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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용산참사 2주기를 맞아 '용산참사 2주기추모위원회'가 롯데시네마 피카디리점에서 추모 상영회를 마련했다.
 지난 19일 용산참사 2주기를 맞아 '용산참사 2주기추모위원회'가 롯데시네마 피카디리점에서 추모 상영회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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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슬프고 답답하고 화가 나네요."
"어떻게 이런 일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9일 서울시 종로구 돈의동에 위치한 롯데시네마(옛 피카디리) 극장. 관객들이 밝은 표정으로 막 끝난 영화 이야기를 나누며 빠져나오는 다른 상영관과 달리 3관 앞에는 유독 심각한 표정으로 출구를 나서는 관객들이 많았다.

이날 롯데시네마 피카디리점에서는 특별한 다큐멘터리 2편이 상영됐다. 바로 오두희 감독의 <용산 남일당 이야기>와 장호경 감독의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 끝나지 않은 이야기>. 용산참사 2주기를 맞아 '용산참사 2주기추모위원회'가 마련한 추모 상영회였다.

관객들의 반응은 예상외로 뜨거웠다. 오후 4시부터 총 3회에 걸쳐 무료로 진행된 이날 상영회에는 약 340여 명의 관객이 몰렸다. 115석 규모의 상영관은 매회 관객들로 붐벼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었고,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관객들은 계단에 앉아 관람해야 했다.

[추모영상 1] 오두희 감독의 <용산, 남일당 이야기>

<용산, 남일당 이야기>를 제작한 오두희 감독(오른쪽)이 '관객과의 대화'를 하고 있다.
 <용산, 남일당 이야기>를 제작한 오두희 감독(오른쪽)이 '관객과의 대화'를 하고 있다.
ⓒ 김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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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5시 40분부터 상영된 오두희 감독의 <용산, 남일당 이야기>는 2010 DMZ 다큐 영화제에서 최우수상과 관객상을 받은 작품이다. 오 감독은 용산참사가 있던 2009년 1월부터 1년여 동안 참사현장인 남일당 분향소에서 '용산4상공철대위' 23인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힘겨운 투쟁을 기록했다.

보통 '투쟁'이라고 하면 살벌한 몸싸움이나 낯선 구호들을 연상하지만 <용산, 남일당 이야기>에 등장하는 23명의 주인공은 대부분 정 많고 눈물 많은 '이웃집 아줌마'들이다. 작품은 이들이 특유의 낙천성으로 경찰과 용역들의 폭력에 힘겹게 맞서며 참사 1년여 만에 정부의 공식 사과를 받고, 희생자들의 장례를 치러내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제는 못 먹어도 고! 잘 부르는 노래? 그거 뭐더라… 쥐박이 노래!"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고통과 슬픔에 눈물 흘리는 날이 많았지만, 아줌마 특유의 웃음과 유머를 잃지 않았다. 관객들도 그런 주인공들을 보며 울다 웃다를 반복했다. 훌쩍거리는 소리가 좀 들린다 싶으면 이내 웃음소리가 상영관을 가득 메웠다.

당시 용산참사 철거민이었던 한명진씨는 이날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해 "오늘 다큐멘터리를 보고 용산참사가 또 일어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말했다. 관람객 양준규(27)씨도 "어머니 같은 분들이 투쟁하는 모습을 보면서 용산참사 같은 비극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추모영상 2] 장호경 감독의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 끝나지 않은 이야기>

박래군 용산참사 진상규명 집행위원장(오른쪽)이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박래군 용산참사 진상규명 집행위원장(오른쪽)이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김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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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추모 상영회의 마지막을 장식한 작품은 장호경 감독의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 끝나지 않은 이야기>였다. 작품은 무거운 음악과 함께 용산참사 당일 남일당 망루를 촬영한 실제화면으로 시작해, 다섯 명 철거민의 장례식이 치러지던 2010년 1월 9일의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용산참사 이후 철거민 및 유가족이 보낸 고통스런 355일간의 기록이다.

앞서 상영한 <용산, 남일당 이야기>와는 달리, 상영관은 시종일관 울음바다였다. 남일당 망루가 불타는 장면이 스크린에 비춰지자 상영관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 '망루 농성자 1심 선거공판'에서 용산참사로 사망한 고 이성림씨의 아들 이충연씨가 징역 5년의 유죄판결을 받고 그 어머니 전재숙씨가 오열하는 장면에서도 대부분의 관객들이 눈물을 훔쳤다.

앞서 상영한 <용산, 남일당 이야기>가 철거민들이 벌인 1년간의 일상적 투쟁을 작품 속에 부드럽게 담아냈다면,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정부의 폭력적 투쟁진압으로 용산 철거민들이 받은 고통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관람객 유희주(34)씨는 "작품을 보는 내내 울었다"며 "어려운 문제지만 그래도 이렇게 투쟁하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은 내게도 감사한 일"이라고 감상을 전했다. 장호경 감독은 관객과의 대화에서 "불타는 망루의 영상과 철거민들이 긴 투쟁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는 것이 괴로웠다"며 "그러나 그 공간에 있었고 참사를 기록했던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껴 이 작품을 마무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추모상영회의 운영을 맡은 랑희 인권단체연석회의 활동가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다"며 "상영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고 평가했다. 또한 그는 "사람이 살 만한 사회를 요구하고 그것을 인식할 때 힘이 생긴다"며 "그런 요구와 고민을 사람들에게 던지는 것이 이번 상영회의 기획 취지"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김재민 기자는 <오마이뉴스> 13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용산참사, #추모 상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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