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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산업문명으로 파괴된 지구의 황폐해진 죽음의 땅에서 독을 내뿜는 균류와 곤충들에 맞서 바람계곡에서 살아가는 소수 인간들의 모습을 담았다. 애니메이션은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으며,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주인공이 미생물과 함께 지구와 인류를 구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간이 땅속에서 뽑아낸 석유로 만든 농약, 비료 등이 투입된 이른바 '녹색혁명'은 불과 반세기 만에 환경을 파괴하고, 먹을거리의 불신을 초래하고 말았다. 특히, 땅속 생물들에게 화학 비료와 농약은 독극물이나 마찬가지로 토양의 먹이그물이 파괴되면 흙은 더 이상 땅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생명들을 보듬어 주지 못하는 쓸모없는 황무지가 되고 만다. 다행인것은 땅 속 생태계가 살아나면 흙은 다시 새 생명을 얻는다는 것이다.

'토양 먹이그물' 살리면, 지구도 살고 사람도 살고...

 <땡큐 아메바> 책표지
<땡큐 아메바> 책표지 ⓒ 시금치
'텃밭 농부를 위한 토양 먹이그물 활용법'이라는 부제가 붙은 <땡큐 아메바>(제프 로웬펠스, 웨인 루의스 저, 시금치 펴냄)는 미국에서 텃밭농사를 짓는 두 명의 농부가 땅속 생물들과 함께 농사지은 경험을 과학자의 입장이 아닌 농부의 시선에서 딱딱하고 재미없는 과학지식을 농사와 연결시켜 쉽고 재미있게 들려주고 있다. 이 책을 번역한 이현정씨 역시 강원도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라는 점에서 이 책은 '농부의, 농부에 의한, 농부를 위한' 자연 교과서라고 할수 있다.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한 줌의 좋은 흙 속에는 균류(곰팡이, 버섯균), 다양한 종류의 세균 수십억 마리와 미생물을 포함해 지렁이, 선형, 원형동물들이 먹이그물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이 식물의 영양분이 되는 무기질을 만들어 내고 적절한 생태환경을 유지하며 조절하는 것은 땅 위의 생물 먹이사슬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식물의 뿌리는 '삼출액'을 분비해서 토양 먹이그물의 맨 아래에 있는 세균과 균류를 불러오고, 그것들은 상위 포식자인 아메바와 짚신벌레같은 원생동물과 선형동물의 먹이가 된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분해된 무기질 양분은 식물의 영양분으로 흡수된다. 이러한 토양 먹이그물의 중심에는 식물이 있으며 식물은 뿌리 주변지역(근권:根圈)의 먹이그물을 삼출액으로 통제한다. 이것은 식물이 진화한 이래로 변함없는 자연적인 현상으로 토양 생물과의 상호작용으로 양분을 얻은 식물이 지구의 자연생태계를 순환시키고 있는 것이다.

화학 비료와 농약이 땅에 뿌려지고, 무거운 농기계로 밭을 갈아 엎으면서 토양 먹이그물은 끊어지고, 작물도 자연에서 얻는 양분 대신에 석유에서 얻어진 화학물질로 키워지게 되었다. 책의 지은이도 토양먹이 그물을 알기 전에는 관행대로 비료와 농약에 의존한 농사를 지었고, 병해충이 극심할수록 더욱더 화학물질에 의존하게 되는 악순환을 되풀이 했다고 한다.

그런데 토양 먹이그물이 만들어낸 양분 만으로 식물이 잘 자랄수 있을까? 지은이는 숲을 보라고 한다. 화학비료와 농약 없이도 자연순환에 따른 토양 먹이그물에 의해 숲은 항상 푸르름을 유지한다. 자연퇴비 중에서 산에서 얻어지는 부엽토(식물, 동물 사체 등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된 흙)를 으뜸으로 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토양 먹이그물 개념도
토양 먹이그물 개념도 ⓒ 시금치, 미국 농무부 USDA-NRCS

책은 좋은 흙을 만드는 자연퇴비 제조에도 미생물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며, 자연 퇴비제조법은 동·서양이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자연에서 얻어지는 풀과 식량의 부산물들, 동물의 배설물 등 그야말로 사용하지 않으면 골치거리가 될 수 있는 것들이 미생물과 만나면 좋은 흙이 되어 지구를 젊게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토양 먹이그물'을 활용하는 농사나 정원 가꾸기는 새로울 것도 어려울 것도 없다. 자연의 순리를 거역하지 않겠다는 다짐만 하면 된다. 유기농 농사를 짓고 아름다운 정원을 가꾼다면서 흙 위 눈에 보이는 것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흙 속의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 세계에도 관심을 가진다면 당신도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땡큐 아메바> / 제프 로웬펠스 / 웨인 루이스(지은이) / 이현정 (옮긴이) / 시금치 / 2010-10-15 / 2만4000원



땡큐 아메바 - 텃밭 농부를 위한 토양 먹이그물 활용법

웨인 루이스.제프 로웬펠스 지음, 이현정 옮김, 시금치(2010)


#미생물#아메바#먹이그물#화학비료#석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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