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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VS 철학>의 저자인 강신주 박사가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강의실에서 정치철학 특강 강의를 하고 있다.
 <철학 VS 철학>의 저자인 강신주 박사가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강의실에서 정치철학 특강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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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리스 오블리제'. 귀족의 역사가 긴 유럽에서부터 쓰이기 시작해, 오늘날에는 보편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이 말은 '가진 자의 도덕적 의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혼자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번 사람이라면 원초적인 의문이 들 법도 하다. 사유재산이 철저히 인정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부에 도덕적 의무가 따라붙는 이유는 무엇일까?

철학자 강신주 박사는 "사유재산제도가 참으로 정당한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사유재산을 가진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모든 타자들에 대해 당당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박사는 지난 12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강의실에서 '사유재산은 정당한 것인가?'라는 주제로 '정치철학 특강'을 열었다.

이날 강의에서 강 박사는 사유재산제를 긍정했던 영국의 철학자 존 로크와 사유재산제를 부정했던 프랑스의 철학자 장 자크 루소의 견해를 대비시켜 설명했다. 그는 "사유재산의 개념의 기초에는 과도한 욕망과 탐욕이 자리 잡고 있다"며 "다른 생명체, 타인과 함께 공존하는 것에 대해 우리 각자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로크, "내가 노동한 대가는 전부 나의 것"

로크는 "인간이 자연 안에 놓여 있는 것에 자신의 노동을 섞어 자신의 것을 보탠다면, 자연의 대상물은 노동한 자의 소유가 된다"고 주장했던 17세기 철학자다. 자연에 어떤 인간의 노동이 가해지면 그것은 모두 그의 것이 된다는 얘기다. 밭을 갈면 밭은 개간한 사람의 소유가 되고, 돼지를 키우면 돼지는 사육자의 소유물이 되는 셈이다.

노동으로 만들어진 산물을 소유하는 것은 현대인들에게는 매우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개념이다. 이게 왜 문제라는 걸까. 강 박사는 "로크는 현대 자본주의 부르주아 사회의 철학적 기초를 마련한 사람"이라며 "(당연하게 여겨지는) 로크의 논리를 공격할 수 있다면 사회의 토대 자체를 흔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크는 기본적으로 '내 몸은 내 것'이라는 소유 개념에서 시작해서 사유재산제를 확장시킵니다. 정신이 내 육체를 갖는 거에요. 정신이 맑을 때는 내가 내 자신을 소유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여자분들 생리할 때나 몸 아플 때 생각해 보세요. 자기 몸을 마음대로 못하잖아요. 내 몸이 정말 내 것인가요?

또한 로크의 소유권 논리에는 두 가지의 큰 문제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우리의 소유가 되는, 그가 '열등한 피조물들'이라고 표현했던 것들의 권리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노동 경쟁에서 소유할 가능성을 박탈당한 사람들의 권리에 대한 문제입니다. 이게 왜 문제냐고요? 경쟁에 늦게 참여하는 사람들은 노동할 기회조차 가지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죠. 내 아이들은 아무것도 가질 수 없게 되는 겁니다."

강 박사는 "사과나무에 열린 사과를 어떤 사람이 밤새도록 모두 따버리면 그가 딴 사과들은 모두 그의 것이 되지만 다른 사람들은 사과를 딸 기회조차 가지지 못하게 된다"며 "이것은 정당한 행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로크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합리화했을까? 그는 "로크 역시 이 지점에 문제점을 느꼈는지 '매우 이상한' 해결책을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로크는 그의 책 <통치에 대한 두 가지 논고>에서 사과를 마음껏 따되, 썩지 않을 만큼만 따야한다는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그러면서 썩는 사과 대신 사과를 화폐로 바꿔서 저장하는 것은 무방하다고 말하지요. 결국 누구든 사과나무에 열린 사과를 모조리 딸 수 있게 된 셈입니다. 분수를 넘는 물건들을 화폐로 바꿔 영원히 사적으로 소유하는 부르주아들과 부르주아 사회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로크의 사유재산제가 채택된 것도 이런 측면 때문이지요."

화폐를 통해 부의 무한한 소유가 가능해졌지만 부를 갖지 못한 사람들의 반발이 두려웠던 로크는 사유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로 국가를 설정한다. 강 박사는 "근대에 상정된 국가기구의 최종 목적은 개인의 사유재산을 보호하는 것이었다"며 "사유재산을 가진 사람들이 그것을 지키기 위해 공동체를 결성하고 스스로를 정부의 지배아래 두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박사는 "로크의 이러한 국가 논리 안에는 개인의 무한한 사유재산이 부당하다는 무의식적인 판단이 함께 전제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사유재산제가 정당한 것이라면 사유재산을 가진 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게 당당했을 텐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배타적인 보호 장치로서 국가의 강제력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루소, "사유재산은 인류사회의 암적 존재"

철학자 강신주 박사가 <오마이뉴스> 강의실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철학자 강신주 박사가 <오마이뉴스> 강의실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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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소는 자신의 저서인 <인간불평등기원론>에서 이런 로크의 사유재산제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그는 사유재산제가 인간에게 원초적인 갈등과 상호불신, 범죄와 전쟁, 살인, 공포, 불운을 인류에게 가져온다고 믿었다. 강 박사는 "무한한 사적 소유가 가능해졌기 때문에 모든 대지와 결실들을 몇몇 사람이 독점하게 되었다"며 "여기에서 토지 소유자와 토지 경작자라는 고정된 계급이 출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혀 노동하지 않고 토지를 빌려주는 것만으로 충분한 결실을 얻을 수 있는 사람들은 이런 상황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사유재산제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은 법률과 국가에 의한 강제적 통치거든요. 아이러니한 점은 국가와 법률이 제정한 공권력을 대행하는 사람들이 사실 대부분 사유재산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부를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국가로부터 봉급을 받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관료나 경찰이 되었거든요"

이러한 루소의 사유재산제 비판에는 사유재산제의 토대가 되는 과도한 욕망과 탐욕이 사회 구성원들의 공존을 어떻게 저해하는지가 잘 설명되어 있다. 강 박사는 "사유재산제에 대한 성찰을 통해 다른 생명체, 타인과 함께 공존하는 것에 대해 우리 각자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유재산제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강 박사는 "우리는 보이는 것만 가질 수 있다"며 "물건을 고르거나 옷을 살 때 자본주의가 인간의 욕심을 증폭시키는 방법도 시각을 자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각각의 사회 구성원들이 시각의 과잉의존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이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사유재산의 역사는 우리 곁에 있는 것을 시각화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돈을 주고 노예를 사서 소유할 수 있잖아요. 눈에 보이니까. 하지만 노예의 마음을 소유할 수는 없어요. 그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철학적으로 봤을 때 시각은 기본적으로 소유의 세계이고 자본주의가 발달과 함께 우리는 지나치게 시각의 지배를 받고 있습니다. 사유재산제에 문제를 느끼는 분이라면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이 필요합니다."

강 박사는 '소유와 사유를 강화하기 위해서 인스턴트 음식들이 급증하는 경향이 있다"며 가급적 캔 음료수나 라면, 인스턴트 음식들을 소비하지 않으면 자본주의가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냉장고 역시 시각화된 것을 소유하는 창고 같은 것"이라며 "사람들이 집에서 냉장고만 내다 버려도 사실 생태와 공존의 문제는 많이 해결될 것"이라고 설명하며 강의를 마쳤다. 

수강생들이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철학자 강신주 박사의 강연을 수강하고 있다.
 수강생들이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철학자 강신주 박사의 강연을 수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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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오마이뉴스>는 현재 진행 중인 '정치철학 특강 1부' 강좌에 이어 오는 2월 9일부터 마르크스와 벤야민, 기 드보르, 랑시에르를 잇는 흐름 속에서 진보적 정치에 대한 철학적 성찰과 실천을 모색하는 '정치철학 특강 2부' 유료 강좌를 마련했다.

2~3월 매주 수요일 저녁 전체 8강 규모로 열리는 '정치철학 특강 2부'에서는 기 드보르의 <스펙타클의 사회>와 발터 벤야민의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 칼 마르크스의 <독일 이데올로기> 등의 교재들을 통해 '인간적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가 다시 찾아야 할 정치가 무엇인지 살펴볼 예정이다.

☞ [클릭] 강신주 박사의 '정치철학 특강' 신청하기


태그:#강신주, #사유재산, #정치철학 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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