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전국 제2의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문화적인 면에서 약자였다. 서울에서 이미 충분히 검증을 받은 뮤지컬조차도 1~2년이 지난 후 공연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문화적인 차이가 나게 된 것은 부산하면 소비 지향의 도시, 급격하게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도시, 장기간의 불황이 겹쳐진 도시가 떠오르면서 문화에 대한 투자가 따라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부산에서 터전을 잡고 있던 기업들의 타 지역으로의 이동이 가속화되면서 기업의 문화 투자 역시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부산을 두고 문화 불모지란 이야기까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TV 광고가 가능한 이미 검증 받은 공연이나 전시회가 아니면 부산 시민들의 눈길을 끌어당기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작은 공연이나 전시회 그리고 문화 등이 부산에서 꽃피우기 쉽지 않은 것이 분명 현실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최근 의미 있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바로 부산의 관광명소 달맞이고개에 미술 갤러리들이 다수 입주를 시작하면서 미술촌이 형성되고 있는 것.
아직 서울의 인사동 같이 많은 시민들이 찾아오는 것은 아니지만 달맞이고개를 중심으로 형성된 갤러리들은 부산 미술의 새로운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달맞이고개에서 작은 갤러리를 열어 운영하고 있는 신경아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그녀는 미술전공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갤러리 운영을 지난 3년 동안 꾸준히 해오고 있다. 왜 그녀가 이렇게 오랜 기간 작은 갤러리이지만 문화 사업에 매진하고 있는지 그리고 달맞이고개에 형성되고 있는 미술 갤러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이 인터뷰는 지난 14일 이루어졌다.
신진 작가들 작품 전시하는 문화복합 공간 만드는 것이 목표
-아트갤러리U는 언제부터 시작하게 되었습니까?"처음 시작은 2007년, 약 3년 전 부터였습니다. 제일 처음 시작한 위치는 남천동 해변도로 옆입니다. 지금 옮긴 해운대 달맞이 고개보다 더 규모가 작은 곳에서 시작을 했습니다."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어떤 방향으로 해야겠단 목표가 있었습니까?"젊은 작가들 위주로 작품을 전시하는 문화복합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남천동에 있을 때부터 신진작가들 위주로 전시기획을 많이 했습니다. 사실 저희가 메이저급은 아니기 때문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림이 좋다고 생각되는 젊은 그리고 신진작가들 위주로 전시회를 많이 열었습니다. 물론 이것은 아주 대단한 분이 선택을 해주시거나 그런 것이 아니라 저희 기준에 맞추어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저희 갤러리하고 맞거나 일반 분들에게 한 번은 꼭 알려주고 싶은 작품이 있으면 기획을 해서 전시회를 갤러리에서 열었습니다.
남천동에서 해운대로 옮겼는데 여기에 갤러리 촌이라고 할 만큼 여러 갤러리들이 있습니다. 이곳에서도 예전 남천동에서 해왔던 것처럼 젊은 작가와 신진 작가들과 함께 커나가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다만 남천동 갤러리는 저희가 100% 기획 전시로 이루어졌다면 해운대에서는 대관도 함께 하고 있는 중입니다. 대관도 저희 갤러리하고 이미지가 맞는 쪽으로 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미술품은 사치품이란 인식이 강한 현실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 중에 하나가 부산은 문화의 불모지란 이야기입니다. 인기전시회나 공연 흥행도 쉽지 않단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작은 갤러리를 운영하다보면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서울 인사동쪽 갤러리도 마찬가지입니다만 경제가 안 좋으면 제일 먼저 타격을 받는 것이 이런 미술 쪽입니다. 그냥 관람하시는 것은 크게 부담을 느끼시지 않으시지만 미술품을 구입하시는 것은 아직은 여유가 되시는 분들이 하시는 경우가 한국에서는 많습니다. 서양 같은 경우에는 이름 없는 작가의 작품도 갤러리에 오셔서 마음에 들면 100불 정도의 가격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에서 아직 이런 것들이 활성화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미술품 하면 사치품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다보니 경제가 안 좋으면 미술품 거래가 거의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서울이 안 좋으면 부산은 더더욱 안 좋아지게 됩니다. 그래서 이런 갤러리를 운영한다는 것에 자기 스스로 문화 사업에 대한 인식이 없으면 정말 쉽지 않습니다. 유지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저도 왜하고 있는지 모르겠단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이런 갤러리를 하는 것은 좋은 전시회를 계속 열어보자 그리고 공간 비워두지 말고 무엇인가를 해보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희가 상업적인 마인드가 좀 떨어져서 아직까지 계속 갤러리에 돈만 들어가고 있는 상태입니다. 원금회수는 아예 생각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희망은 현 상태만으로 유지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예전에 한번은 이 갤러리를 그만두려고 했습니다. 그때 주위 분들이 좋은 전시회를 많이 했는데 너무 아깝다 계속 해봐라 하는 소리가 큰 힘이 돼 여지껏 하고 있습니다."
-부산 시민 분들은 작은 갤러리에서 하는 미술전시회에 관심을 많이 두시는지 궁금합니다."서울보다 부산이 많이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아직까지 부산 시민 분들이 미술전시회에 대해 많은 관심을 두고 있진 않습니다. 특히 부산에서는 작은 갤러리에서 미술전시회를 하면 다른 방법으로 홍보할 수단이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서울 같은 경우에는 홍대를 중심으로 해서 여러 가지 미술전시회들이 넘쳐나고 매체에서도 많이 다루어주지만 부산에서는 그런 것을 기대하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일반 부산 시민 분들에게 어떻게 알릴 방법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도 한국에서 두 번째 도시인데 서울과 너무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부산시에서도 이런 작은 문화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해운대 달맞이고개에 있는 갤러리들이 일반 시민들과 함께 어떤 감정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가야되는데, 아직은 작가들끼리 공유하는 곳이지 일반인들이 많이 오시는 곳은 아닙니다. 제 친구들에게도 갤러리에 오라고 초대를 하면 돈 내고 들어가야 되는지부터 물어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흔히 말하는 그들만의 리그였는데요. 지금은 그래도 많이 이런 것을 고치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대부분 처음엔 몰라서 안 오시다가 와서 그림을 보시면 다들 좋아하십니다.
다시 홍보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저희 같이 작은 갤러리들은 사실 운영하기도 힘든데 홍보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여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희 나름대로 물론 홍보하기 위해서 노력은 하지만 이것은 미술 하시는 분들 사이의 홍보가 대부분이지 일반 분들에게 까지 가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특히 최근 해운대 달맞이고개를 중심으로 갤러리 촌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직접 여기에 오시면 여러 가지 미술작품들을 갤러리 중심으로 보실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이 정말 명화
-미술을 전공 안하셨는데 갤러리를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저희 가족 중에 미술을 하신 분이 한 분 계신데 처음에 남천동에 있었을 때 그분과 같이 했습니다. 그런데 갤러리 하면서 사실 수입이 거의 나지 않으니까 생계유지 때문에 다른 일을 하시게 되었어요. 요즘도 가끔 도와주시기도 합니다.
사실 미술이란 것이 꼭 전공을 안 해도 충분히 자신이 많이 보고 하면 작품 보는 안목이 늘어납니다. 그리고 전시회하기전 에 작가 분하고 인터뷰를 하는데요. 그림이란 것 자체가 작가의 마음이 담겨져 있기 때문에 이 인터뷰를 통해서도 많은 것을 생각해볼 수 있게 해줍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그림을 자주 보는 것입니다. 그러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림에 대한 느낌과 안목 그리고 어떤 작품이 자신하고 맞는지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앞에도 이야기드렸지만 가족이 하다가 전 중간에 투입이 되어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을 했습니다."
-기획 전시를 많이 하시는데 작가 선정을 부산 위주로 하시는지 궁금합니다."예 저는 부산에서 갤러리를 하니까 부산 위주로 합니다. 물론 서울 작가도 된다면 하고는 있습니다. 부산이 되었든 서울이 되었든 저 같은 경우에는 신진작가를 위주로 하고 있어요. 부산 같은 경우에는 좀 연세가 있으신 분도 있습니다. 그리고 작년 같은 경우에는 서울에서는 이름이 알려졌는데 부산에서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분도 했습니다.
보통 졸업해서 1~2년 사이 혹은 재학생도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특히 제가 연말에는 대학교 졸업작품전을 돌면서 저희 갤러리하고 맞는 작품을 찾아서 기획 전시를 합니다. 사회에 이제 막 나온 작가들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점에서 뿌듯함을 느낍니다."
-사실 미술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분들이 작품을 감상하기란 쉽지가 않습니다."어디든 갤러리라고 하면 들어오기가 힘든 것은 사실입니다. 저도 다른 갤러리에 쉽게는 못 들어갑니다. 그런데 저도 초보입니다. 그래서 저희 갤러리에 어떤 분이 오시면 작가분이신지 우선 물어봅니다. 저도 초보인데 작가 분에게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조금 난센스 같아서 그렇습니다. 작가분이 아닌 저 같은 초보 분들이라면 제가 아는 선에서 작품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드립니다. 그러다보면 미술 작품에 대해서 스스로 무엇인가 느껴지게 되고 그런 것 같습니다.
작년에 제가 운 좋게 기회가 되어가지고 일본 작가 한분을 통역을 해드렸는데요. 그분에게도 취재가 나오면 항상 하는 질문이 '어떻게 일반인들이 미술 작품에 다가서야 하는지?'였어요. 그런데 그때 그분이 하신 이야기 중에 가장 좋았던 것이 '우리가 어디 가서 물건을 사거나 하면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것을 사지 않느냐? 그런 식으로 여러 그림이 전시회에 걸려 있어도, 이 많은 그림 중에 난 저 그림이 좋아하는 식으로 다가서면 된다'라고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자기에게 맞는 그림이 있어요. 예를 들어 작가가 어떤 그림에 엄청나게 공을 들여서 이 작품이 더 일반인들에게 큰 의미를 부여받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런 작품이 오히려 일반 분들에게 좋은 평가를 못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술은 조금씩 조금씩 자신 스스로 알아가는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좋아요."
미술 전업 작가의 생활고 상당... 최근 미대에 남학생 거의 없어
-미술 작가 분들이 전업으로 살아가는 것은 어떤지도 궁금합니다."사실 작가 분들이 많이 힘들어요. 진짜 너무 힘듭니다. 간혹 그림이 왜 이렇게 비싸 이렇게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작가분의 노력을 생각하면 안타까울 때도 있습니다. 전업으로 작가하시는 분들은 사실 풍족하게 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업으로 하시는 분들은 그래도 괜찮지만 그림에서 분명 차이가 느껴집니다. 전업 작가가 아니면 그림에서 느껴지는 진실함이나 절실함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최근 미대에 가보면 거의 여자 분이지 남자 분은 없습니다. 그리고 졸업해서 전업 작가 하시는 분들은 몇 백 명 중에 한두 분밖에 안 됩니다. 최근에는 미술도 디자인이나 이렇게 돈 되는 쪽으로 많이 몰리지 순수 미술 쪽으로는 거의 지원자가 없어지고 있습니다. 이건 정말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순수미술이 살아남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요즘 현실입니다.
지금 전업 작가로 미술하시는 분들은 정말 자신이 예술을 좋아하기 때문에 하시는 분들입니다.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서 대관료 마련도 쉽지 않은 현실 속에서도 계속 미술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으시는 분들이에요. 그리고 재료비도 만만치 않습니다."
-갤러리 운영하시면서 희망사항이 있다면 무엇입니까?"우선 부산시에서 이런 작은 갤러리들이 살아남을 수 있게 관심을 가져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리고 부산 지역 기업들이 미술 후원 같은 것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부산 지역의 젊은 작가들이 더 성장할 수 있게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후원도 큰 후원을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젊은 작가들이 자신의 작은 개인전을 한다면 팸플릿 정도 만들 수 있는 것이라도 좋습니다. 그리고 많은 부산 시민 분들이 이런 작은 갤러리에 와주시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