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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사회는 어떤 사회인가? …(중략)… 세 끼 밥은 먹을 수 있고, 자식들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고 아이를 낳을 수 있고, 10년 후의 자기 미래를 생각하면 돌덩이가 얹힌 것같이 답답하지 않은 사회, 최소한 그 정도는 우리가 같이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책 속에서)

<한국의 워킹푸어>
▲ 겉그림 <한국의 워킹푸어>
ⓒ 책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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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정상회담이 끝나면 금방이라도 선진국이라도 될 것처럼 야단이었다. 그 광고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았지만 상황이 되레 악화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지나보니 그게 아니었다. 연평도를 둘러싼 전쟁의 두려움에서 겨우 벗어나 한숨 돌리나 했더니 구제역 공포가 전국 축산 농가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새해가 되면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 했던 실낱같은 기대도 물가 인상 소식 앞에서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한국의 워킹푸어>의 전형적 인물로 흥부가 있다. 가난과 굶주림을 벗어나기 위해 흥부 내외는 삭신이 부서져라 열심히 일을 했다. 가족들 끼니를 해결할 수만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마다않았다. 남의 매까지 대신 맞아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흥부네 가족은 좀처럼 가난의 늪을 빠져나올 수 없었다. 그들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 또한 차갑기만 했다. 놀부 부부의 행동에서 볼 수 있듯이 자신들의 재물을 축낼 수 있는 귀찮고 위험한 존재로 여겨 눈앞에서 사라져주기를 원했다.

G20 정상회담을 개최할 정도로 경제 대국이 된 나라에서 흥부의 후예 워킹푸어들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열심히 일해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빈곤의 갱도에 갇힌 사람들, 그들은 흥부네 가족이 느꼈던 절망을 똑같이 느끼며 살고 있다. 그들을 향한 사회적 무관심과 냉대 또한 고전 속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나날이 경제는 성장하고 무역수지 흑자는 사상 최대라는데 '워킹푸어'들의 숫자는 왜 자꾸 늘어만 갈까.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뿌리내린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가 초래한 결과다. 한국 기업들이 싼 임금을 찾아 중국, 동남아로 공장을 옮기면서 생산직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해외에서 싼 노동력을 활용해서 만든 물건은 기업의 이익을 높여준다. 당연히 경제 성장률 등의 경제 지표는 좋아질 수 있다.

경제는 호황인데 밑바닥 서민들의 삶은 더 힘들어지는 현상은 이런 경제 시스템에서 확산되고 굳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은 이들의 삶에 크게 주목하지 않는다. '기업하기 좋은 세상' 만들기가 '워킹푸어'들의 가난 극복 프로젝트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신념이 되어 화석처럼 굳어지지 않았나 걱정스럽다.

흥부는 제비가 물어다준 박씨 덕으로 가난의 늪에서 벗어났다. 제비의 박씨를 기대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한국의 워킹푸어>들은 어떤 꿈을 품고 살아가야 할까.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아야 한다. 흥부에게 다가온 박씨의 행운처럼, 로또 복권에 당첨되지나 않을까 매달리는 비현실적 희망을 벗어나 워킹푸어를 양산하는 사회를 있는 모습 그대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당신이 지금 워킹푸어라면, <한국의 워킹푸어>는 작지만 강렬한 위로가 될 것이다. 당신이 워킹푸어가 아니라면, 당신의 경제적 도덕 감성이 이 책과 함께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워킹푸어든 워킹푸어가 아니든 이 책은 당신의 경제적 공감 능력을 향상시켜 줄 것이다.(2.1연구소장, 우석훈)

덧붙이는 글 | 프레시안 특별취재팀/책보세/2010.11/12,000원



한국의 워킹푸어 - 무엇이 우리를 일할수록 가난하게 만드는가

프레시안 엮음,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2010)


태그:#워킹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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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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