복한 대한민국'이란 글씨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습니다. 그 후 저는 청소년 참여 위원회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청소년 참여 포탈(http://www.withyouth.go.kr)을 자주 들락날락거리며 모집 일정을 수시로 확인했습니다. 그러던 2010년 1월 보건복지부 청소년 참여 위원을 모집한다는 공고가 났습니다.

지원서 항목을 훑어보았습니다. 지원동기, 내가 제안하는 정책 그리고 지난 자신의 경력. 앞에 두 가지는 그럭저럭 잘 쓸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중학교까지 평범한 학생에 불과했고 경력 사항이 전혀 없었습니다. 결국 하나도 써내지 못했죠. 그래도 그런대로 서류 전형은 통과했습니다. 강원도에서는 저와 특목고 3학년 형이 서류 전형에 합격했습니다. 면접일이 다가오고 저는 자기소개도 연습해보고 기타 서류들도 정리해보았습니다.

지난 2010년 2월 18일 면접날, 아침부터 분주하게 서울 갈 채비를 마쳤습니다. 혼자 상경할 아들이 걱정되었는지 저의 아버지도 바쁘신 와중에 저와 함께 서울로 가주셨습니다. 현대빌딩 6층, 보건복지부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떨렸지만 속으로 몇 번이고 자기소개 내용을 되새겨 보았습니다. 대기실 안, 이미 많은 지원자 분들이 와있었고 저는 mp3로 음악을 들으며 긴장을 달랬습니다. 일부러 신나는 노래로 긴장을 풀려고 했으나 머리는 편해도 마음은 편치 못했습니다.

4명씩 면접을 보았는데 제가 첫 번째로 앉았습니다. 긴장 때문에 질문을 놓치기도 했습니다. 질문에 대한 대답도 잘 못하고…그때 이미 마음을 접었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물론 탈락했고 특목고 3학년 형은 붙었습니다. 미련은 남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3월에는 도 단위 참여위원회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이번에는 강원도 청소년 참여위원회에 지원하였습니다. 지원서 양식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저는 1개월 사이 성장하였습니다. 저만의 스펙도 조금씩 쌓았습니다. 서류전형에서는 저와 저의 반 친구, 그리고 전교 회장 형이 동시에 합격해 이번에도 떨어지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실패를 통해 성장한다는 말처럼 저는 실패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고 면접을 수월하게 치루었습니다. 제가 봐도 지난번 보다는 훨씬 잘 봤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면접 당시 마지막 질문이 떠오릅니다. 정식질문은 아니고 지나가는 말투로 물어보셨습니다.

"꿈이 스포츠 기자라던데 박지성 (대표팀) 은퇴 언제 할 거 같아요?". 저는 머뭇거리다 대답 했습니다. "예정은 2011년 아시안컵 이후로 알고 있습니다" 면접장에 있던 모두가 의아하면서도 신기한 눈으로 저를 쳐다보았습니다. 마침 박지성 선수 은퇴설이 나오던 시기라 평소 스포츠 뉴스를 즐겨보기에 크게 어려운 질문은 아니었지만 으쓱해졌습니다. 강원도 청소년 참여 위원회(이하 강청참)에는 미안하게도 저희 학교에서는 저 혼자 합격했습니다.

'청소년 참여위원' 활동... 정치에 눈 뜨게 하다

.
▲ 청소년 참여위원 5월 출범식 .
ⓒ 청소년참여포탈

관련사진보기


4월에는 합격 후 처음으로 강청참 위원들이 다 모였습니다. 강릉에서는 저와 타 학교 형이 합격하였습니다. 민족사관고와 강원 외국어고 등 고등학생을 비롯하여 중학생들도 몇 있었습니다. 대학생도 있었습니다. 이는 타 지역 청소년 참여 위원회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청소년의 이익을 위해 힘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5월에는 전국 청소년 위원들이 모두 모이는 출범식을 가졌습니다. 1박 2일 동안 분임별로 회의를 통해 최종 의제를 선정했습니다. 의제는 '존중받는 청소년, 주체적 역량개발' 이후 명칭이 조금씩 변경되긴 했으나 큰 틀은 이렇게 정해졌습니다. 고승덕 변호사님의 특강도 있었습니다. 명함도 교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후에는 지역별 회의가 이어졌습니다. 강청참은 지난 1년간 창의적재량활동 홍보 포스터 제작 및 청소년 참여위원 홍보를 주로 하면서 청소년의 권익 증진을 위해 회의를 계속해 나갔습니다. 정치에서 소외받는 줄 알았던 청소년들은 이제 그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결코 그들만의 목소리가 아니었습니다.

.
▲ 제5회 전국 청소년 참여대회 .
ⓒ 청소년참여포탈

관련사진보기


8월에는 전국 청소년 위원 간 친목 도모를 위한 참여대회가 열렸습니다. 게임을 하며 친목도 다지고 참여 위원회 활동 우수 사례도 발표하였습니다. 충청남도에서는 공명선거를 위한 캠페인도 하고 전주에서는 청소년 아르바이트 조사, 업소 동향 조사 등을 하며 청소년의 권익 증진에 앞섰습니다. 아쉽게도 강원도에서는 특별한 활동을 '아직' 실시하지 못한터라 출품하지 못했습니다. 출품한 지역 모두가 뜻깊고 다양한 활동을 하였습니다.

그 이후 일정 역시 지역별 회의 위주로 이어졌습니다. 강원도 청소년 참여위원회에서는 10월 강원도 동아리 대축제 '그 푸른 기쁨'에 참가하여 창의적 재량활동 시스템 홍보에 나섰습니다. 11월 초에는 강원도 청소년 참여 위원 홍보 포스터도 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11월 말에는 본회의가 열렸습니다. 1년 간 활동을 마무리하는 가장 뜻깊은 행사입니다. 청소년 정책 과제 정부 검토 의견 시간을 통해 청소년의 목소리를 정부에서 얼마나 들었나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총괄하여 53개의 안건 중 42개를 수용하여 79.2%의 수용률을 보였습니다. 나머지 7개는 부분 수용, 4개는 수용하지 못했습니다. 기본 계획에서는 53개 중 27개가 반영되었습니다. 이번 회의가 6회째인데 1회 회의에서는 35개를 제안하여 30개가 이행되었고 2회에서는 37개 중 35개가 이행되었습니다. 또한 3회에서는 18개 중 16개, 4회에서는 35개 중 31개, 5회에서는 20개 중 18개가 이행되었다고 합니다.

청소년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참여위원회가 확성기가 되었습니다. 정치란 어른들의 것, 어른들만이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청소년 참여 위원회의 문은 열려있습니다. 자신이 청소년을 대표할 수 있다는 청소년이라면 누구든지 신청할 수 있습니다. 저 같은 평범한 고등학생이 청소년 위원이라는 자격을 얻고 저희 학교 나아가 강릉, 강원도를 대표하여 제안한 안건이 청소년 정책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듯이…. 그리고 누구나 청소년을 대표하여 말할 자격이 있다는 것을 보다 많은 청소년들이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
▲ 제6회 청소년 특별회의 .
ⓒ 청소년참여포탈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류호준 기자는 고등학생 시민기자입니다.



태그:#청소년참여위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