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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겉그림  〈하나님을 찾는 사람들〉
책겉그림 〈하나님을 찾는 사람들〉 ⓒ 포이에마
'영성'이란 말이 흔하게 쓰인다. 창조영성, 건축영성, 자연영성, 영화영성. 그 밖에도 여러 것들을 갖다 붙이면 자연스레 영성이 된다. 허나 그건 본래 라틴어 '스피리투스'(spiritus)에서 파생한 거다. '움직이는 공기'나 '들숨과 날숨'을 뜻한다. 기독교에선 신비로운 영역으로 간주해 왔지만, 그건 역동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것이다.

오색찬란한 색깔과 다채로움은 뭐든 아름답다. 건축에도 다양한 공법과 재질이 쓰인다. 영화에도 다양한 장르와 배우들이 들고 난다. 축구도 다양한 기술이 존재한다. 기독교 영성도 그와 같다. 신비적인 영성만 있는 게 아니라, 인지적인 영성에서부터 예언과 제도적 영성가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기독교에서는 누가 그걸 주도했을까. 두말할 것도 없이 예수와 바울이 근간이 된다. 물론 구약성경의 토대인 히브리인들의 영성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은 성경에 포함된 인물이기에 너무 방대하고 거리감도 멀다. 우리와 친밀한 사람들은 니사의 그레고리우스나 프란체스코 같은 성현들이다.

리처드 슈미트의 <하나님을 찾는 사람들>(리처드 슈미트 지음, 전의우 옮김, 포이에마 펴냄)은 초기 2세기에서부터 20세기 초반에 이르기까지 기독교 영성에 획을 그은 거장들을 만나게 한다. 이른바 영지주의로부터 교회를 지킨 이레니우스에서부터, 하나님의 전적인 주권을 옹호한 존 칼빈, 가톨릭 노동자 운동의 효시로 알려진 도로시 데이, 그리고 교회의 회심을 촉구한 페미니스트 로즈메리 래드포트 류터가 그들이다. 가히 기독교 영성의 모든 것을 담은 책이라 할 수 있다.

"당시에 바실은 유능한 행정가이자 빈틈없는 교회정치가로서 명성이 높았다. 바실은 그리스도의 완전한 신성을 수호하기 위해, 그리스도를 피조물이라고 여기는 아리우스주의를 신봉하는 발렌스 황제와 맞서 싸웠다. 뜻을 같이하는 감독들의 지지가 필요했던 바실은 약 372년에 근방의 작은 도시에 두 개의 관구를 신설하고, 친구인 나지안주스의 그레고리우스를 사시마 감독에, 자신의 동생인 또 다른 그레고리우스를 니사의 감독에 임명했다."(86쪽)

이는 오늘날 터키의 카파도기아 영성을 주도한 세 사람을 칭한다. 바실와 두 명의 그레고리우스가 그들이다. 이들은 초기 기독교 영성에서 주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이른바 삼위일체의 교리를 수호한 성현이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동등성을 변호한 이들이다. 그들은 삼위일체의 신성에 대해, 영원무궁하고, 다른 존재에 의해 창조되지 않는 존재로 규정했다. 오늘날 자기 자신을 재림예수라 떠드는 이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이들이다.

"프란체스코의 생애 초기 20년은 장차 그가 어떤 사람이 될지에 대해서 전혀 암시하지 않는다. 아씨시의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난 프란체스코는 버릇 없는 아이였고 태평하고 저돌적인 청년이었다. 프란체스코는 유명해지고 싶어 군인이 되었다. 그러나 1202년 11월에 전쟁포로가 되어 땀 냄새와 소변 냄새가 진동하는 지하 감옥에서 1년을 보냈다. 바로 이 지하 감옥에서 프란체스코의 미래가 보이기 시작했다."(211쪽)

이는 프란체스코에 관한 이야기다. 그는 '성 프란체스코의 기도'를 쓴 인물이다. 흔히 가난과 결혼한 탁발 수도사로 알려져 있다. 헌데 본래부터 그 길을 쫓던 자가 아니었다. 적어도 전쟁포로의 지하감옥 생활이 그 길로 들어서게 한 계기였다. 그 이후 그를 따르는 많은 사람들과 제자들이 수도회를 설립했고, 그것은 도미니카, 카르멜, 아우구스티누스 등 여러 수도원 영성의 메카가 되었다.

그 밖에도 이 책에는 켈틱 영성의 대표자인 '패트릭'과 기독교의 지성을 강조한 '안셀무스', 아프리카 기독교 영성의 안내자인 '존 음비티', 그리스도 중심의 근본주의 영성의 대가 'R.A. 토레이', 그리고 인도 고아들의 어머니 '에이미 카마이클' 등 다양한 영성의 대가들을 만날 수 있다. 아무쪼록 이 책에 드러난 여러 영성의 대가들을 통해 더욱더 다채로운 기독교 영성을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하나님을 찾는 사람들 1 - 시편에서 만난, 정병욱 시편 해설서

정병욱 지음, 재남(2018)


#기독교 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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