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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수업>

<마지막 수업>은 프랑스의 작가 알퐁스 도데가 쓴 빼어난 작품이다. 이 작품은 프로이센· 프랑스 전쟁 당시 알자스 지방 한 작은 마을에 있는 초등학교가 무대다. 프랑즈라는 철부지 소년의 눈을 통해 알퐁스 도데는 알자스 지방의 불행한 역사와 조국애, 그리고 모국어에 대한 사랑과 긍지를 잘 그리고 있다.

프로이센 점령으로 프랑스어를 마지막으로 배우는 시간, 아멜 선생님은 어린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프랑스어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분명하고, 가장 완벽한 언어다. 가령 어떤 국민이 노예의 신분이 되더라도 자기 나라의 국어를 건실하게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마치 자기가 갇힌 감옥의 열쇠를 가지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프랑스어를 우리들은 소중하게 지키고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
…………………

이윽고 교회의 큰 시계가 정오를 알렸다. 그와 때를 같이해서 훈련에서 돌아오는 프로이센 병사의 나팔소리가 창문 밖에서 들렸다. 선생님은 그 소리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칠판에 "프랑스 만세!"라고 쓰시고는 머리를 벽에 기댄 채 손짓하셨다.

'이제 돌아들 가라'고.

나는 이 작품을 중학교 시절에 배우고, 교단에 선 뒤 여러 차례 학생들에게 매우 격정적으로 가르친 바 있었다. 계절마다 재일 동포 <종소리> 시인회 회원들이 당신들의 아픔을 시지 <종소리>에 담아 보내 줄 때마다 이 작품이 생각난다.

지난해 일본에서 건너 온 두 권의 시집을 우편으로 받았다. 정화수 시인의 <쑥은 쑥국이요>와 오홍심 시인의 <꿈>이다. 먼저 정화수 시인의 시부터 소개한다.

  허리

 허리를 다쳐 보고
 <쑥은 쑥국이요> 표지
<쑥은 쑥국이요> 표지 ⓒ 정화수
 비로소 느끼는 것은

 아픔도 크지만
 온 몸이 전혀
 맥을 추지 못한다는 것

 그리고
 다시금 느끼는 것은
 이제야 나도
 남의 아픔을 잘 알게 되었다는 것

 그러면서 무엇보다
 절실히 느끼는 것은
 사람도 이런데
 하물며 강토가
 허리 잘린 채 60년이라는 것

조국 분단 아픔을 당신 체험으로 토해낸 작품으로, 굳이 군말이 필요 없는 시다.

  쑥은 쑥국이요

 쑥은 쑥국이요
 냉이는 냉이찌개

 아내가 양팔을 걷고
 솜씨를 부릴 때
 나는 전화를 걸며
 이웃들을 부른다오

 해마다 봄이 오면
 강가에 가서
 아내와 더불어 캐 오는
 고향 향기
 맛보자고

 야들야들 쑥들이
 키 돋움하며 기다란 다오
 오복소복 냉이들이
 무더기 지어 기다린 다오

 캐고 도 캐면
 무거운 짐이지만
 고향산천 다
 걸머지고 온다오
 저녁 무렵 한 가득 둘러앉으면
 맥주요 막걸리요
 이야기도 푸짐해서
 가슴 속도 한가득

 언제나 묻네
 고향에서 이런 맛 볼 때는
 그 언제인가

 재일동포시인 정화수
재일동포시인 정화수 ⓒ 정화수
몸은 비록 이국땅에서 살지만 어린 시절에 먹던 쑥국 맛이 그리워 쑥을 캐다가 이웃 동포를 초청하여 망향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정경을 그리고 있다.

정화수 시인은 1935년 부산시 기장군 정관면 방곡리에 태어나 부산중학교, 도쿄조선대학교를 졸업했다. 1961년 도쿄 아리가와 중급학교 교원, 1983년 문예동 중앙부위원장, 위원장, 고문을 역임했다.

2000년부터 <종소리> 시인회 대표로 있다가 2009년 지병으로 운명하셨다. 시집 <영원한 사랑 조국의 품이여>가 있다.

 고향집 벚나무

 그 옛날 아버지에게서 들은 이야기
 고향집 앞뜰에 벚나무 한 그루
 오홍심 시집 <꿈> 표지
오홍심 시집 <꿈> 표지 ⓒ 오홍심
 봄 아가씨 찾아와 꽃필 때면
 서귀포 구경 가는 사람들
 가던 길 멈추고 쳐다보았다고

 - 장이야, 궁이야
 꽃 아래 벌어지는 장기두기
 오랜만에 만난 한 집안 식구처럼
 웃음꽃 이야기꽃으로 설움 가시며
 좋은 세상 오기를 원했다고

 앞뜰은 온통 꽃 주단
 꽃눈이 내린다고 아이들도 모여들어
 손뼉 치며 좋아라 사뿐사뿐 걸었다고

 고향집 앞뜰에 벚나무 한 그루
 오늘도 서 있을까
 옛 주인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까…

이국땅에 살면서 고향 제주를 그리는 망향의 노래다. 시인은 비록 가보지 못하였지만 아버지를 통해 들은 고향산천은 자나 깨나 잊을 수 없는 그리운 고향이다.

  꿈

 괴로운 날에는
 꿈을 꿉니다

 그래도 괴로울 때는
 꿈속에서 또 꿈을 꿉니다

 그래도
 못 견디게 괴로운 날에는

 서녘하늘 저 너머로
 꿈길을 달려갑니다

 떨어져 있어도 안겨 사는
 품이 있어

 오늘도 나는
 꿈속에 삽니다

 재일동포시인 오홍심
재일동포시인 오홍심 ⓒ 오홍심
시인의 꿈인 조국통일이 생전에 이루어져 그가 꿈속에 그리던 고향 길을 밟는 날이 오기를 두 손 모아 빈다.

오홍심 시인은 본적이 제주도 서귀포 하효리로 1941년 일본 효고(兵庫)현에서 태어났다. 1975년 조선대학교 통신학부 사대반을 졸업한 뒤 40여 년 동안 교단에 섰다.

시지 <종소리> 회원으로 시집 <꽃 피는 화원에서> <사랑의 요람> 등이 있다. 현재 도쿄에서 살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정화수 시집 <쑥은 쑥국이요>는 도서출판 삼아(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양정동 소재)에서 출판하였습니다.



#종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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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은퇴 후 강원 산골에서 지내고 있다. 저서; 소설<허형식 장군><전쟁과 사랑> <용서>. 산문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집<지울 수 없는 이미지><한국전쟁 Ⅱ><일제강점기><개화기와 대한제국><미군정3년사>, 어린이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청년 안중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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