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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와 그 부인이 농지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영농계획서를 허위로 제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문순 민주당 의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정 후보자 부인 이 아무개씨는 이미 집이 지어진 땅에 논농사를 짓는다고 신고하고 농지를 취득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씨가 양평군 개군면 부리 77-1번지 1673㎡(506.1평)넓이의 농지에 대한 취득자격을 얻기 위해 지난 2004년 개군면에 제출한 영농계획서 내용은 2004년부터 벼 재배에 착수해 향후 계속 영농을 하겠다고 돼 있다. 또 영농경력이 3년인 이씨가 '자기 노동력'으로 농사를 짓겠다는 내용도 있다.

 

"영농계획서 필체와 서명, 다른 서류들과 달라"

 

최 의원은 "이씨는 1994년부터 현재까지 서울에 있는(2004년 당시 서울 여의도 소재) 어린이 학원(완구판매 및 놀이학습업체)을 운영하고 있어서 본인이 직접 자신의 노동력으로 경작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자도 국회의원 신분이었으니 경작하기 어려운 상태이긴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이 농지의 일부인 227㎡(68.7평)에는 이미 주택이 지어져 있었다. 이씨는 1996년 토지 용도가 '답'(논)인 이 농지에 주택을 짓고 본인 이름으로 등기까지 마친 상태였다. 토지는 정 후보자의 친인척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공동 소유하고 있었지만 이씨가 이들로부터 토지사용승낙을 받아 주택을 지었다.

 

문제의 영농계획서로 농지취득자격을 받은 이씨는 2004년 해당 토지를 사들였다. 최 의원은 "이미 자기 소유로 된 주택이 지어진 땅을 벼농사를 짓기 위한 목적으로 취득하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2005년 6월 이씨는 이 땅의 지목을 '답'(논)에서 '대'(대지)로 변경하는 지목변경신청을 해, 신청한 대로 지목이 변경됐다. 논에서 대지로 바뀐 땅 위에는 지난 2008년 창고가 지어졌다. 영농계획서에서 밝힌 '향후 계속 영농'은 허위계획이었을 수 있는 것이다.

 

최 의원은 또 "영농계획서 상의 필체와 서명이 (이씨가 작성한) 다른 서류들과 다르고, 본인이 취득할 땅임에도 '취득자와의 관계'에는 '본인'이 아닌 '부인'으로 기대된 것으로 미뤄 영농계획서가 제 3자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화부는 "정 후보자 배우자가 해당 농지를 취득한 것은 1995년이었는데, 땅을 사긴 했지만 그 땅에 매도자의 은행 담보 등이 남아 있어서 이것을 해결하느라 등기이전이 늦어졌다"며 "땅을 샀던 95년에는 영농계획서가 필요 없었지만 96년에 영농법이 바뀌어서 관청에서 영농계획서를 요구해서 써 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문화부는 "200평 정도는 주택을 짓고 300평 정도는 농사를 짓기 위해 2004년에 영농계획서를 쓰고 등기이전을 완료했고, (정 후보자 부인이) 농사를 짓다가 지목을 대지로 바꾸고 2008년에 창고를 지었다"며 "영농계획서를 요구하니 쓰긴 썼는데 꼼꼼하게 쓰지는 못한 부분은 있었다"고 밝혔다. 영농계획서 작성자에 대해선 "본인이 쓴 것"이라고 밝혔다.

 

정병국 본인이 낸 영농계획서는 '계획 없음'

 

정 후보자 본인도 친형과 절반씩 공유하던 부리 3개 필지의 땅을 단독소유로 취득하는 과정에서 '텅 빈 영농계획서'를 제출했지만, 농지취득자격을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 후보자의 계획서를 보면 농업경영 노동력의 확보방안, 농업기계·장비의 확보방안, 소유농지의 이용현황 등 20여 가지나 되는 사항을 하나도 기록하지 않았고, 소유자 이름과 직인, 해당 토지에 관한 사항만 타자기로 기재돼 있을 뿐이다.

 

이런 영농계획서로 토지취득자격이 주어진 것에 대해 최 의원은 "해당 토지가 포함된 지역의 현역 국회의원에 대한 해당관청의 특혜성 행정이 의심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문화부는 "후보자의 땅은 선친에게 물려받아 형과 공유하고 있었는데 형이 땅을 갖고 있을 수 없어 매매 형식으로 정 후보자에게 넘긴 것"이라며 "땅을 등기하려고 보니 영농계획서를 쓰라고 해서 썼는데 이 경우도 꼼꼼하게 쓰진 못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태그:#정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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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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