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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부평에 본사를 두고 있는 대우자동차판매주식회사(이하 대우자판)는 인천의 대표적 향토기업이다. GM대우와 함께 인천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그 대우자판이 지난해 4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갔고, 지금은 '영안모자'에 인수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한 대규모 정리해고가 예상되고, 대우자판 본사도 부천으로 이전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인천 경제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측된다. 대우자판 워크아웃 과정과 문제점, 향후 전망을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대우자판 소액주주들의 의견도 함께 들어볼 계획이다.
<기자 주>
   
대우자판 영업직원 등 700여 명은 지난해 3월 GM대우 부평공장 앞에서 'GM의 GM대우 하청공장화 음모 규탄' 집회를 개최했다. GM대우의 결별선언(=차량판매 계약해지)에, 이들은 마이크 아카몬 GM대우 사장 화형식을 진행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당시 이들은 결별선언이 GM의 GM대우 하청공장화 전략이라고 주장했지만, 결별선언은 대우자판이 막대한 자동차 판매대금을 GM대우 측에 지급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
 대우자판 영업직원 등 700여 명은 지난해 3월 GM대우 부평공장 앞에서 'GM의 GM대우 하청공장화 음모 규탄' 집회를 개최했다. GM대우의 결별선언(=차량판매 계약해지)에, 이들은 마이크 아카몬 GM대우 사장 화형식을 진행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당시 이들은 결별선언이 GM의 GM대우 하청공장화 전략이라고 주장했지만, 결별선언은 대우자판이 막대한 자동차 판매대금을 GM대우 측에 지급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
ⓒ 부평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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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협상대상자로 영안모자 선정, 의혹"

지난해 4월 워크아웃에 들어간 대우자판이 영안모자에 인수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버스의 최대 주주인 영안모자는 2011년 2월까지 대우자판의 신설법인(자동차 판매 사업)을 인수할 계획이다.

대우자판 일부 임직원과 소액주주들은 대우자판의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이하 산은)이 영안모자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대우자판 채권 은행은 40여개에 이르고, 주채권 은행은 산은이다.

이들은 영안모자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과정에, 지난해 8월 영안모자 부회장에 선임된 나종규 전 산은캐피탈 사장이 모종의 역할을 했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나 부회장은 1975년 산은에 입사해 홍보실장·투자금융본부장·기업금융본부장을 거쳐 2006년 산은캐피탈 사장을 역임했다. 나 부회장은 영안모자와 대우버스·클라크지게차 등 영안모자 계열사들의 경영전략을 총괄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호 전 사장 등 대우자판 경영진은 영안모자보다 사모투자펀드(PEF)인 '아지아파트너스(Ajia Partmers)'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정했지만, 채권단이 영안모자를 최적 인수후보로 선정하는 데 나 부회장이 막후작용을 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대우자판이 회사 분할을 골자로 하는 경영정상화 계획 이행 약정을 채권금융기관협의회와 체결해 이를 이행하던 중에, 아지아는 대우자판의 분할신설회사에 투자하겠다는 의향서를 대우자판에 제출했다. 하지만 영안모자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이에 대해 대우자판 소액주주와 일부 임직원은 "인수조건에서 아지아의 조건이 영안모자보다 우월함에도 영안모자가 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영안모자의 대우자판 사업 인수 제안 내용 가운데 채권단에 갚아야할 부채를 주식으로 출자 전환하도록 하겠다고 한 부분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된다.

아지아의 경우 신규자금 800억 원을 투입하고, 900억 원 규모의 금융 부채도 '리파이낸싱(Refinancing: 자금 조달)'하겠다는 인수계획을 제출한 반면, 영안모자는 신규자금 300억 원을 투입하고, 산은 등 채권단에 갚아야 할 부채를 주식으로 출자 전환하도록 하겠다고 제안했다. 더욱이 영안모자는 버스를 중심으로 인수하지만 아지아는 대우자판의 사업 대부분을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논란이 됐다. 하지만 채권단은 '이미 체결한 경영정상화계획 이행약정에 따라 신속히 관련절차(분할 등)를 이행하라'는 문서를 대우자판 측에 통보했다.

대우자판 소액주주들과 일부 임원들은 "고용승계와 향후 사업 비전 등에서 아지아가 월등함에도, 채권단이 실체가 없는 펀드라는 이유만으로 영안모자의 손을 들어주었다"며 "아지아는 4조 원을 운용 중인 펀드로 국내 은행에도 펀드가 확인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산은 관계자는 지난 11월 <부평신문>과 한 전화인터뷰를 통해 "회사(=대우자판)도 영안모자의 투자 유치가 바람직하다고 판단하고, 아지아가 국내 시장에 신뢰성을 어느 정도 얻고 있는지 판단할 문제"라고 아지아에 대해 부정적 의사를 밝혔다.

2008년 12월 3일 열린 '인천 송도 파라마운트 무비파크 코리아' 기공식. 당시 이동호 대우자판 사장(왼쪽 두 번째), 마이클 코코란 파라마운트사 사장, 황우여 국회의원(네 번째), 안상수 인천시장(다섯 번째) 등이 박수를 치고 있다. 대우자판 소액주주들 중 상당수는 송도 개발 사업을 보고 주식을 매입하기도 했다.<부평신문 자료사진>
 2008년 12월 3일 열린 '인천 송도 파라마운트 무비파크 코리아' 기공식. 당시 이동호 대우자판 사장(왼쪽 두 번째), 마이클 코코란 파라마운트사 사장, 황우여 국회의원(네 번째), 안상수 인천시장(다섯 번째) 등이 박수를 치고 있다. 대우자판 소액주주들 중 상당수는 송도 개발 사업을 보고 주식을 매입하기도 했다.<부평신문 자료사진>
ⓒ 한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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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월 만에 자산 1조 원 넘게 잠식?

대우자판 자본금이 9개월 만에 1조 1000억 원이나 잠식된 것도 의혹이 제기된다. 특히 대우자판은 워크아웃 상태에서 자사가 소유하고 있는 인천 송도 토지를 기업 청산 시 적용되는 경매기준으로 자산을 평가해 공시했다. 이를 두고 소액주주들은 "특정기업에 대우자판을 매각하기 위한 수순의 일환으로 진행됐다"고 의혹을 제기한다.

이들은 "인건비·관리비 등의 고정비와 대출금 이자 정도의 손실이 발생해야 하는데, 9개월 만에 1조 1000억 원 이상이 감액처리될 수 있냐"며 "순손실 1506억 원이 과대 계상됐고, 11월 16일 주식시장 시작 전 정정고시가 되는 등 누군가에 의해 재무제표(=회사의 경영 현황을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회계원칙(GAAP)에 따라 일목요연하게 표현한 것)가 급조됐다는 의구심을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경영진이 일반 건설업체와 달리 과도한 '대손충당금(=받을 어음, 외상 매출금, 대출금 따위에서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해 장부상으로 처리하는 추산액)'을 설정해 전액자본잠식 상태를 만들어 놓았다고 보고 있다. 실제 대우자판은 지난해 11월 15일 지급보증 손실 2357억 원을 계상했다가 이튿날 850억 원을 줄여 정정고시 했고, 토지 자산 652억 원을 추가 감액하기도 했다.

소액주주들은 "대주주가 없는 소액주주들로 이루어진 회사를 채권단과 특정인의 이익을 위해 헐값에 분할매각하려 하고 있다. 영안모자 인수가 타당하고 신설법인 분할이 타당하다면 주주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현 대우자판 경영진과 산은 등은 대화를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며 법적투쟁을 준비 중이다.

반면 대우자판 측은 "매출 급감과 각종 자산 매각 등으로 재무구조상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상황이었고, 건설부문에서 발생된 각종 채무에 대해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하게 됐다"며 "상장회사로서 외부감사인에 의한 적법한 절차와 기준에 의해 감사를 받았고, 워크아웃 기업으로서 채권단의 공동관리를 받기 때문에 경영진이 자의적으로 회사의 자산을 감액하는 등의 회계처리는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대우자판의 '2010년 3분기(=제45기) 결산보고서'는 지난해 10월 삼일회계법인의 회계감사에서 적정하다는 의견을 받았다.

대우자판 건설부문 공사 현장. 대우자판이 워크아웃까지 가게 된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대우자판 건설부문의 부실이다. 건설부문 책임자가 이동호 전 사장 후임으로 부임해 소액주주들과 일부 직원들이 반발하고 있다.<부평신문 자료사진>
 대우자판 건설부문 공사 현장. 대우자판이 워크아웃까지 가게 된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대우자판 건설부문의 부실이다. 건설부문 책임자가 이동호 전 사장 후임으로 부임해 소액주주들과 일부 직원들이 반발하고 있다.<부평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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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초래 책임자가 대표이사에 선임"

현재 대우자판에 남아 있는 이사진은 3명이다. 유동성 위기를 자초했다고 평가받는 대우자판 건설부문의 박상설 전 전무가 현재 통합대표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산은 출신 사외이사 1인도 남아있다. 문제는 박 대표이사가 이동호 전 사장과 함께 대우자판의 워크아웃을 만든 장본인이란 평가를 대내외적으로 받고 있는 인물이라는 데 있다.

대우자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부터 건설부문의 몸집을 키워왔다.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는 부산 등지에서 대규모 아파트를 분양해 어느 정도 수익을 챙기기도 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우자판 유동성을 흡수하는 블랙홀로 전락했다.

결국 방만한 건설부문 사업으로 인해 GM대우에 차량 판매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해 GM대우차 판매도 중단됐다. 당시 대우자판 건설부문을 책임졌던 인물이 박 대표이사다.

이와 관련, 전 대우자판 임원은 최근 <부평신문>과 한 전화인터뷰를 통해 "민유성 산은 행장은 자동차판매를 살리고 건설을 정리하려했다. 그런데 건설 측에서 새로운 투자자를 끌어들여 회생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워, 결국 자동차판매 부문과 건설 부문이 대립했다"며 "대우자판을 이 지경으로 만든 것은 건설 부문인데, 이제 자동차판매까지 죽인 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워크아웃에 이르게 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박상설 전 전무가 대표이사로 선임된 것에 대해 "그래서 산은이 문제"라고 한 뒤 "이동호 전 사장이 아지아를 데려와 귀찮게 하니, 건설 쪽과 함께해 이 사장을 사퇴시키고, 이사회에서 일사천리로 영안모자의 안을 받았다. 영안모자와 건설부문이 이해가 맞았고, 산은의 안으로 가다보니 건설 부문 출신이 대표이사로 선임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산은 관계자는 6일 <부평신문>과 한 전화인터뷰를 통해 "대표이사 선임은 회사 정관에 따라 이사회에서 결정할 문제다. 은행이 특정인을 거론하는 것은 오히려 회사 경영 간섭에 해당된다"며 "더 이상의 언급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대우자판, #워크아웃, #영안모자, #산업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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