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월 9일! 지금부터 14년 전 오늘! 둘째 아이 선호가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다정다감하고 약은 면이 없어서 친구들이 늘 선호를 좋아했다. 특히 여자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아서 아기였을 때에는 여자 친구들과 더 많이 놀기도 했다. 초등학교 4학년 반장선거에서 25표를 받아 반장이 되었는데 그 중 여자 친구들 표가 18표였을 정도니...
요리도 좋아하고 세상 모든 일에 호기심이 많아서 여자들이 좋아하는 자잘한 이야기를 잘 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어른들하고 접하는 시간이 많아서 그런지 어른들에게도 늘 예의 바르고 정이 많은 아이다. 한 번은 학교 선생님께 빵 만드는 레시피를 받아와서 정성껏 얼굴에 밀가루를 묻혀가며 파운드 케잌을 만들더니 경비 아저씨께 갖다 드리는 것 아닌가! 제 입에 들어가기도 바쁠텐데 그 마음이 예뻐서 많이 칭찬 해 주었다.
인사를 참 잘해서 하루에도 열두 번씩 선호의 "안녕하세요?" 를 듣곤 한다. 초등학교 1학년 때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를 만나러 우리 집에서 한참 떨어진 동으로 갔는데 그 동의 경비 아저씨가 선호를 보고 반갑게 인사하는 것 아닌가!
"어, 우리 선호를 아세요?"
"네~ 그럼요. 제가 선호하고 얼마나 친한데요. 우리 둘이 앵무새 이야기도 많이 해요."
앵무새를 키우는 게 취미였던 아저씨와 선호는 이미 오래 전부터 지인이었던 것이다.
그 해 겨울 설날! 선호가 동마다 아저씨들께 한 분당 천원의 세뱃돈을 받아 모아 온 돈은 총 5천원이나 되었다.
선호가 초등학교 5학년 때의 일이다. 학교에서 아주 좋으신 담임 선생님을 만나 늘 재미있는 주제를 가지고 일기를 쓰곤 했는데 그때 몰래 아들아이의 일기를 훔쳐보는 게 나의 낙(樂)이었다.
일기의 내용 중에는 '자기 짝이 뚱보에다가 콧구멍을 자주 파서 싫다'는 웃기는 얘기도 있었고 '학교에서 성교육을 받았는데 엄마 아빠가 나를 낳기 위해 아빠가 정자를 빼 내느라 너무 힘들었겠다'는 얘기를 써 두어 우리 부부를 한바탕 웃음 짓게 하기도 했다. 아들아이는 1년 동안 4권의 일기를 썼었고 그 일기를 복사하여 제본을 만들어 두고 간혹 그 일기장를 넘기기도 한다.
방학이라 아직도 쿨~ 쿨~ 자고 있는 선호를 위해 미역국을 끓였다. 선물로는 어제 밤 대형서점에 가서 선호가 좋아하는 NBA농구 선수들의 이야기를 실은 잡지 하나를 샀다. 중학생이 된 이후로 사춘기에 접어든 선호는 또래 아이들처럼 농구 좋아하고 게임 좋아하는 아이가 되었다. 때로는 요즘아이들 말로 '간지'나는 옷 사달라며 조르기도 한다. 큰아이였으면 학업에 더 열심히 하기를 바라고 더러 꾸중도 하였을 텐데... 아이 둘 중에 막내라 그런지 그렇게 엄한 엄마가 되지 못한다. 그저 '열심히 하라' 고 말할 뿐이다.
어제는 선호가 저녁을 먹으며 이런 고백을 했다.
"엄마! 난 엄마가 요리도 잘하고 테니스도 잘 치고 해서 좋아요. 근데 그것보다 더 줗은 엄마의 최강 장점이 있어요."
"그게 뭔데?"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내가 물었다.
"그건 말야..."
"엄마가 가끔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없거나 외출했을 때 쪽지 편지를 써 두는 거야. 게다가 만원을 올려두고 '선호야 배 고프지? 엄마 올 동안 뭐 사먹어' 할 때예요."
"그래? 엄마가 쓴 쪽지가 그렇게 좋으니? 좋아! 오늘부터 더 자주 써 줄게. 그거야 뭐 어렵지 않지! "
"근데 돈도 올려 놔야 해요. ㅋㅋㅋ"
"뭐야! 요 녀석이~"
"히히히히."
고등학생이 되면 전교 1등을 해서 엄마를 기쁘게 하겠다는 아이, 어른이 되면 돈을 엄청 많이 벌어 엄마 아빠한테는 10억씩 주고, 온 동네 거지에게는 매일 삼각 김밥 3개씩을 나누어 주겠다는 아이! 그러면서도 친구들이 '농구하자'고 하면 어느새 운동장으로 뛰어 가 버리는 아이! 그 아이가 내 아들 선호다.
선호가 잠자는 얼굴을 내려다보며 마음속으로 기도한다.
'선호야 ! 엄마는 네가 전교 1등을 하지 않아도, 세상 최고의 부자가 아니어도 너를 사랑한단다. 늘 자기 일에 충실하고 지금처럼 건강하고 친구들을 배려할 줄 아는 아이로 자라렴. 선호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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