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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봄 문익환 목사의 묘역.
▲ 늦봄 문익환 목사의 묘역. 늦봄 문익환 목사의 묘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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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봄 문익환 목사의 17주기 추모 행사가 1월 18일 오전 11시,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 내 늦봄 묘역에서 열렸다. 추운 날씨에도 민주주의와 평화, 통일을 실천하는 데 일생을 바친 문익환 목사를 기억하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문익환 목사의 영정 앞에서 오늘의 상황을 넋두리하고 조언을 구하면서 평화와 통일의 꽃을 피우기 위한 다짐을 새롭게 했다.

추모 행사에는 문익환 목사의 삼남 문성근 씨와 고인이 생전에 시무했던 한빛교회(유원규 목사) 교인들, 그리고 한신대학교 총학생회 학생들이 참여했다.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옥고를 치른 이해동 목사(통일맞이 이사. 행동하는양심 이사장), 참여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재정 현 국민참여당 대표와 장영달 전 통합민주당 국회의원,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등 저명인사들도 함께 자리했다.

문익환 목사를 기억하는 이들은 오늘도 그의 발자취를 따른다.
▲ 문익환 목사를 기억하는 이들은 오늘도 그의 발자취를 따른다. 문익환 목사를 기억하는 이들은 오늘도 그의 발자취를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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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본' 부끄러움

50대 중반의 나이에야 비로소 사회적 지위를 버리고,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살았던 문익환 목사의 호는 '늦봄'이다. 늦봄은 문익환 목사가 사회 현실을 '늦게 보고', '늦게 깨달았다'는 의미를 담기도 한다. 말 그대로 '늦봄으로 산' 것이다. 이후 생의 전환점을 지나 사회참여를 하는 등 시대를 고스란히 껴안게 되자 문익환 목사는 이 시대, 그 늦봄을 살았다. 그리고 그 시대는 문익환 목사의 '철'이 되었다. (김형수, <문익환 평전> 참고)

추모 행사에 모인 이들은 문익환 목사의 영정 앞에서 마치 대화하듯 하소연부터 했다. 추모 행사를 주관한 사단법인 통일맞이의 이창복 이사(16대 국회의원)는 "민주화도 통일도 뒷걸음치고 있는 오늘, 문 목사님이 계신 이 자리에 서 있으니 마음이 무겁습니다"며 지금의 상황을 '늦게 본' 부끄러운 심정을 고백했다.

이해학 목사(성남 주민교회)도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리는 현 상황이 부끄럽다면서 "문 목사님을 통해 우리의 가슴속에 통일의 씨앗을 심게 하셨음을 감사합니다, 그분이 눈물을 흘리며 뿌린 씨가 발화되어 이 땅에 통일의 진달래꽃으로 활짝 피도록 도와주시옵소서"라고 기도했다.

늦봄을 살아 내기

그러나 늦게 봤다고 늦은 게 아니다. 아직은 추운 겨울이지만 따듯한 늦봄을 기다리며 더 큰 희망을 품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늦봄을 살아내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추모 행사에 모인 이들은 문익환 목사의 삶에서 그 방법을 배웠노라고 고백했다. 그리고 그렇게 살겠노라고 다짐했다.

통일맞이 이사장을 지낸 장영달 전 의원은 "17년 전 목사님 모시고 왔던 날도 무척 추웠습니다, 이 추운 날 여기 모여서 생각해 보니 이 시대를 보면서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는 교훈을 남기시려고 추운 날 떠나신 것 같습니다, 항상 목사님이 우리 마음과 몸속에 살아 계신 것을 느끼며 활동합니다"며 문익환 목사가 남긴 메시지를 환기했다. 

추모 행사에 모인 이들은 문익환 목사의 영정 앞에서 오늘의 상황을 넋두리하고 조언을 구했다.
▲ 추모 행사 중 추모 행사에 모인 이들은 문익환 목사의 영정 앞에서 오늘의 상황을 넋두리하고 조언을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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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문익환 목사님은 젊은 저희보다 훨씬 더 부지런하셨고 실천하는 모습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정치가 해결하지 못하는 일은 운동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신념을 보여 주셨습니다. 지금 사회는 깜깜합니다. 아마 새벽 4시쯤 된 것 같습니다. 목사님이 보여 주신 뜨거운 실천을 할 수 있도록 용기와 지혜를 부탁합니다. 목사님, 편안히 계십시오. 저희가 그 뜻을 이어 가겠습니다"고 말했다.

유족을 대표해서 문성근 씨('백만송이국민의명령' 대표)는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같이 투쟁한 동지와 후배, 한빛교회 교인들과 한신대 학생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특히 문성근 씨는 "내년이면 다시 정권을 선택할 기회를 맞이합니다. 민주 정권 10년 동안 잘못한 일이 무엇인지 반성하고 이를 토대로 작은 차이를 넘어 크게 단결해야 합니다. 2012년에는 꼭 민주 진보 정부를 세우고 영구 분단을 막아 내는 것은 물론, 통일을 앞당길 수 있도록 올 한해 신발 끈을 단단히 조여 매고 같이 뛰었으면 좋겠습니다"고 했다.

문익환 목사의 삼남 문성근 씨가 유가족을 대표해서 인사말을 했다.
▲ 문익환 목사의 삼남 문성근 씨 문익환 목사의 삼남 문성근 씨가 유가족을 대표해서 인사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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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에 문익환 목사는 '찬송가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교회음악의 현대화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사단법인 통일맞이는 이날 오후 7시, 대한성공회대성당에서 '늦봄 음악회 : 생명․평화를 향한 대행진'을 개최하면서 고인의 유산과 정신을 기렸다.

늦봄 문익환 목사를 추모하는 사람들.
▲ 늦봄 문익환 목사를 추모하는 사람들. 늦봄 문익환 목사를 추모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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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문익환, #문성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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