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헌법 제20조를 아십니까?

 

①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②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

 

"황 의원은 지난 2002년부터 개신교 근본주의자들과 함께 한국기독교정치연구소를 설립해 기독교 신앙에 근거한 정치를 구현해야한다는 등 정치와 종교의 노골적인 유착에 앞장서왔다. 헌법을 상습적으로 위배하는 것을 지켜봐야하는 시민은 괴롭다"(아이디 '옥연동 안종덕')

 

"우리가 좀 지나친 것 같다. 형제님이 좀 너무 했구먼. 그렇게 하여서 남들이 '개독교'라고 하지 않남. 우리나라는 박씨·이씨·김씨 등이 다양하게 살고 그렇게 살지. 그렇게 더불어 사는 것이여. 이제 '개독교' 소리 듣지 말고 다른 종교와도 좀 사이좋게 빵도 나누어 먹고 떡도 나누어 먹고, 그렇게 잘 사는 것이 좋지. 종교를 하는 것이 사람답게 잘 살자는 것 아닌감"(아이디 '베드로')

 

한나라당 황우여(인천 연수구·4선) 의원의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최근 들어 방문자가 늘어나면서 네티즌의 성토가 끊이질 않고 있다. 아이디 '옥연동 안종덕'씨는 댓글을 달아 황 의원의 '정교(=정치·종교)유착' 발언을 비판했으며, 자신이 기독교인이라고 밝힌 아이디 '베드로'씨는 '이러니 개독교라 자꾸 불리지'라며 기독교 정신의 기본 원리인 나눔에 대해 성찰해야한다고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가능하면 모든 대법관들이 하나님 앞에서 기도하길"

 

황 의원은 지난해 12월 6일 열린 개신교 신자 모임 '애중회(=기독법조인 조찬기도회)' 창립 50주년 기념 모임에서 "가능하면 모든 대법관들이 하나님 앞에 기도하는 이들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것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종교편향 논란을 일으켰다.

 

민주당 대변인실은 최근 성명서를 발표해 "여당의 사무총장을 역임한 중진의원이 대법관의 자격에 대해 언급하면서 대법원장의 인사에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한 것은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고, 이 정부 들어서 무너져 내린 사법부의 권위를 더욱 추락시키는 상징적인 모습"이라며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사회당도 대변인실을 통해 "황 의원의 이러한 발언은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지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는 헌법 20조를 완전히 무시하는 상식 이하의 발언"이라며 "이러한 종교편향 문제는 이명박 장로님의 영향이 크다.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한다'라는 발언을 비롯해 크고 작은 종교편향적 발언이 그의 입에서 나왔다. 대통령이 앞장서 성시화, 성국화 운동을 벌이고 있으니 황 의원 같은 분들이 덩달아 날뛰는 게 아니겠는가"라며 황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주장했다.

 

또한 대한불교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도 황 의원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종교평화위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황우여 의원의 특정종교 대법관 독식 발언은 개인의 신앙을 넘어 소속 정당인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종교편향적 사고와 행동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한 뒤 "지난 3년여 간 수많은 종교편향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아온 정부와 한나라당이 이제는 국민의 사법부가 아닌 특정종교의 사법부이자 MB의 사법부를 구성하고자 하는 것은 헌법 파괴적 작태로, 우리는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황 의원, 홈피 칼럼 통해 지속적인 기독국가 예찬?

 

황 의원의 홈페이지 '칼럼'란을 보면, 사건의 발단이 됐던 지난해 12월 발언 외에도 지속적으로 각종 조찬기도회를 통해 정교유착 발언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이 또한 논란이 되고 있다.

 

황 의원이 2007년 5월 2일에 쓴 국가조찬기도회 기도문에는 "하나님을 모르던 이 민족을 100년 전 성령으로 충만하게 하사, 상해임시정부를 세워 '대한민국은 신의 의사에 기하여 건국되었음을 만방에 고'하게 하였다"라고 한 뒤 "대한민국을 세워 '하나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를 애국가로 부르게 하셨으며, 국회의 첫날 첫 시간을 기도로 시작하게 하신 하나님을 진심으로 찬양합니다"라고 적어놓았다.

 

여기서도 황 의원의 불분명한 정교분리 태도를 엿볼 수 있는데, 애국가 1절 가사는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로 돼있지만, 황 의원 칼럼에선 '하나님(유일신)'이라는 기독교식 해석을 해 국가조찬기도회 때 사용한 것이다.

 

참고로, 하느님이라는 단어의 기원은 하늘님(=하늘에 있는 분)이다. 한국·중국·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하늘(天)을 절대적이고 지고한 존재로 인식하는 사상이 있었다. 이들 국가의 천손사상 또한 이러한 맥락과 관계가 깊으며, 중국의 천자(千字), 일본의 덴노(天皇) 모두 이러한 사상에 연원하고 있다.

 

또한 황 의원은 2009년 7월 17일에 기록한 국가조찬기도회 개회사에서도 "국가의 장래를 하나님 손에 의탁하고 나라의 지도자들, 특별히 대통령님을 위해 기도하는 국가조찬기도회를 박정희 대통령이 시작하신 이래 마흔 한 번째 허락하신 하나님께 영광과 찬양을 올립니다"라고 적어 놓았다.

 

황 의원은 이 개회사의 마지막을 "이제는 하나님을 자유롭게 믿는 신앙의 나라로, 거룩한 백성 제사장 나라로, 마지막 때에 선교의 사명을 다하여 예수의 재림을 재촉하는 민족으로 써주심을 감사하옵니다"라고 맺었다.

 

황 의원 측 태도 애매모호... 인천 불교계 공동대응 포문

 

황 의원실은 1월 17일자 블로그 글을 통해 "작년 6월에 있었던 얘기를 그해 12월 6일 기독법조인 축하예배에서 전하면서 분발과 격려의 말을 하고 마지막에 크리스천들이 하는 식의 덕담을 한 것"이라고 한 뒤 "이런 것조차 두 달이 지난 지금에 와서 비난하는 민주당의 태도는 기독교인의 입장에서는 지나친 것으로 보인다. 황 의원은 불필요한 종교에 관한 논란을 피하기 위하여 자제하고 있다"고 밝혀 또 한 번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조계종 인천불교사암연합회와 포교사단 등은 1월 20일 인천 연수구 옥련동에 위치한 황 의원 사무실을 항의 방문해 "인천지역 불자들은 최근 불거진 황 의원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황 의원의 발언은 4선의 국회의원으로서 하지 말았어야할 망언으로 명백한 정교분리 위반"이라고 성토했다.

 

정광 전 인천불교총연합회 사무국장은 "공인으로서 할 말이 있고 버려야 할 말이 있는 법입니다"라며 "세대갈등, 지역갈등, 이념갈등, 남북갈등 등 예기치 못한 갈등의 잔치가 벌어지고 있는 이즈음 공직을 맡고 계신 국회의원이 스스로 종교 갈등을 조작하는 행위를, 과연 우리는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아야할 것인지 염려스럽다. 국민과 불교계에 사과하고 사퇴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인천불교총연합회 회장인 일초스님(자원사 주지)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1월 26일 오늘 오후 5시께 면담 약속을 잡아 놓았다. 이를 통해 언론에서 나온 발언의 정확한 사실관계와 그 의도에 대해 직접적인 해명을 들을 예정이다"라며 "임기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돼 이런 일이 터져 여간 당혹스러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잘잘못은 가리고, 더 이상의 종교편향 논란이 나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종단 대표 스님들과 향후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종교편향, #헌법 20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