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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방송통신위원회 기자실에서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방송채널사용사업 승인 대상법인 선정에 관한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방송통신위원회 기자실에서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방송채널사용사업 승인 대상법인 선정에 관한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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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편성채널은 난리법석만 떨다 결국 망할 것인가?

전문가들은 광고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이기에 종합평성채널(종편)과 같은 신규 사업자 선정은 무리라고 누차 지적했다. 그럼에도 보수언론은 종편 진출에 사활을 걸었고 마침내 '조중동+매경'이 낙점을 받았다. 승자가 되기 위해 무모한 게임에 뛰어든 결과 승자가 되는 순간 패자로 전락하는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가 현실화될 것인가?

다수는 종편이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 전망한다. 조중동을 일망타진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리란 희망 섞인 기대를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난 그렇게 보지 않는다. 승자의 저주가 적용될 전형적 경우지만, 신문 발행부수 기준 1~4위 사업자인 조중동+매경이 방송시장에서도 활개 치는 불길한 시나리오가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시장, 특히 언론시장이 정상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좋은 저널리즘을 실천하는 언론사가 시장경쟁에서 이기는 구조가 아니다. 정상적이라면 조중동이 여론시장에서 이렇게 큰 영향력을 갖지 못했을 테고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지금보다 훨씬 큰 입지를 다졌을 것이다.

광고 빼앗는 일, 조중동매에게 대수롭지 않을 것

 서울 세종로 네거리 코리아나호텔 부근 조선일보 사무실 밀집지역.
 서울 세종로 네거리 코리아나호텔 부근 조선일보 사무실 밀집지역.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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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방송에 버금가는 시청자 접근성을 대번에 획득한 조중동+매경은 비정상적 시장 환경에서 포악한 '마이다스의 손'이 될 공산이 크다. 정치권력과 자본권력보다 우월한 언론권력을 무한 확장할 디딤돌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종편 사업자에 대한 특혜를 막기 위해 이 채널을 케이블과 위성으로 의무 재전송하도록 한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하라고 요구하지만, 그렇다한들 유료방송 사업자가 조중동+매경의 등쌀에 못 이겨 이들 채널을 기본 패키지에 포함하면 그만이다.

종편에 황금채널을 배정하도록 방송통신위원회가 행정 지도하는 건 권한 남용이라 비판하지만 유료방송 사업자가 조중동+매경의 겁박에 굴복해 또는 사이좋게 지내려고, 알아서 알짜배기 채널을 부여하면 어쩔 도리가 없다.

방통위가 굳이 광고규제를 더 풀지 않아도 조중동+매경이 신문과 방송에 걸친 매체파워를 동원해 광고주 하나쯤 주물러 남의 광고 빼앗아 오는 건 일도 아니다. 한정된 광고시장 따위는 애초 조중동+매경에게 대수롭지 않은 변수였는지 모른다.

조중동+매경은 권언유착을 뛰어넘어 정치권력을 자신들의 휘하에 종속시킬 것이다. 정부․여당과 종편 사업자들은 각자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상부상조할 것이다. 이 나라를 보수의 낙원으로 고착시키는 꿈을 꾸리라.

혹자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정권이 교체되면 종편채널도 끝이라 기대한다. 사업자의 존폐를 결정하는 재승인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과연 그럴까?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10년 동안 겪은 것처럼 '조중동+매경'은 파렴치한 '비판의 상품화'를 무기로 버틸 것이다. 약점 많은 정치권력을 회유해 적당히 연명하는 방법도 있겠다.

승자의 저주 퍼붓는 일, 안이한 태도

 최문순 의원실과 미디어행동 주최로 지난 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언론 4대강, 종편 규탄' 토론회에서 김성균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대표 등 참석자들이 방통위의 종편 사업자 선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최문순 의원실과 미디어행동 주최로 지난 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언론 4대강, 종편 규탄' 토론회에서 김성균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대표 등 참석자들이 방통위의 종편 사업자 선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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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의 예측대로 광고시장의 성장이 정체된 상태에서 종편채널이 성공리에 시장에 안착한다는 사실은 다른 매체의 지분이 줄거나 사라짐을 의미한다. 그 타깃은 시장경쟁력이 약하나 여론 다양성을 위해 필요한 지역방송, 올드미디어의 대표주자인 신문, 이제 비로소 탄력을 받기 시작한 케이블채널, 현재 시장의 강자인 지상파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일 것이다. 4대강 사업이 그랬던 것처럼 종편 사업자로 말미암아 미디어계의 '종 다양성'이 훼손될 것이 자명하다.

종편채널이 시장의 이치대로 살아남지 못해도 문제다. 이들이 곱게 퇴출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생존과 성장을 위해 터득한 온갖 수법을 총동원할 것이다. 행정․입법기관을 압박해 가뜩이나 난맥상인 방송정책을 누더기로 만드는 것은 물론 프로그램의 저질 상업화를 주도할 것이다. 종편만 천덕꾸러기로 고립되면 얼마나 좋을까. 경쟁 사업자들도 생존이 걸린 이전투구에 가세하지 않을 수 없다. 방송 내용이 타락하는 건 한순간이다.

조중동+매경에 승자의 저주를 퍼붓는 건 속만 후련하지, 안이한 태도다. 이들은 사악할지언정 바보가 아니다. 나름의 비책도 있고 생존력도 탁월하다. 신문에다 보도 기능이 겸비된 방송채널이란 날개를 달아 몸집을 한껏 키웠다. 이 괴물은 시장에 연착륙해도 문제, 망해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그래서 난 종편채널의 입지, 그 자체가 두렵다.

덧붙이는 글 | 김재영 기자는 충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입니다.



#종합편성채널#종편#조중동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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