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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단체협의회 신년교례회에서 대구시장이 "남편들이 바람을 피울 수도 있으니 단속 잘 해라"고 했다면 웃어야 할까요? 아니면 '썩소'를 지어야 할까요?

 

실제 대구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행사장에 모였던 1600여명의 여성단체협의회 관계자들이 잠시 '침묵'을 지켜 어색한 분위기였다고 언론은 전하고 있는데요.

 

연초에는 대부분 단체에서 신년교례회를 진행합니다. 지방자치단체장 또는 관계기관 담당자들은 다양한 형태의 인사말을 준비할 텐데요. 딱딱하고 훈계적인 내용에 비해 유머와 해학이 있는 메시지가 그 자리의 분위기를 한껏 흥을 북돋우리라고 생각합니다.

 

 KBS대구 뉴스9 (1월 6일)  KBS대구 뉴스9 (1월 6일)
KBS대구 뉴스9 (1월 6일) KBS대구 뉴스9 (1월 6일) ⓒ KBS대구

그런데 이것이 지나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날 텐데요. 김범일 대구시장이 그런 상황에 처했습니다.

 

웃자고 던지 농담에, 웃음보다는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던 것입니다. 이런 현상에 문제를 제기하는 기자의 질문에 대구시의 답변이 더 코미디더군요. '뭐가 문제지?'.

 

더 큰 문제는 이런 대구시와 대구시장의 '부적절한 행위와 사고방식'에 침묵하고 있는 지역언론입니다.

 

<한겨레신문>이 7일 <대구시장 "남편 바람 단속 잘해라" 여성신년교례회서 부적절발언 물의>에 따르면 이 상황이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기사에 의하면 "김범일 대구시장이 지난 6일 대구여성단체협의회가 주최한 신년교례회에서 인사말에 '남편이 바람을 피우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얘기를 꺼냈다"고 합니다.

 

즉 "'토끼가 동양에서 영특하고, 재치있고, 번영과 다산의 의미가 있다"며 "서양에는 다른 의미가 있는데 알고 있냐"고 질문을 던지고, "서양에서는 토끼가 난봉꾼, 플레이보이의 의미가 있다"며 "남편들이 바람을 피울 수도 있으니 단속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농담조로 했지만, 대부분 참석자가 웃지 않아 분위기가 잠시 어색했다고 하는데요. 이 기사를 취재한 <한겨레신문> 박주희 기자는 대구시 관계자를 대상으로 추가취재를 했습니다. '다소 부적절한 발언이 아니었나?'고 질문을 던졌겠죠.

 

 한겨레신문 1월 7일 21면  한겨레신문 1월 7일 21면
한겨레신문 1월 7일 21면 한겨레신문 1월 7일 21면 ⓒ 한겨레신문

 

대구시의 답변입니다. "토끼가 서양에서 다른 의미로 쓰인다는 얘기는 시청에서 열린 시무식 때도 했으며, 5일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이 시청을 찾았을 때도 얘기했다"며 "여성들이 각자 조심하고 남편 단속도 하자는 뜻인데, 나쁜 의미는 없다"고 해명했다고 하네요.

 

즉 '아무 문제 없다'는 것인데요. 별 일도 아닌 인사말에 왜 행사장에 있었던 1600여명의 여성단체연합 회원 및 관계자들은 순간적으로 '얼음'이 됐을까요?

 

대구시 관계자 '뭔 문제?'... 언론 '무감각'

 

지난해 11월 성희롱 건배사로 물의를 빚었던 경만호 대한적십자사 부총재(현 대한의사협회 회장)에 대해 다수의 언론이 '부적절했다'며 따끔하게 지적했는데요. <한국경제>박성희 수석논설위원의 주장이 매우 적절한 것 같습니다.

 

박 수석논설위원은 <천자칼럼 : 건배사>(2010 11월 10일)에서 "회식자리에서 성희롱적 건배사가 등장하는 이유는 복잡하지 않다, 음담패설이 성희롱에 해당한다거나 불쾌감을 준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 채 무심코 내뱉기 때문이다"며 "가난보다 무서운 건 가난에 익숙해지는 것이라고 본다, 성희롱 발언보다 무서운 건 상대 혹은 참석자에 대한 배려 없이 아무데서나 함부로 이뤄지는 그 같은 발언에 익숙해지는 건지도 모른다"며 '부.끄.럽.다'고 글을 맺고 있습니다.

 

그렇죠, '익숙해지는 것, 즉 아무런 문제의식을 못 느끼는 것'이 가장 문제라는 것인데요. 대구시장은 '남편이 바람을 피우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얘기를 그 자리에 참석한 대상자에 대한 고려 없이 '무심코' 내뱉었고, 대구시 관계자는 '대구시 시무식, 박근혜 의원이 방문했을 때도 괜찮았는데, 뭐?'라며 '문제제기 자체가 문제다'는 무딘 감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에 대한 지역언론의 침묵입니다. 대구여성단체협의회 신년교례회 행사는 대부분 언론에서 보도를 했다는 점은 그 자리에 꽤나 많은 언론인들이 함께 한 것일 텐데요. 김범일 대구시장의 이 말에 아무런 문제의식을 못 느꼈던 것일까요?

 

이 문제를 보도한 언론은 당일 (6일) KBS대구 <뉴스9> 밖에 없었습니다. <김범일 시장 부적절한 발언 물의>를 제목으로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김범일 시장이 부적절한 발언으로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김 시장은 오늘 대구 여성 신년교례회에 참석해 토끼를 서양의 난봉꾼에 비유하며 새해에는 남편 관리를 잘하라는 발언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여성 참석자 대다수가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여 공직자로서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는 것.

 

공무원이나 자치단체장은 상대방과 자리에 대한 고민 없이 '품위와 인격'이 떨어지는 인사말에도 별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함께 했던 언론인 또한 이런 분위기에 '무감각'해지는 것이 2011년 1월 대구의 현실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오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대구시장#부적절 인사#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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