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책을 1000권이나 읽는 사내가 있다. 작가 배상문이 그다. 그에게 있어 책은 아내나 자식보다 훨씬 더 소중하다. '에이~ 설마 그럴까?'라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이 있다면 그 '설마'가 진짜 생사람 잡을 수도 있다. 왜냐구? 그가 책을 그렇게 아끼고 사랑하며, 속내 깊숙이 어루만지는 비법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책을 3권 남짓 읽는다. 그렇다고 그 책들을 꼼꼼하게 끝까지 읽는 것은 아니다. 어떤 책은 끝까지 꼼꼼하게 다 읽고, 어떤 책은 훑독(훑는 독서)을 한다. 그가 훑독을 하는 까닭은 그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문장은 눈과 머리라는 키질을 통해 마음 밖으로 날려버리기 위해서다.
그가 말하는 '에러디어'라는 네 글자도 그러한 책읽기라는 키질을 통해 만들어진 것에 다름 아니다. 그는 24일 낮 전화통화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내놓는 발상법은 간단하다"라며 "그럴싸한 아이디어를 많이 내놓으면 되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한다. 여기에 그가 말하는 에러디어라는 복병이 온몸을 웅크린 채 엎드려 있다.
그는 "아이디어는 말처럼 그리 쉽게 나오지 않는다"라며 "당신이 내놓는 것들은 대부분 에러디어일 것"이라고 귀띔한다. 그는 "창조는 99% 에러디어와 1% 아이디어에서 나온다"라고 못 박는다. 학생들이 시험에 나올 만한 문제만 공부하면 어느 정도 점수는 딸 수 있더라도 결코 만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며, 그가 말하는 에러디어도 바로 이런 것이다.
'아이디어'로 가는 지름길은 '에러디어'에 있다
"창조는 어렵다. 그걸 부정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어려워 봤자 '포도 따먹기' 정도다. 그 정도면 충분히 도전할 만하지 않는가? 아무리 많아도 100번 정도 다른 방법으로 시도해 보면 결국엔 포도를 먹을 수 있게 된다. 갖은 노력 끝에 먹는 포도는 더 달다! 마트에서 사다 먹는 포도와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 -'머리말' 몇 토막
책에 포옥 빠져 사는 작가 배상문이 '아이디어'(창조)로 가는 지름길은 '에러디어'에 있다는 '두뇌혁명'을 담은 <아이디어 에러디어>(북포스)란 책을 펴냈다. 1년에 책 1000권을 읽는 사람이 말하는 좋은 아이디어, 좋은 글, 좋은 생활, 좋은 삶은 무엇일까. 그가 말하는 에러디어는 무엇일까.
이 책은 모두 4부로 나뉘어져 있다. 제1부 '아이디어로 가는 에러디어', 제2부 '어느 순간 불쑥 찾아오는 아이디어', 제3부 '아이디어가 에러디어에게, 에러디어가 아이디어에게', 제4부 '아이디어로 가는 디딤돌 에러'에 담긴 '표현욕은 본능이다' '마른 행주는 아무리 쥐어짜도 물이 나오지 않는다' '당신의 책꽂이가 곧 당신의 개성이다' 등 100여 꼭지가 그것.
배상문은 "아무리 평범한 사람이라도 100번 정도 생각하면 좋은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다"고 쐐기를 박는다. 그는 "문제는 99개의 그릇된 결론을 내놓는 과정을 즐기지 못해서 100개를 채우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100번 찍어서 안 넘어오는 아이디어는 없다"고 못을 박는다. 이 말은 곧 99개에 이르는 에러란 물꼬를 지나와야 비로소 아이디어 1개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에러디어'=에러(error)+아이디어(idea)
"100이라는 숫자가 부담스러운가? 100은 10보다는 '다소' 많지만 1000보다는 '훨씬' 적다. 물론 100개의 아이디어를 내는 일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복권당첨처럼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100개의 탁구공이 들어 있는 상자를 떠올려보라. 99개의 흰 공과 1개의 빨간 공이 들어있다. 자, 당신은 손을 넣어서 빨간 공을 꺼내야 한다. 한 번에 하나씩 꺼내야 하고, 꺼낸 공은 다시 집어넣지 않는다. 운이 좋으면 첫 번째에 빨간 공을 꺼낼 수도 있다. 그러나 운이 나쁘면 백 번째에 빨간 공을 꺼내게 될 것이다." -'창조는 복권당첨이 아니다' 몇 토막
창조를 하는 사람이 되고 못 되는 것은 백짓장 한 장 차이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곧 스스로 생각하기에 달렸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실패를 바라보는 마음만 바꾸어도 그대는 언제든지 창조적인 삶을 살 수 있다. 수십 번에 이르는 실패는 그저 실패가 아니며, 수십 번에 이르는 실수는 그저 실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에러도 마찬가지다. 수십 번에 걸친 에러도 그저 에러가 아니다. 100개에 이르는 탁구공이 들어 있는 상자에는 "99개의 흰 공(에러디어)과 1개의 빨간 공(아이디어)이 들어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 까닭에 계속 공을 꺼내기만 하면 된다. 재수가 좋으면 첫 번째 꺼내는 공이 빨간 공이 될 수도 있다. 재수가 나쁘면 마지막 100번째 꺼내는 공이 빨간 공이 될 것이다.
배상문은 "에러디어는 잘못, 실수, 틀림, 오류, 착오를 뜻하는 에러(error)와 아이디어(idea)를 합친 말"이라고 귀띔한다. 그는 "에러면 에러지 왜 굳이 에러디어라는 말까지 만들어내야 했을까?"라며 "창조의 세계에서는 에러도 그 나름의 가치가 있다. 에러디어라고 이름을 붙임으로써 에러에도 의미를 부여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디어 주인은 먼저 침 묻히고 도장 찍는 사람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라는 속담이 있다. 똑같은 떡이라도 다른 사람의 떡이 내 떡보다 더 크고 맛있어 보이는 게 인간심리다. 그 말은 뒤집어보면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다. 지금 당신이 갖고 있는 떡을 누군가는 굉장히 크게 보고 있다는 사실. 우리는 남의 떡이 크게 보이는 것만 생각하지 내 떡이 누군가에게 크게 보일 수도 있다는 건 잊고 산다"-'아이디어는 먼저 침 묻히고 도장 찍으면 임자' 몇 토막
물컵을 하나 놓고 사흘 밤낮을 쳐다보자. 물컵이 그대에게 뭔가를 귀띔하던가. 아니다. 물컵은 그저 물컵일 뿐이어서 그대로 있다. 시인이나 작가들은 다르다. 그들은 물컵을 안주 삼아 3박 4일 동안 마구 떠들 수도 있다. 그들은 물컵에 대해 떠드는 것은 아니다. 물컵을 그 어떤 상징으로 삼아 스스로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다.
여기에 에러디어와 아이디어란 비밀이 숨어있다. 에러디어는 물컵을 그저 물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바라보는 생각이다. 아이디어는 물컵을 그 어떤 것에 빗대며 바라보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물컵을 그 어떤 것에 빗대어 바라보는 것 모두가 아이디어는 아니다. 여기서도 99개라는 에러디어를 통해서 아이디어 1개를 건질 수 있다는 그 말이다.
배상문은 "당신은 이미 많은 것을 봤다. 다만 그것을 아이디어로 가공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고 꼬집는다. 그는 "훌륭한 아이디어는 모두 기본에 충실한 아이디어다. 삶의 기본은 일상이다. 일상에만 충실해도 당신은 대단한 아이디어맨이 될 수 있다"라며 "아이디어의 세계에서는 먼저 발견한 놈이 침 묻히고 도장 찍으면 임자"라고 힘주어 말했다.
창의력 길러주는 뿌리는 '걷기'
"걷기는 몸에도 좋고 정신에도 좋다. 음식으로 치면 필수 영양소가 골고루 담긴 '완전식품'이다. 걷기를 밥 먹듯이 하면 그보다 더 좋은 보약이 없다... 걷기에는 부작용이 없다. 관절에 무리가 될 정도로 지나치게 많이 걷지만 않으면 되는데, 대다수의 생활인들은 그런 걱정을 굳이 할 필요가 없다. 발품을 파는 직업에 종사하지 않고서야 너무 적게 걸어서 문제이지 많이 걸어서 문제가 될 일은 거의 없다."-'걷다 보면 꿩도 잡고 알도 주을 수 있다' 몇 토막
배상문은 "좋은 아이디어를 빨리 찾기 위해서는 많이 걸어라"고 귀띔한다. 그는 "예술가들도 걷기를 예찬하는 글을 많이" 썼으며 "걷기를 혐오하는 글은 못 읽어봤"기 때문이다. 걷기는 사실 체력단련뿐 아니라 정신수양에도 큰 도움을 준다. 건강유지법 가운데 걷기가 사랑을 듬뿍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배상문은 "걷다가 걷다가 걷다가 보면 꿩도 잡고 알도 주을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꿩과 알은 '에러+아이디어'다. 그는 "나는 당신이 하루빨리 당신의 차와 이혼하길 바란다"며 "나는 창작을 생활화하고 싶은 사람에게 자가용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걸 말하고 싶을 뿐이다. 가장 큰 문제가 바로 걷기의 즐거움을 빼앗아간다는 점"이라고 속삭인다.
걷는 시간과 생각하는 시간은 같이 흐른다. 많이 걷는 사람은 많이 생각하는 사람이다. 출퇴근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그나마 걷는 시간을 늘릴 수 있다. 그렇게 걷다보면 우연히 보거나 우연히 듣게 되는 정보도 엄청 많다. 이처럼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사소한 것들이 곧 창의력을 길러주는 뿌리다.
배상문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얻을 수 있는 이점이 하나 더 있다.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는 공부를 할 수 있다"며 "책을 읽어도 일 년에 50권은 거뜬히 읽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사람에 따라서 조금 다르겠지만,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책을 읽으면 책상 앞에 앉아서 읽을 때보다 훨씬 더 집중이 잘된다"며 "너무 조용한 내 방보다 약간 웅성거리는 사람들 속에서 집중이 더 잘되는 것"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창조는 1% 아이디어와 99% 에러디어에서 태어난다
"'나는 몇 달, 몇 년 동안 생각하고 생각한다. 99번은 그릇된 결론을 얻는다. 100번째 이르러서야 옳은 결론에 도달한다.' 누가 한 말일까? 천재로 일컬어지는 아인슈타인의 말이다. 그와 같은 천재도 옳은 결론엔 100번째에 도달했다니! 그렇다면 그의 천재성은 뛰어난 두뇌보다 느슨한 낙천주의 기질에서 나왔던 게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멪음말' 몇 토막
배상문이 펴낸 <아이디어 에러디어>는 그 어떤 창조를 하기 위해서는 99% 아이디어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1% 아이디어와 99% 에러디어가 있어야 한다고 꼬집는다. 에러디어는 '에러+아이디어'다. 이 책은 편안한 마음으로 99개에 이르는 에러디어를 껴안을 수 있어야 비로소 탁월한 아이디어 하나를 만날 수 있다는 것에 방점을 콕 찍는다.
책에 포옥 빠진 작가 배상문은 경남 통영에서 태어나 열한 살 때부터 대구에서 살고 있다. 그는 해마다 1000여 권에 이르는 책을 읽으며, 다독(多讀)이 사람 몸과 마음에 미치는 생체실험을 10여 년째 계속하고 있다. 열여덟 살 때 스티븐 킹이 쓴 <신들린 도시>를 읽고 충격을 받은 뒤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은 그는 '제대로 된 글을 써 보고 싶다'는 꿈에 빠져 살고 있다.
스티븐 킹, 레이먼드 카버, 무라카미 하루키, 나쓰메 소세키, 김원우, 이동하, 윤흥길, 이창동, 김승옥, 이태준 등이 쓴 소설을 읽고 마음에 드는 문장을 즐겨 노트에 옮겨 적기를 좋아했다. 지은 책으로는 <그러니까 당신도 써라>가 있다. 지금은 글쓰기에 관한 블로그(HTTP://BLOG.NAVER.COM/UVZ)를 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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