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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늦은 시간의 인하대학교 교정.
 밤늦은 시간의 인하대학교 교정.
ⓒ 김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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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오늘 날씨가 굉장히 추운데 고생하시겠어요. 함께 캠퍼스를 돌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인하대 총학생회장 전성원(29)씨의 말에 '자율 경비단'(이하 자경단) 학생들, 이우주(26) 김인해(25) 금현욱(24)씨가 멋쩍은 듯 웃어 보였다.

'자경단'은 지난 6일 캠퍼스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 이후 학내 치안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학생들끼리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지난 13일 오후 11시 50분이 되자 이들은 후문에서 모인 후 경광봉과 야광조끼를 지원받으러 총학생회실로 향했다.

금현욱(24)씨는 "학기 중에는 총학생회에서 운영하는 야간 규찰대가 있지만, 방학 중에는 이런 캠퍼스 지킴이들이 없었어요"라면서 "얼마 전의 사고 보도를 보면서 우리가 방학 때도 자발적으로 학교 순찰을 돌아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참여 동기를 말했다.

두툼한 패딩 점퍼에 목도리를 두르고 장갑을 낀 채 이들은 자정부터 새벽 2시까지 순찰에 돌입했다. 약 8만여 평이 넘는 캠퍼스를 3명이서 도는 데에도 전혀 힘든 내색하지 않고 후미진 골목길을 살피는 데 여념이 없었다.

때마침 학교의 요청으로 인천 남부경찰서의 차도 순회하고 있었다. 송정구 경사는 "친구들이 이렇게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으니 기특하다"며 학생들을 칭찬했다. 

자경단은 대형마트로 이어지는 샛길에 인적이 있는지 둘러보고, 동아리 건물 뒤편의 공터도 살폈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오는 지대여서 '인하대의 시베리아'라 불리는 곳을 지날 때는 모두가 똑같이 옷깃을 여미었다. 방학 때라 이 시간대의 캠퍼스는 한적했다. 기숙사 뒤편의 가로등 불빛이 금세라도 수명을 다할 것 마냥 흐릿하게 흔들렸다.

"순찰 돌 때 무섭지 않으세요?"라고 물으니 "무섭긴 하지만 그래도 학생들을 위해서 하는 것이니 해야죠"라고 의젓한 답변이 돌아왔다.

"진작 이렇게 불을 켜놓았으면 좋았을 텐데..."

'자경단'이 순찰 도는 모습
▲ 자율경비대 순찰 '자경단'이 순찰 도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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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가 새벽 1시를 가리켰다. 쉴 틈 없이 움직이던 그들을 향해 '잠시 쉬자'고 기자가 먼저 제안했다. 따뜻한 음료를 마시며 이들에게서 이번 사건에 대한 속내를 들을 수 있었다.

김인해(25)씨는 "도서관에서 12시를 넘기며 공부하던 여대생들의 수가 줄었다"면서 "예전에는 길을 걸으면 그림자가 보기가 힘들 정도로 어두웠는데, 진작 이렇게 불을 켜놓았으면 좋았을 텐데…"하고 아쉬워했다. 

이어 이우주(26)씨는 "학교가 학생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식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고 지금 학교에서 내놓는 대책들이 나중에 흐지부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고 이후 학교 측은 "가로등 불빛의 밝기를 배로 높이고 CCTV도 30여 개 정도 더 늘릴 계획"이라 했다. 하지만 여전히 여학생들은 자정이 넘은 시간에 교정을 지나다니기 꺼리는 분위기였다.

인하대 학생 고유라(21)씨는 "기숙사에서 지내는데 뉴스 보도 후 부모님이 굉장히 걱정을 많이 하셨다"면서 "밤늦게 나갈 일이 생기면 남자친구나 친구들과 꼭 같이 다니게 된다"고 말했다.

자경단원 김씨는 "자경단 활동이 학생들의 불안을 조금이라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순찰을 마치고 뒤늦게야 집으로 귀가하는 학생들의 뒷모습에서 봉사정신과 사명감이 보였다.

덧붙이는 글 | 정민지 기자는 13기 오마이뉴스 인턴기자 입니다.



태그:#인하대, #자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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