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세계자연유산에 등록된 중국 삼청산은 명성 그대로 신선들이 노닐었다는 '선경' 그대로였습니다. 비쭉비쭉 솟은 바위 틈새에 신선처럼 가부좌를 틀고 있는 소나무들 위에 하얗게 쌓여 있는 눈꽃들은 파랗게 내비치는 하늘빛에 반사되어 들이 쉰 숨을 내 쉴 수도 없을 정도의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풀꽃산행팀 33명은 지난 15일(토)부터 4박 5일간 일정으로 중국 삼청산과 황산을 산행했습니다. 15일 낮 12시 무안국제공항에서 중국동방항공을 타고 상해 푸동공항으로 향했습니다. 푸동공항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삼청산으로 이동했습니다. 항주, 황산시를 지나는 고속도로를 타고 7시간 달리다가 고속도로를 빠져 나와 2시간 동안 일반도로를 달려 삼청산 입구 호텔에 짐을 풀었습니다.
16일(일) 오전 8시30분 삼청산 등산을 위해 금산케이블카 탑승장에 도착했습니다. 입구에는 세계자연유산과 중국 국가급풍경명성구로 지정되었다는 내용을 새긴 돌판이 가로놓여 있었습니다. 중국의 명산들에는 대부분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답니다. 이곳 삼청산에도 남산케이블카를 비롯해 두 곳에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삼청산 입장료는 중국화폐 130위안이고 케이블카 왕복 요금은 110위안이었습니다.
8인이 탈 수 있는 케이블카는 우리들이 알고 있는 곤돌라 형태였습니다. 케이블카를 지지하는 기둥들 아래 있는 조그마한 계단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케이블카를 설치할 때 작업하는 사람들이 다니는 길인 듯했습니다. 1800m가 넘는 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본 듯하였습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10여분이 흐르자 1100m 정도에 위치한 케이블카 승강장에 도착하였습니다. 케이블카 승강장에서 바라보이는 풍광이 시원하였습니다. 멀리까지 내려 뻗은 산줄기에 수많은 바위들이 우뚝우뚝 솟아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승강장에서 왼쪽 길을 타고 약 30분 정도 올라가니, 여신빈관이라는 휴게소가 나타났습니다. 휴게소에는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과 기념품이나 간식을 살 수 있는 상점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여신빈관에서 바라보이는 삼청산의 장관은 단연 사춘여신과 거망출산 그리고 만홀조천과 오지봉의 기암괴석들이었습니다.
사춘여신은 원명이 여신봉으로 여신이 앉아 있는 모습을 한 바위입니다. 삼청산을 대표하는 바위라고 합니다. 높이가 86m에 달한다는 이 바위는 머리를 곱게 단장한 여인이 산봉우리에 살포시 앉아 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데 성왕모의 23번째 딸 요희라고도 한답니다. 또한 봄의 화신이라고 일컬어 동방여신상이라고도 한답니다.
큰 뱀이 산에서 돌출하였다고 붙여진 바위 거망출산도 삼청산을 대표하는 바위입니다. 바위의 높이가 128m에 달하는 기다란 돌기둥이 서 있는 모습으로, 큰 뱀이 산에서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 거망출산은 풍화와 중력붕괴 작용에 의해 형성된 대형 화강암 기둥으로, 여러 갈래의 금이 생겼으나 수 억 년의 바람과 비를 맞고도 넘어지지 않는 장관을 형성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시 출발하여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삼청산에는 등산로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주로 시멘트나 돌을 다듬어 등산로를 조성한 것입니다. 따라서 등산로는 옆으로 가는 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계단으로 되어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이 등산로를 잔도(棧道)라고 한답니다. 즉 수십 미터의 바위 벼랑을 타고 도는 구조물을 설치해 선반처럼 만든 길을 말합니다. 우리들이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수직 절벽에 놓인 길을 걷다보면 어떻게 이 길을 만들었을까 하는 상상할 수 없는 의문에 빠지게 됩니다.
그저 중국인들의 발상과 작업과정에 감탄할 뿐이었습니다. 삼청산에는 이 잔도가 3km 이상 조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바위 봉우리 정상에까지 이 길이 놓여 있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등산로에 대하여 기이한 느낌마저 듭니다.
일선천을 지나 신룡희송이란 봉우리가 나타났습니다. 높다란 바위 봉우리에 긴 뱀이 붙어서 봉우리 위의 소나무를 바라보고 있는데, 그 모습이 소나무와 내기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음모를 꾸미는 것 같기도 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전설에 의하면 이 뱀은 이곳에 침거하다가 기회를 얻어 남천문에 들어가려고 하였는데, 남천문을 지키는 곤붕에게 발각되어 지금까지 들어가지 못하고 소나무와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상산장으로 내려가는 길에 보이는 봉우리가 삼청산의 주봉인 옥경봉(1817m)입니다. 삼청산이라는 명칭은 옥경봉, 옥화봉, 옥허봉 등 3개의 산봉우리들이 웅장하면서도 기이한 형상을 하고 있어서 도교의 시조인 옥청, 상청, 태청이 봉우리에 앉아 있는 형상이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그래서 노자궁, 길선관, 삼청궁 등 도교와 관련된 건물들도 산에 남아 있습니다. 산봉우리 이름들도 노자와 장자가 도를 논하는 모습이라는 노장논도, 선경에 사는 신선할머니가 신발을 말린다는 선고쇄혜 등 도교와 관련된 것들이 많습니다.
삼청산 중국 장시성 북동쪽 위산현과 더싱시의 경계에 있는 산입니다. 기후는 아열대 몬순기후와 해양기후에 걸쳐 있으며, 아열대 경관 위쪽으로는 온대성 산림이 펼쳐져 있습니다. 인간이나 동물의 형상을 한 48개의 화강암 봉우리와 89개의 화강암 기둥으로 이루어진 경관을 지닌 산이라고 합니다. 1000종 이상의 식물, 800종 이상의 동물이 살고 있으며 핵심 면적은 22만 950ha, 완충면적은 1만 6850ha랍니다.
일상산장을 오르는 남산케이블카를 바라보면서 다시 삼용출해를 조망할 수 있는 봉우리로 계단을 타고 오릅니다. 선고쇄혜, 서우석, 찰도석을 바라보며 좁은 계단을 뚫고 삼용출해를 볼 수 있는 봉우리에 올랐습니다. 삼용출해란 이름은 기이한 모습의 세 봉우리가 마치 세 마리의 용이 구름을 뚫고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형상이라고 하여 붙여진 것입니다.
삼용출해의 봉우리에서 내려가면 다시 거망출산의 모습이 가까이 보입니다. 뒤에서 보는 거망출산은 코브라의 형상을 하고 하늘로 솟구쳐 있었습니다. 가장 가는 곳의 둘레가 7m 정도라고 하는데 뒤에서 보는 광경은 더욱 신비함을 자아내게 합니다.
우리의 산행을 안내한 이국성 가이드는 삼청산이 풍광이 아름다워 강남 제일 선봉으로 불리는데 예로부터 "태산의 웅장함과 화산의 험준함, 황산의 기이함과 여산의 수려함을 두루 겸비하였다"는 찬사를 받는 산이라고 소개하면서 명나라 말기의 지리학자이자 중국 최고의 여행가로 일컬어지는 서하객의 일화를 소개하여 주었습니다.
'황산을 보고 나선 오악(五岳)를 볼 생각이 들지 않고, 오악을 보고 나면 산을 보고픈 마음이 사라진다'고 극찬하였던 그가 삼청산을 오르고는 침묵으로 일관하였답니다. 그의 침묵은 황산에 쏟은 찬사에 못지않은 삼청산의 장관을 보고 가볍게 입을 놀린 것을 후회한 것이라고 말하였습니다.
오후 2시, 다시 금산케이블카를 타는 곳으로 돌아와 케이블카를 타고 하산하여 처음 산에 오른 곳으로 돌아왔습니다. 오후 2시 30분 수운산장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맑은 하늘 아래에 서 있는 삼청산의 모습이 선경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국내의 산행과는 조금 다른 산행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산들은 아래에서 자연스럽게 조성된 등산로를 밟으며 오르고 내려오는데, 삼청산은 케이블카를 타고 상부능선까지 올라 주로 계단으로 형성된 등산로를 따라 봉우리들을 한 바퀴 돌고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하산하는 것입니다. 또한 산 정상 부근을 계단을 타고 산행하기 때문에 깊은 산의 계곡이 가져다주는 물줄기의 시원함이나 깨끗함을 느낄 수가 없어서 안타까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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