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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 이후 6개월이 흘렀다. 야권연대로 당선된 지방자치단체장들은 각각 '공동정부 운영'을 약속했다. 실제로 각기 단위 현장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오마이뉴스>는 6.2 지방선거 이후 달라진 지역별 공동정부 상황을 점검했다. 점검의 대상은 지난 선거에서 공동정부 운영을 약속했던 자치단체들이다. 서울, 인천, 경남, 경기도 고양시 등 다양한 지역현장의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비전을 묻는 생중계 좌담도 마련했다. 모두 5차례로 나눠 지방정부 7개월 성과와 한계를 따져본다. [편집자말]
26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연합정치 7개월, 지방정부 이렇게 바뀌었다 - 6.2 야권연대 성과와 한계' 생방송 좌담회가 열렸다. 하승창 희망과대안 상임위원의 사회로 강병기 경상남도 정무부지사, 신동근 인천광역시 정무부시장, 정보연 도봉시민회 대표, 이춘열 전 고양무지개연대 집행위원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26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연합정치 7개월, 지방정부 이렇게 바뀌었다 - 6.2 야권연대 성과와 한계' 생방송 좌담회가 열렸다. 하승창 희망과대안 상임위원의 사회로 강병기 경상남도 정무부지사, 신동근 인천광역시 정무부시장, 정보연 도봉시민회 대표, 이춘열 전 고양무지개연대 집행위원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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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기 경상남도 정무부지사.
 강병기 경상남도 정무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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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28일 오후 7시 25분]

"정무부지사로 임명되면서 저를 모셔야 할 입장이 된 공무원이 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들어보니, 그 분이 제 임명 소식을 듣고 주변에 눈물을 흘리며 전화를 돌렸단 겁니다. 자기가 알기론 제가 가톨릭농민회부터 머리띠 두르고 팔뚝질만 한 이인데 어떻게 모셔야 할지 두렵다고 했답니다. 심한 표현이긴 했지만 기존의 공무원들이 진보진영의 인사들을 어떻게 보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강병기 경상남도 정무부지사의 말이다. 6.2 지방선거 당시 민주노동당 경남지사 후보였던 그는 김두관 현 지사의 선거연합 '파트너'였다. 그는 선거 당시 '공동지방정부 운영'을 합의했던 취지에 따라 정무부지사로 '김두관 호(號)'에 승선했다.

그가 26일 오후 <오마이뉴스> 상암동 스튜디오에서 열린 '연합정치 7개월 평가' 생중계 좌담회에서 밝힌 이 에피소드는 승선 초기 그가 느꼈을 '장벽'을 충분히 실감케 했다. 좌담회의 사회를 맡은 하승창 '희망과 대안' 상임위원은 짖굳게 "지금 그 공무원은 어디에서 근무하냐"고 한 마디 더 보탰다. 강 부지사는 유쾌하게 웃으면서 답했다.

"지금도 제 옆에 있습니다. 아주 잘 해주고 계십니다."

'장벽'이 이젠 '디딤돌'이 됐단 평가였다. 강 부지사의 평가대로 연합정치 7개월, 아직 꽃을 피우진 못했지만 그 싹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노무현 대한 아쉬움 토로하면 누군가 문제 제기한다"

연합정치 7개월 평가 좌담엔 경남 민주도정협의회·인천 시정참여정책위원회·고양 시정운영위원회·서울 도봉발전협의회의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 단체들은 연합정치 7개월 평가 좌담회에 참여한 각 지방정부가 꾸린 '협의체'다. 중앙정부보다 인사권 등이 제한된 지방정부가 '연합정치'를 위해 고안한 방안이다. 민주당 단체장이 선거연합을 한 다른 야당과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협의체에 자신의 권한을 일부분 넘겨 주요 정책 및 현안을 다룬다.

이춘열 전 고양무지개연대 집행위원장.
 이춘열 전 고양무지개연대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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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협의체'를 구성했다고 연합정치가 본궤도에 오르는 것은 아니다. 앞서 평가했듯 싹은 틔웠지만 꽃이 피지 못한 격이다. 이날 좌담에 참석한 이춘열 전 고양무지개연대 집행위원장은 "정책만 합의되고 마음을 하나로 모으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연합정치란 게 참 어렵더라"고 혀를 찼다.

그는 "선거 당시 정책 부분도 상당히 세밀하게 합의했는데도 그에 대한 시정운영위원들의 생각엔 각각 차이가 있다"며 "외려 선거연합 당시 급박하게 합류하면서 (합의된 정책사항을)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곳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도봉발전협의회의 정보연 도봉시민회 공동대표도 "협의체에 참여하는 각 정치세력의 문화적 차이도 굉장히 크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술자리에서 누군가 '노무현 정부가 이런 거만 잘했어도 좋았다'고 평가한다. 그러면 누군가 벌썩 일어나 '뭐가 문제라는 거야'라고 소리친다. 연평도 포격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그랬다. 누군가 '북한이 그런 일을 한 배경도 중요해'라고 하면 누군가 일어나서 '말도 안 돼'라고 한다."

"연합정치 수행할 각 주체들,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기초·광역의회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는 '장벽'이다. 강 부지사는 경남 민주도정협의회가 단독 조례로 뒷받침되지 못했던 이유로 도의회와의 관계를 짚었다. 현재 현재 교육위원 5명을 제외한 경남도의원 54명 중 한나라당 도의원은 모두 38명이다. 나머지 16석 중 민주당은 3석, 민주노동당은 5석, 진보신당은 2석, 국민참여당은 1석밖에 얻지 못했다.

도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뒤흔들 '민주도정협의회'에 대한 조례 제정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은 상식적인 판단으로 보인다. 그러나 강 부지사는 "첫 술에 배부를 수 있겠나"라며 성급한 결정을 경계했다.

강 부지사는 '연합정치'를 구성하는 주체들의 준비정도도 냉정하게 따져보자고 말했다. 단체장과 의회, 정책을 집행할 관료 조직, 연합정치를 뒷받침할 주민 등 이 네 주체가 아직은 연합정치를 전면적으로 수행하기엔 무리란 지적이었다.

"우리나라 권력구조 상 지방정부의 권한이 상당히 제한돼 있다. 단체장의 의지가 아무리 높아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또 앞서 예로 든 것처럼 공무원들도 바뀐 자치행정철학을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웬만큼 걸린다. 그동안 '객체'로 있던 주민들도 하루 아침에 지방자치의 주체로 등장해서 자신의 역할을 다 하는 건 어렵다. 결국 지난 7개월은 서로 알아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신동근 인천광역시 정무부시장도 강 부지사의 견해에 동의했다. 야권이 시의회 전체 의석 33석 중 25석을 차지하고 자치구 10곳 중 8곳을 얻는 등 '물적 토대'가 충분히 마련된 인천 역시 '연합정치'를 정착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단 얘기였다.

현재 야4당(민주당·민노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과 시민사회가 참여하고 있는 협의체의 이름이 당초의 '시정개혁위원회'에서 '시정참여정책위원회'로 바뀐 것도 그 일례였다. 협의체의 '개혁' 명칭을 공무원 조직에 대한 '사정(司正)'으로 인식하는 등 함께 일해야 할 사람들이 불안감을 표하면서 명칭 수정 요구가 나온 것.

신동근 인천광역시 정무부시장.
 신동근 인천광역시 정무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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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뜨거운 현안이었던 '계양산 골프장 건설' 문제도 연합정치의 '장벽'을 인식케 하는 일이었다. 골프장 건설을 막겠다고 공약했던 송영길 인천시장이 해당 문서에 결재를 했음에도 일은 쉽게 진척되지 않았다. 신 부시장은 "해당 부처들이 서로 문제를 돌려가면서 시간이 점차 지연됐고 골프장 건설 취소를 확정하는 데 적어도 30개월이 걸린단 결론을 얻었다"고 토로했다.

다만, 신 부시장은 "연합정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구체적인 사례와 성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며 희망을 놓지 않았다. 그는 안상수 전 인천시장 당시 SSM(대형수퍼마켓)을 입점시켜 재원을 마련한다는 기본 계획 아래 건설을 시작한 남구 숭의동 축구전용경기장을 예로 들었다.

"송영길 시장이 취임했을 땐 이 경기장이 이미 70~80% 이상 공사가 진행된 이후였다. SSM 입점을 기초해 설계됐고 경기장의 주요 운영 재원도 입점한 SSM을 통해 얻는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인천시는 SSM 규제 방침에 맞춰 해당 SSM 입점 외 다른 방도가 없는지 민·관이 함께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

"깨어있는 시민들의 참여의지 반영해야... 단체장들이 좀 더 힘을 냈으면 좋겠다"

이처럼 희망적인 관측이 나왔지만 큰 기대를 걸었던 만큼 연합정치가 아직 더디게 성장하고 있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존재했다. 

정보연 도봉시민회 대표.
 정보연 도봉시민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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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열 전 위원장은 "연합정치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가 식어가고 있다"며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연합정치 각 주체들이 상당한 경각심을 갖고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2년 총·대선까지 1년 정도 밖에 남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진보개혁진영이 집권한 지방정부가 과거의 정부와 무엇이 다른지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보연 대표도 "제도적 한계·문화적 차이가 엄연히 있는 만큼 '연합정치' 진행속도가 굉장히 늦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각 지역의 단체장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여주길 희망했다. 오늘날 시민들이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를 체감하면서 참여 자치에 대한 욕구를 키워가고 있는 점을 절감하고 '새로운 시대정신'에 부응하는 정치인으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투표할 권한을 달라고 요구했던 시민들이 그 때와 같은 에너지로 참여할 기회를 달라고 외치고 있다. 2008년 촛불도 그런 의미 아닌가. 자신의 삶에 관계된 일을 독선적으로 처리한 정부에 대한 비판이었다. 그 지점에 주목하고 현 체제를 뛰어넘는 구조를 만드는 누군가가 한국 정치의 리더가 되리라 생각한다. 각 지역 단체장들이 좀 더 힘을 냈으면 한다."

▲ [토론회 풀영상]연합정치 7개월, 지방정부 이렇게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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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야권연대, #연합정치, #송영길, #김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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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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