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해 연말 무렵부터 심상치 않았다. 지난해 11월 28일, 경북 안동에서 구제역이 최초로 발견되면서 안성시에도 불안감이 스멀스멀 스며들고 있었다. 지난해에는 경북 예천(12.4), 경기 양주(12.14), 인천 강화(12.23), 경기 여주(12.25) 등 지역을 구제역이 강타했다. 마치 적이 서서히 포위망을 좁혀오는 듯했다. 급기야 올해에는 충남천안(1.1), 충북 진천(1.4), 경기 용인(1.4) 등 안성 인접 지역에서도 구제역이 터졌다.

안성에는 소와 돼지, 기타 가축을 기르는 축산 농가는 2000여 가구이며, 축산가축은 자그마치 40여만 마리나 된다. 축산 농가와 관련된 업종, 농협 등의 인구를 감안하면 안성은 축산의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2002년엔 안성지역의 84농가에서 9만여 두를 '살처분'하는 구제역 대재앙을 경험한 바 있었다.

안성이 구제역으로 인해 얼마나 다급하고 고통 중인지를 한 눈에 보여주는 현수막 문구다. 안성시는 구제역으로 인해 5일장 3곳을 잠정폐쇄했다.
▲ 5일장 폐쇄 안성이 구제역으로 인해 얼마나 다급하고 고통 중인지를 한 눈에 보여주는 현수막 문구다. 안성시는 구제역으로 인해 5일장 3곳을 잠정폐쇄했다.
ⓒ 송상호

관련사진보기


1월 5일 구제역 안성 상륙,  일파만파

안성도 구제역을 피해갈 수 없는 운명(?)이었던가. 올해 1월 5일, 안성 일죽면 축산 농가에 안성시 최초로 구제역이 발생했다. 6일 고삼면, 7일 일죽면 등의 농가로 확산되었다. 일파만파가 따로 없었다. 계속되는 구제역 확산과 의심축 신고가 들어왔다.

안성시는 지난 5일 구제역 방역대책본부 상황실을 설치했다. 해당부서 공무원뿐만 아니라 다른 부서에서 공무원을 차출하여 살처분 현장에 투입해 방역초소 관리를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4일 방역초소 3곳을 설치 운영했다. 안성에 구제역이 상륙한 올해 1월 5일엔 19곳, 8일엔 21곳, 11일엔 26곳, 12일엔 30곳으로 방역초소를 점차 늘려 운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9일까지 구제역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하지만, 지난 5일 안성지역 최초로 발생한 일죽면 화곡리의 농장과 반경 500m내에 있는 3곳의 농장의 돼지를 살처분하기에 이르렀다. 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2일까지 구제역 발생 20개 농장의 돼지 3만9183두와 소 1017두 등 도합 4만여 마리를 살처분했다고 밝혔다. 13일에는 구제역 발생농장 4곳에 있는 6000여 두의 돼지와 소가 추가로 살처분 되었다. 지난 5일 일죽면 화곡리를 시작으로 12일까지 안성 전역에서 50여 건의 구제역이 발생 되었다.

축산농가 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함께 고통 겪어

구제역으로 인해 안성지역내의 5일장이 폐쇄되었다. 구제역 발생지역 90곳의 경로당(마을회관)도 잠정 폐쇄되었다. 발생지역으로 운행되는 버스도 운행이 취소되었다. 발생지역 3km 내에 있는 축산농장에는 사료공급차가 직접 못 들어가게 되었다. 별도 지정 장소로 와서 가져가도록 조치되었다. 우편물과 택배 배달 등도 직접 배송하지 못하게 했다. 마을 입구 등지에 와서 마을 방역관리 주민에게 전달하면 그것을 받아서 다시 해당 주민에게 전달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안성신문(2011.1.12)은 안성의 한 축산 도매업자가 "구제역이 터지면 축산 농가는 보상이 되지만 도축장이나 도ㆍ소매 업체의 매출 감소는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축산업자는"구제역 발생 이전과 비교하면 15%에서 최고 20%까지 고기 가격이 올랐지만, 매출은 오히려 30% 정도 줄었다"고 밝혔다.

육류를 주 메뉴로 하는 식당들은 울상이다. 고기 값은 계속 오르는 반면 육류 식당을 찾는 손님들은 줄고 있다. 구제역 방지를 위해 5일장 등이 폐쇄되면서 이동하는 시민들이 줄어든 데다가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어 육류와 전혀 상관없는 다른 업종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갈수록 태산, 하지만 속수무책

땅에 살처분한 동물들의 시체들로 인해 지하수가 오염되고, 주변 환경이 오염되는 것도 심각한 수준이다. 원칙적으로 구제역 발생 농가 500m 내의 농가 가축도 살처분해야 하지만, 워낙 대상이 많다보니 방역본부에서도 살처분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13일까지 살처분을 해야 할 농장 13곳도 살처분을 하지 못하고 밀려 있는 상태라고 한다. 안성시 방역대책본부에서도 살처분 해당농가에 100~140여 명의 공무원과 요원을 파견해 살처분을 하고 있지만, 워낙 신고 건수가 많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2일의 경우, 방역본부로 구제역 의심신고가 하루에 10건이 들어와 확실여부를 판단하는 데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방역본부는 확실하다고 판단이 내려진 현장만 살처분을 실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행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구제역이 그칠 날만 손꼽는 지경이 되었다.

13일 현재 31곳의 방역초소(구제역 30곳, 조류인플루엔자 1곳)가 설치 운영되고 있다. 요즘 안성의 출입구라면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 방역초소 13일 현재 31곳의 방역초소(구제역 30곳, 조류인플루엔자 1곳)가 설치 운영되고 있다. 요즘 안성의 출입구라면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 송상호

관련사진보기


설상가상 조류인플루엔자까지

엎친데 덮쳤다. 지난 8일엔 안성 서운면의 한 농가에서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했다. 3일 뒤인 11일까지 발생농가의 3만3200마리의 오리와 인근 500m내 농장 닭이 6만여 마리가 살처분 되었다. 이어서 11일엔 일죽면 산북리 농장에서 의심축이 신고 되어 양성판정을 받았다.

13일엔 미양면의 한 오리부화장에서 총 22동 중 6동에서 산란율이 70-80%까지 떨어진다며 조류인플루엔자 의심신고가 들어왔다. 11일에 신고 되었던 일죽면 산북리 닭·오리농장의 인근 농장에서도 닭 900여 마리가 집단 폐사하고 있다고 신고가 되었다. 이런 지경이지만, 구제역 방역에도 버거운 방역본부는 조류인플루엔자 방역 초소를 한 곳만 설치 운영하고 있다.

이래저래 안성은 지금 단순한 고통이 아닌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중이다. 날씨가 추우면 오히려 전염 병균은 활성화된다 하니 계속되는 추운 날씨로 인해 하늘마저 외면하고 있는 듯 싶다. 추운 날씨만큼이나 안성시민들의 마음은 더욱 꽁꽁 얼어붙고 있다. 재난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정부 차원에서 구제역 발생 초기에 제대로 대처만 했어도 이렇게까지 되었겠나"라고 원망 해봐도 안성 축산 농민들의 마음은 진정되지 않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13일까지의 안성 상황을 정리한 것이다. 안성지역 신문과 안성시 방역대책본부의 상황과 주변 축산농민들과 일반시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작성되었다.



태그:#안성 구제역, #안성 조류인플루엔자,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안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