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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그제는 아들이 왔다가 다시 돌아가는 날이었다.
어쩌다 짬을 내서 왔다가 가는 아들은 가뜩이나
허허벌판인 내 맘에 늘 그렇게 헛헛함을 더욱 제공하는 동인(動因)이다.

이같은 감흥은 내가 더욱 나이를 먹어간다는 서글픔의 반증일 터.
여하튼 아들을 배웅코자 서둘러 귀갓길을 재촉했다.
근데 주책없이 점심을 먹으며 반주로 소주 한 병을 마신 것이 그만 사단의 불씨가 되었다.

"이제 가면 설날이나 돼야 오겠네?"
"네, 그동안 건강하시고 안녕히 계세요."
"그래~ 우리 아들도 건강하게 근무 잘 하고. 아참! 가기 전에 아빠 좀 한 번 안아줄래?"

느닷없는 요청에 아들은 화들짝 놀라면서도 흡사 헤어지기 싫은
연인과 포옹을 하듯 그렇게 나를 살포시 안아주었다.
순간 술 냄새가 와락 아들에게 전이되었는가 보았다.

"술 드셨어요?"
"응... 갑자기 외로워서..."
순간 나도 모르게 주르륵 눈물이 흘러내렸다.

과거엔 내가 녀석을 안고 업고 물고 빨며 그렇게 키웠거늘
하지만 오늘날의 나는 아들 체격의 3분의 2나 겨우 될까...
아들이 미루나무처럼 성큼성큼 자라는 반면 나는 거꾸로 쪼그라든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과 현실이 어찌 우리 부자(父子)에만 국한된 것일까.
따지고 보면 이 세상 모든 부자는 우리처럼 그렇게 살다가 또 가는 것일진대.
아들은 바람이 반 이상은 빠진 고무풍선과도 같은 이 아빠를 한동안 껴안아주었다.

나는 서둘러 눈물을 닦아냈다.
기실 낮술을 먹지 않았더라면 푼수처럼 아들을 배웅하며 결코 우는 일은 없었을 터였다.
그러나 그제는 그러한 제어를 도통 할 수 없었다.

요즘 들어 부쩍 더 그렇게 엄습하는 외로움은 사실 내 마음에
이미 무거운 추(錘)로 들어앉아 요지부동이었기 때문이다.    
아들은 좀 더 자주 집에 오겠다며 집을 나섰다.

"아니다, 오늘 그만 아빠가 실수를 했구나..."
어느 시인은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울지는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면서, 그리고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기에
눈이 내리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속을 걸으라고 다그쳤다.

어울러 가끔씩 하나님도 눈물을 흘리신다고도 했다.
근데 그 시인의 주장엔 허구가 쉬 발견된다.
왜냐면 외로워도 슬퍼도 용감한 캔디처럼 울지는 말라면서도
정작 그 '위대한' 하느님은 왜 우느냐는 것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결여된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간이 하느님보다 나은 존재라는 걸까?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란 주장엔 공감한다.
그렇지만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는 시인의 주장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사람이라서 외로운 것이고 사람이라서 우는 것이거늘
하물며 그 외로움의 간극을 그나마 메워줄 수 있는 사랑하는 가족의 전화마저
기다리지 말라는 건 너무 야박하고 또한 야속한 때문이다.

그제 아들에게 눈물을 보였던 건 전날 밤에 있은 처남의 제사와 무관하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언젠가는 누구나 다들 그렇게 가야 할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
그럼에도 왜 인간은 오늘 이 시간에도 마치 전투를 치르듯 격렬하게만 살아야 하는 건지.

여하튼 아들과의 뜨거운 포옹은 더욱 스산해져만 가는
이 중늙은이 아빠의 중년의 외로움을 속이지 못 하는 행동의 일환으로 나타났다.
아들을 보낸 뒤 더욱 헛헛해진 나는 소주를 두 병 더 들이켜고서야
비로소 고꾸라져 딴 나라로 가는 열차에 오를 수 있었다.
  
산다는 거, 결코 녹록하지 않은 어떤 미지수의 탐험이다.

덧붙이는 글 | sbs에도 송고했습니다



#중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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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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