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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친이계 의원 모임인 '함께 내일로'가 개헌 공론화를 위해 26일 오전 여의도 사무실에서 조찬 간담회를 갖고 있다. 왼쪽부터 장광근, 이군현, 안경률, 임해규, 조진형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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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개헌 발언이 알려진 후 한나라당 친이계가 연일 개헌 '페달'을 밟고 있다.

대통령이 '플레이어'로 나선 모양새가 부담스럽지만, 여론의 눈치만 살피다가 시간을 허비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입장이다. 친이계의 1차 목표는 당내 개헌특위 구성이지만, 당내 공감대를 형성할지는 미지수다.

한나라당 친이계 모임 '함께 내일로'는 이날 오전 조찬 간담회에 정종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을 불러 개헌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정 원장은 학계의 대표적인 내각제 개헌론자다. 정 원장은 이 자리에서도 "헌법을 안 고쳐도 대통령이 독주하는 문제를 청산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지만, 아무리 그래봐야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서는 내각제로 개헌하고 국정운영의 중심축이 국회로 오는 것이 정상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취하더라도 결국은 내각제로 가는 과도기적 형태"라고 말했다.

비공개 회의에서는 "의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강한데 대통령과 의회의 권력분산이 가능하겠냐?", "개헌의 타이밍이 너무 늦었는데 정략으로 비쳐지지 않겠냐?"는 의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정 원장은 이에 대해 "지금 같은 제왕적 대통령제에서는 의원들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권한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질타를 더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더 많은 권한을 가지고 일하는 게 맞다"며 개헌에 회의적인 의원들에게 권력에 대한 의지를 심어줬다.

또한 정 원장은 "개헌을 집권 초에 하는 것도 좋겠지만,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개헌 얘기를 꺼내는 것도 어렵다"며 "중요한 것은 시기가 아니라 의원들의 의지다, 상반기에 합의하면 연내 개헌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청와대 개헌 의지 확인된 만큼, 친이계 응집할 것"

이날 모임에는 강승규, 권택기, 김영우, 김소남, 박준선, 손숙미, 안경률, 이군현, 임해규, 장광근, 장제원, 조진형, 차명진 의원이 참석했다. 이재오 특임장관 홀로 '개헌론'을 설파한 것과 달리 친이 성향의 소계파들이 두루 동참하는 모양새가 갖춰졌다.

오는 2월 8일~10일 개헌 문제를 다룰 의원총회를 앞두고 친이계는 개헌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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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친이계 의원 모임인 '함께 내일로'가 26일 오전 여의도 사무실에서 조찬 간담회를 갖고 개헌에 대한 정종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의 발제를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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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10시에는 이군현 원내수석부대표가 동아시아비전포럼과 공동으로 '국가비전을 위한 개헌토론회'를 개최한다. 당·정을 대표하는 안상수 대표와 이재오 장관이 축사로 힘을 보탤 예정이다.

'함께 내일로'는 2월 6일 오후 2차 토론모임을 열기로 했다. 권택기·박준선 의원 등과 함께 발제를 맡은 김영우 의원은 "개헌에 대한 당내 공감대를 확장시키기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논리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며 "다음에 모일 때는 개헌의 필요성뿐만 아니라 전략적인 얘기까지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친이계 내부에서는 대통령 발언의 파장에도 당내 개헌특위 구성까지는 수월하게 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대통령의 개헌 발언으로 일이 꼬인 측면은 없지 않지만, 청와대의 의지가 확인된 만큼 친이계의 응집력은 더 강해질 것"이라며 "먼저 공론화를 시키는 게 중요하고, 친박과의 갈등 해소는 그 다음 문제"라고 말했다.

임해규 의원도 "개헌이라는 화두가 던져진 상황에서 좀 더 체계적인 얘기를 하려면 특위는 반드시 구성돼야 한다"며 "다음 의총에서 안상수 대표가 적어도 이 문제만큼은 결단을 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홍준표 "개헌 실패시 레임덕 가속화될 것 같아 걱정"

그러나 당내에는 "이미 개헌은 물 건너갔는데 뒤늦은 공론화가 무슨 의미가 있냐"는 시각들이 많다. 특히 안상수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가 개헌에 대한 이 대통령의 언질을 최고위원들에게 '브리핑'해주지 않은 사건은 당내 불화를 더욱 키워놨다.

친박계의 서병수 최고위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개인 자격도 아니고 대표로 가서 만났다면 최고위원들에게 대통령이 한 얘기를 해줬어야 하지 않냐?고 말했고, 홍준표 최고위원도 "국가적 중대사를 몇몇이 모여 은밀히 추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나무랐다.

서 최고위원은 친박계의 '행동 통일'에 대해 "생각해 보면 뻔한 것 아니냐"고 되물었고, 홍 최고위원은 "개헌은 친이·친박의 문제가 아니다, 나도 개헌 자체에 대해서는 환영하지만 친이계의 상당수가 개헌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홍 최고위원은 더 나아가 "개헌을 계속 끌고 가면 혼란만 부추길 것이다, 개헌 실패시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게 더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중립 성향의 권영세 의원도 트위터를 통해 "개헌은 아무리 사소한 부분에 관한 거라도 필요성에 관한 사회적 컨센서스가 필요하다"며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에 그 컨센서스가 있을까요? 저는 아직 없다고 본다"고 의견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